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전 밥 먹으면 덜 취한다? 혈중알코올 수치완 무관…초콜릿과 여드름의 상관관계 “논쟁중”
아마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말들일 것이다. 이 모든 말들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최근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사람들이 흔히 믿고 있는 속설들 가운데 몇 가지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요목조목 짚어보면서 그동안 사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과연 무엇은 맞고, 무엇은 틀렸을까.
하루 한 개의 사과가 건강을 위한 좋은 선택임은 분명하다.
#하루 사과 한 개면 의사가 필요없다
하루에 사과 한 개만 먹어도 의사가 필요없다는 말은 아마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는 진실일 수 있다. 사과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라고 불리는 항산화제 때문이다. 플라보노이드는 특히 심장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제2형 당뇨병과 심지어 일부 암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좋은 효과를 보려면 사과를 주스로 갈아서 마시는 것보다는 통째로 먹는 것이 더 좋다. 이와 관련, ‘헬스스팬’의 실장이자 보건의인 세라 브루어는 “사과 껍질에는 혈압약의 일종인 ‘ACE 억제제’와 유사한 효능이 있다”라고 말했다. 즉, 사과를 껍질째 먹으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확실하게 보장을 할 수는 없지만, 하루에 사과 하나를 먹는 것은 건강을 위한 좋은 선택인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건의인 캐서린 바스포드 박사는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과일이나 야채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바스포드 박사는 “사과 하나만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순 없다”라고 말하면서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같은 다른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함으로써 균형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필요할 때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된다.
#당근을 먹으면 밤눈이 밝아진다
이런 믿음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당시 영국은 야간 공습 때 독일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었다. 독일군이 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영국 항공성은 당시 “당근을 많이 먹은 덕분에 조종사들이 밤에도 뛰어난 시야를 가지게 됐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브루어 박사는 “이 속설은 사실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라는 색소가 풍부한데, 이는 필요할 때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타민 A는 특히 빛에 극도로 민감하고 저조도 조건에서 앞이 보이도록 하는 시홍(망막의 간상체에 있는 색소)이라는 안료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 브루어 박사는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이 생길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근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스포드 박사 역시 이에 동의하지만 당근을 먹는다고 해서 완벽하게 밤눈이 밝아지는 것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경고했다. 바스포드 박사는 “당근을 먹으면 완전히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인다는 생각은 안타깝게도 근거가 없다”며 “당근과 같이 비타민 A가 풍부한 음식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해야 정상적으로 건강한 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술 마시기 전에 밥을 먹으면 덜 취한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는 이유에 대해 브루어 박사는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벽을 통해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이라며 “반면 배불리 음식을 먹은 후에 술을 마시면 늦게 취한다. 즉, 알코올 흡수가 느려지는데 이는 위에서 흡수되지 않고 소장으로 이동하는 알코올양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스포드 박사는 “특히 천천히 분해되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음식일수록 술이 덜 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탰다. 그러면서 과도한 음주로 인한 숙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바나나, 요거트, 또는 후무스, 육류 또는 견과류와 같이 고단백 음식을 먹을 것을 권했다.
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또 다른 이야기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술을 마시기 전에 음식을 먹느냐 안 먹느냐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경우 술을 마신 후 45분 이내에는 혈중알코올농도(BAC) 수치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술을 마시기 전에 밥을 먹든 먹지 않았든, 혈중알코올농도가 다시 0에 도달하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콜릿을 먹으면 여드름이 생긴다
뾰루지는 피지의 과도한 생성으로 인해 피부의 모공이 막힐 때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호르몬 변화, 임신 그리고 특정 약물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섭취하는 음식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바스포드 박사는 “초콜릿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열띤 논쟁 중에 있다. 깨끗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초콜릿을 많이 먹어서 뾰루지가 생기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만일 현재 피부 트러블이 있다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가능성들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초콜릿의 카카오 성분과 여드름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었다. 남성 여드름 환자들에게 4주 동안 매일 카카오가 99% 함유된 다크 초콜릿 25g을 먹도록 한 결과, 보름 후 블랙헤드와 화이트헤드를 포함한 반점들이 모든 남자들에게서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런가 하면 카카오 함량이 100%인 보충제를 복용하도록 한 유사한 연구에서는 불과 4일 만에 여드름 환자들의 피부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다만 다크 초콜릿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항산화제인 폴리페놀 때문이라고만 추측할 따름이다. 카카오에 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여드름을 유발하는 세균에 대한 면역반응을 증가시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킨수프는 감기를 낫게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은 감기에 걸렸을 때 의사의 처방약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의 정도는 조리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특히 마늘이 들어간 수프의 경우에는 효과가 더 뛰어나다. 이에 대해 바스포드 박사는 “마늘은 항염증제다. 면역체계가 세균과 싸우는 것을 돕는다”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브루어 박사는 치킨 수프가 몸이 불편할 때 ‘위로가 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빨리 감기를 낫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브루어 박사는 “치킨 수프에는 마법 같은 것은 없다”며 “다만 에너지와 따뜻한 국물과 온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고 위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이든 따뜻한 국물을 마시면 목의 통증이 가라앉는 데 도움이 되며, 따뜻한 증기는 막힌 코를 뚫리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