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비상행동 결성 분당 수순…한국당과 후보단일화, 윤석열 영입론까지 나와
2018년 5월 3일 지방선거 관련 기자회견 후 유승민, 손학규, 안철수 세 사람이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당이 분당 수순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비당권파는 손 대표가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제 기대를 접었다. 당권파와 관계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비상행동을 띄우면서 “손 대표와 더 이상 추한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비당권파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당 잔류, 자유한국당 복당, 신당 창당이다. 당 잔류는 물건너갔고, 바른정당계에선 한국당에 복당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먼저 간 복당파 의원들이 전혀 힘을 못 쓰고 있지 않나. 가봐야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지금 돌아가면 찬밥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외통수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신당 창당뿐”이라고 했다.
현재 비당권파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수도권 신당’이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관계자는 “당연히 우리가 스스로 수도권 신당이라고 한계를 규정할 이유는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 전까지 전국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겠나. 지역 기반을 어디로 할 것이냐고 한다면 수도권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인구 절반이 사는 곳이니 상징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비당권파 내 인지도 높은 정치인들이 수도권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대구 유승민, 광주 권은희 등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대구 출마를 포기하면 ‘도망친다’는 말을 들을까봐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선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반반이다.”
수도권 의석수는 122석. 신당이 수도권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면 호남을 기반으로 했던 국민의당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특히 수도권에선 내년 총선을 불안해하는 한국당 의원들이 많다. 비당권파는 신당 지지율이 높아지면 한국당을 이탈해 신당에 합류하려는 의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수도권에 한정해 한국당과 신당이 후보단일화를 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한국당이 말로는 통합하자면서도 실제로는 우리 당과의 통합에 굉장히 소극적이다. 현재 우리 당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무시하는 것이다. 신당이 지지율 10%를 넘기면 후보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 분열로 여당에 반사이익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동안 바른미래당이 5~6%대 지지율이라도 유지한 것은 고정지지층이 있는 안철수 유승민 때문이었다. 두 사람을 포함해 의원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고 나면 바른미래당은 있으나 마나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유승민 연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시절 둘의 케미(조화)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갈라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안 전 의원도 당에 잔류하기 어렵다. 한국당으로 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유승민 따로, 안철수 따로 신당을 만들면 내년 총선은 완전히 난장판이 된다. 현재로선 두 사람이 함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당 추진은 연동형비례대표제 통과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당연히 안철수 유승민이 연대할 이유가 없다. 각자 따로 가면 된다”고 했다. 비상행동 측은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반대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 모임을 같이하는 분들은 선거법 개정이 표결에 부쳐지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결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법 개정안은 빠르면 올해 11월이나 늦으면 내년 1월께 표결에 붙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당장은 비상행동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을 거다. 연동형비례대표제 통과 여부가 결정되면 그때 정계개편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했다.
1월께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 늦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비당권파 관계자는 “과거 국민의당이 1월에 창당해 그해 4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당직자들이 이미 창당을 해본 경험까지 있으니 이번에는 더 수월하게 창당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총선 준비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신당이 창당되면 아주 공격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설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영입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신당 창당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안 전 의원이 정치 입문 후 10년도 안돼서 여러 차례 당을 깼다. 이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비당권파와 당권파가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비당권파는 탈당을 위해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출당이 아닌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손학규 대표 측은 이를 거절했다. 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안철수계 의원 7명 중 6명이 비례대표다. 바른미래당은 과거 민주평화당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비례대표 의원들을 끝까지 놔주지 않았다. 손 대표 측은 같은 기준으로 볼 때 비당권파가 비례대표 출당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당내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수도권 신당이 논의된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현재 비당권파 내에서는 안철수 유승민이 내세울 메시지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 유승민은 개혁보수, 안철수는 새정치라는 구호를 외쳐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구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사람이 함께 외칠 수 있는 새로운 메시지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