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력 부족” 비판에도 인지도 높아 재신임에 무게…선거 조기 과열 속 황 대표 ‘유기준 낙점설’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월 3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헌정유린 타도 및 위선자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전직 한국당 고위 당직자는 “나 원내대표 측에서는 (차기 원내대표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는 것조차 불쾌해한다더라. 당연히 나 원내대표가 연임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 측에서 연임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하니 당내에선 눈치를 보느라 차기에 대해 제대로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한국당 내부에 나 원내대표 연임 도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여당과 협상해서 얻어낸 게 하나라도 있나. 패스트트랙 저지 위해 몸싸움까지 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고 현재 사개특위까지 통과돼 법사위에 넘어갔다. 장외투쟁 나갔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은근슬쩍 복귀했고, 조국 인사청문회도 하네 마네 하다가 증인신청 다 날려 먹고 임명 막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록 임기 4개월짜리라도 차기 원내대표는 500조 원이 넘는 슈퍼 예산과 선거법 개악을 막아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나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막아낼 수 있을까. 당 소속 의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서 막아내야 하는데 나 원내대표에게 그런 리더십, 정치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패스트트랙은 현 국회 구성상 누가 원내대표를 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한국당에서도 따로 대안을 내놔서 해줄 듯 말 듯 시간을 끌었어야 했다. 저쪽에서 패스트트랙 한다고 하니까 뒤늦게 비례대표 없애고 의석수 줄이겠다는 안을 낸 것 아닌가. 여당과 밀고 당기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협상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다른 관계자도 “의원들 사이에서 (나 원내대표 협상력에 대한) 불만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 개최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반대하는) 증인 신청을 거의 다 포기했다. 그럴 거면 최소한 청문회 이틀 개최는 얻어냈어야 하는데 민주당에 끌려다녔다는 말이 많았다”면서 “특히 연동형비례제는 의원들 자리가 걸린 문제다. 나 원내대표가 제대로 협상을 이끌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원내대표 교체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군소 정당 의석수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당 등 거대 정당은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다. 한 한국당 당직자는 “나 원내대표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임기 연장을 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는 쉽지가 않다. 조국 정국에서 성과를 내야 임기 연장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물론 나 원내대표 연임을 지지하는 여론도 있다. 당내에서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일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내부 총질을 하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나 원내대표를 엄호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월 3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헌정유린 타도 및 위선자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한 한국당 인사는 “지난 원내대표 선거도 사실상 계파전 양상으로 흐르지 않았나. 총선을 앞두고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면 계파갈등이 또다시 불거질까봐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원내대표에게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임기 4개월짜리 원내대표 뽑느라 잡음 일으킬 필요 없다는 의견이다”면서 “조국 사태로 겨우 주도권을 잡았는데 당내 잡음이 생기면 이슈가 분산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 인사는 “본인은 계파 색채가 없다고 말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친박(친박근혜)은 나 원내대표를 지지했다. 당 주류인 친박계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이 원내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자칫 원내대표 선거를 치렀다간 비박계에 자리를 뺏길 우려가 있다. 아무리 (나 원내대표를) 흔들어도 친박이 지원사격하며 버티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인지도가 높은 나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의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차기 원내대표는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 지원 유세로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한국당 내에 나 원내대표만큼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신임론에 무게가 실린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조기 과열될 조짐이 보이자 당내에선 이와 관련해 다양한 소문들이 돌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이미 특정 인물을 차기 원내대표로 낙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황 대표가 차기 원내대표로 낙점했다는 인물은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기준 의원이다. 대신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을 내세워 계파 탕평책을 쓴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당사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 자천타천 이름이 오르고 있는 의원은 10명이 넘는다. 일부 의원들은 벌써부터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염두에 두고 동료 의원들과 만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몇몇 의원실에 출마 여부를 물어봤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국정감사가 끝나야 (원내대표 선거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겠나. 현재로선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