e마을·피앤피플러스 등 관련 기업에 의원 보좌관 출신 등 포진…전직 서울부시장 “e마을과 관계 없어”
이제까지 조범동 씨가 실소유주라고 알려졌지만 코링크PE 설립 자금은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주머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시절 제출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정 교수는 8억 원을 누군가에게 빌려줬다. 이 돈 가운데 5억 원은 조 씨의 아내 이 아무개 씨에게 갔고 나머지 3억 원은 정 교수의 동생인 정광보 보나미시스템 상무에게 갔다.
코링크PE 초기 설립 비용은 2억 5000만 원, 추가로 투자된 돈은 5억 원이었다. 각각 조범동 씨 아내 이 씨와 정광보 상무에게서 나왔다고 알려졌다. 정 상무는 코링크PE에 이어 코링크PE의 사모펀드에도 3억 5000만 원을 투자했다. 정경심 교수가 빌려준 돈이 친인척을 거쳐 코링크PE로 흘러가 현재의 형태에 이르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9월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 씨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조 씨 쪽은 “코링크PE 설립 자금이 조 장관 부인 정 교수에게서 나왔다”고 인정했다. 코링크PE가 사실상 정경심 교수 소유로 인식되기 시작한 셈이다. 5촌 조카 소유면 연결고리가 약하지만 부인 소유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코링크PE가 군침 흘렸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연결고리 모두에 관심이 쏠린다.
조국 장관 일가 사모 펀드 관계도
#[공공부문] e마을 1000억 투자·공공 와이파이 낙찰
코링크PE는 공공부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접근했던 공공부문 기업에는 여권 주요 인사 최측근이 많이 포진돼 있었다. 코링크PE는 2016년 5월 공동주택 모바일 앱 개발사 ‘e마을’과 1000억 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마을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공동현관문 자동 열림, 자녀 귀가 알림, 무인택배함 제공, 주차통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개발사다. 원래 상호는 자하스마트였다.
e마을은 김종욱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김종욱 산하 기업’이라는 시선을 받는 곳이다. 구로구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부시장은 e마을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16년 2월 서울시의원이었던 그는 신원철 의원과 함께 서울시청에서 e마을과 공동으로 ‘IT, 마을에 날개를 달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스스로 사회를 보며 토론회를 주도했다.
김종욱 전 부시장의 인맥에 걸쳐진 인사는 e마을 성장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김종욱 전 부시장이 시의원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2017년 2월 e마을은 최성 전 고양시장과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최 전 시장은 이인영 민주당 의원과 한 살 터울 고려대 운동권 출신이다. 김 전 부시장 역시 고려대 운동권이었으며 이 의원의 정치적 동지로 보좌관까지 했다. 그는 최근 에코구로협동조합 대표직을 맡고 있다. 에코구로협동조합은 여권 다수가 연결된 태양광 산업 관련 업체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의원이었던 그는 2017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된 뒤 2018년 3월 1년만에 돌연 사퇴했다. 이유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e마을 대표이사 유호철 씨는 김종욱 전 부시장과 함께 구로 기반 운동권 유명 인사다. 유 대표는 1989년 6월 고등학생일 때 ‘전교조 교사 직위해제 철회 요구 구로고생 교내시위’를 주도한 총학생회장으로 고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던 명지대 운동권 출신이다. 유 대표가 이끌었던 출판사 ‘커뮤니케이션자하’는 김 전 부시장이 시의원 임기를 끝내기 직전이었던 2014년 초 그의 의정 활동을 담은 ‘행복한 학교 이야기: 서울시의원 김종욱의 의정일기’를 펴내기도 했다. 코링크PE와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로 연결된 피앤피플러스 관계자에 따르면 유 대표는 운전 등 이인영 의원을 자주 수행하기도 했다.
유호철 대표는 김종욱 전 부시장 외에도 민주당 소속 운동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는 2013년 2월 ‘국민 정보화 기본교재 한글 2010’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서울시 강북구청, 노원구청, 관악구청, 광진구청, 구로구청, 도봉구청, 동대문구청, 성북구청, 양천구청, 은평구청, 용인시청의 교재로 채택됐다. 김성환 의원과 김영배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등을 포함, 2013년 당시 이곳 자치단체장은 공석이었던 양천구를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에 대해 김종욱 전 부시장은 20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유호철 대표와는 같은 아파트 살며 알게 된 사이다. 그 전에는 전혀 몰랐다. 유 대표가 운동권이었다는 것도 특별히 알지 못한다. e마을과 나는 관계 없다. 유 대표가 요청해서 토론회 한 번 개최해 준 게 전부”라며 “정무부시장은 보통 1년만 한다. 지방선거 때 선거운동 하려고 그만뒀다”고 밝혔다. 유호철 대표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유 대표 e마을을 직접 찾았다. 하지만 e마을은 현재 실체 없는 회사란 의혹을 받는다(관련 기사 ‘조국 펀드’ 코링크PE가 1000억 투자한 e마을 잠적 미스터리).
코링크PE가 눈독 들였던 또 다른 사업은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였다. 피앤피플러스는 이 사업을 낙찰 받았다. 코링크PE는 피앤피플러스와 업무 위임 및 위탁 계약을 맺었다. 조국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는 아예 피앤피 컨소시엄 재무 담당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피앤피플러스에 포진된 여권 인사 측근은 더 있다. 2018년 7월 기준 피앤피플러스 4대 주주 서 아무개 씨는 민주당 현역 3선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5대 주주인 송 아무개 씨는 민주당 전 3선 의원 보좌관이었다. 여기엔 전직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아들 이름도 들어갔다. 법조계 인사는 또 있다. 지난해 6월 20일 서울교통공사가 주최한 ‘서울지하철 통신서비스 수준 향상 사업 관련 회의’ 때 자문 자격으로 참여한 유 아무개 변호사 역시 민주당 소속 장관이자 현역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언론계 인사도 빠지지 않았다. 피앤피플러스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이자 피앤피플러스 관련 해명에 앞장섰던 인물은 조 아무개 전 상무였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피앤피플러스로 합류했던 그는 최근 피앤피플러스를 그만둔 뒤 한 언론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계속 피앤피플러스 관련된 기사 해명 때마다 언론을 직접 상대하고 있다.
코링크PE는 중국 자금 유치에도 열을 올렸다. 그 주변에도 언론이 자리했다. 코링크PE와 중국을 연결하는 중심에는 ‘한국벱솔’이란 투자자문사가 있었다. 이 회사 감사는 장 아무개 씨다. 2005년 귀화한 중국인인 장 씨의 오빠는 한국의 한 경제지 중국판 대표이자 한 중국 매체의 한국판 대표였다.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유학했고 김일성대 유학생 교우회 비서장을 지내기도 했다(관련 기사 [단독] 조국 일가 펀드 운용사 코링크의 큰 그림은 ‘중국 충칭발 투자 유치’).
#[민간부문] 비트코인 팔고 나니 정부 규제 강화
코링크PE가 태풍의 눈이 된 건 문재인 정부 정책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코링크PE의 사모펀드 투자를 받은 기업은 특징적으로 상호를 자주 바꾸고 장외주식 거래가 잦았으며 우량중소기업의 돈을 끌어다 썼다. 그 돈의 흐름이 정부 정책과 연관성이 짙었다.
코링크PE가 내놓은 사모펀드는 2016년 8월 포스링크를 인수했다. 포스링크는 2017년 6월 블록체인 업체 써트온을 인수했다. 써트온은 3개월 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거래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링크’를 개설했다. 코링크PE의 포스링크 인수 때만 해도 60만 원 선이었던 1비트코인은 포스링크가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할 때인 2017년 9월 430만 원대가 됐다. 코링크PE는 1비트코인이 800만 원대일 때 청산을 완료했다.
그런데 청산 시점이 묘하다. 코링크PE는 비트코인 호황기인 2017년 11월 2일 돌연 사모펀드 청산에 착수했다. 한 달 뒤쯤인 2017년 12월 13일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자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은 “투기 과열, 악용 범죄에 대한 단속·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거래소 폐쇄 목표” 발언을 하자 암호화폐 가격은 폭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링크PE는 또 다른 사모펀드를 개설해 2017년 10월 교육업체였던 에이원엔을 인수했다. 그런 뒤 상호를 WFM으로 바꾸고 목적사업을 기존 52개에서 118개로 대거 늘렸다. 코링크PE가 인수한 WFM은 인수 뒤 두 달이 채 안 된 2017년 12월 “테슬라에 연간 120t의 배터리 소재 공급 구매의향서를 체결했다”며 언론에 “테슬라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수요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기는 정부가 2차 전지 산업에 온 힘을 다할 거라는 정부 및 재계 발표가 한창이던 때다.
하지만 WFM이 구매의향서를 체결한 회사는 미국 대표 전기차 테슬라가 아니었다. 체코에서 건전지를 만드는 ‘테슬라배터리’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유망한 업종을 다 끌어 모은 것과 미래지향적 아이템을 선정해 세계적인 유수 기업처럼 보이는 상호의 기업을 집어 마치 관계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건 작전세력이 가장 많이 쓰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말했다. WFM은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7개월에 걸쳐 1400만 원을 최근 입금했다고 드러나기도 했다.
9월 6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규근 총경 사진. 최근 검찰에 체포된 정 전 녹원씨엔아이 대표는 이 사진을 찍어준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국회TV 갈무리
WFM과 함께 녹원씨엔아이가 또 다른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버닝썬 사태 때 ‘경찰총장’으로 불린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윤규근 총경이 연결된 때문이다. 2018년 5월쯤 청와대 인근 애월식당에서 조국 장관과 함께 찍힌 윤 총경의 사진을 정상훈 전 녹원씨엔아이 대표가 찍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김도읍 의원은 9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정 전 대표가 이 사진의 촬영자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녹원씨엔아이는 예전 큐브스라는 상호를 가졌던 코스닥 상장사다. 큐브스는 2017년 7월 녹원씨엔아이를 인수합병한 뒤 큐브스 사명을 버리고 녹원씨엔아이로 회사명을 정했다. 윤규근 총경이 대출 받은 돈을 포함해 총 5000만 원을 2015년 말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녹원씨엔아이와 코링크PE 사이에는 김병혁 WFM 현 대표와 이상훈 전 대표가 연결고리다. 김병혁 대표는 녹원씨엔아이 이사였다. 코링크PE 대표이사 이상훈 씨는 WFM 대표 출신이다. 코링크PE의 사모펀드가 2017년 10월 WFM을 인수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코링크PE에 인수되기 전인 2014년 WFM은 녹원씨엔아이에 8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
정경심 교수는 차명으로 WFM 주식을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코링크PE는 2018년 4월 5일 장외로 WFM 주식 12만 주를 주당 5000원 받고 총 6억 원에 이 아무개 씨에게 넘겼다. 이 씨는 앞선 2018년 1월 31일 우국환 회장이 보유했던 WFM 주식 10만 주를 주당 5000원에 5억 원어치를 샀다. 이 씨는 조 씨의 아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이다.
정 교수 동생 정광보 상무가 소속된 보나미시스템 서계우 대표도 2018년 4월 23일 WFM 주식 3만 주를 1억5000만 원에 매수했다. 모두 조국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때 일어났다. 이에 대해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정 교수가 조범동 씨의 부인, 동생 회사 대표 명의를 빌려 사들인 차명주식”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역시 이 주식 흐름을 정 교수의 차명 주식 거래로 보고 있다.
녹원씨엔아이는 현재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녹원씨엔아이 공시 자료에 따르면 정상훈 전 대표는 2015년 9월 중국 회사 강소정현과기유한공사 지분 취득 과정에서 업무상 약 60억 1417만 원을 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7월 26일 녹원씨엔아이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9월 16일 정 전 대표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 19일 구속했다.
한편 의외의 기업이 코링크PE의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주광덕 의원실이 코링크PE 설립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피앤엠코스메틱스와 이 회사 관계자 등이 코링크PE가 내놓은 사모 펀드 레드코어밸류업1호에 투자했다고 나타났다. 피앤엠코스메틱스는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 P&G 협력업체다. 인기 화장품 SK-II 마케팅 인력을 교육하고 대신 파견하는 업무를 하는 회사다. 회사뿐만 아니었다. 이재순 대표 역시 개인 자격으로 돈을 넣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정점식 한국당 의원도 발 담갔나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이 녹원씨엔아이 사외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 장관 일가의 펀드 사태가 ‘좌우’를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정점식 의원은 2018년 3월 3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녹원씨엔아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올 4월 4일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되며 1년여에 걸친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정점식 의원이 녹원씨엔아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2018년 3월 31일은 정상훈 씨가 녹원씨엔아이 대표이사였던 때다. 정 씨는 정 의원이 사외이사가 되고 나서 한 달쯤 지난 2018년 5월 4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정점식 의원은 “난 큐브스에서 녹원씨엔아이가 되며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올 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한 달 겹치긴 했지만 정상훈 씨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고 전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새로운 경영진 가운데 누가 사외이사로 자신을 추천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