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선거 예정… 지역구도에 ASF 발생 지역 경기도 긴장
최근 농협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다. 농협중앙회장은 대의원조합장 292명이 뽑는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된다. 김병원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 11일까지로 내년 1월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며 연임은 불가능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임이 가능했지만 2009년 12월 농협법이 개정돼 현재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불가능하다”며 “회장이 차기 선거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 있게 활동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재 중앙회장 후보군들은 ASF로 농협에 비상이 걸린 만큼 대놓고 선거에 집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현직 조합장들은 각 지역 방역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차기 농협중앙회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성희 전 성남시 낙생농협 조합장,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 강호동 합천군 율곡농협 조합장, 여원구 양평군 양서농협 조합장,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 조합장 등이다. 대부분 광역자치단체에 한 명 이상의 회장 후보가 있는 셈이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관 건물. 사진=박은숙 기자
지난 9일 기준 ASF가 확진된 농장은 총 14곳으로 파주시 5곳, 강화군 5곳, 김포시 2곳, 연천군 2곳이다. 모두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여원구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경기도지역 대표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어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여 조합장은 지난 9월 26일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ASF 피해 농가에 재해성금 1500만 원을 전달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서농협 관계자는 “여 조합장이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건 맞다”며 “ASF 방역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인력 지원 요청에 따라 농협 직원들이 투입되고 있으며 정부 측과 협조해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음성군 등 충청북도에서도 ASF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지난 9월 27일 ‘ASF 비상방역대책회의’를 가지는 등 확산 방지에 힘쓰고 있다. 영·호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의심 신고가 적지만 ASF 차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의 한 직원은 “농협 내부에서는 ASF 방역과 태풍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회장 선거에 대해서는 크게 이슈가 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는 출신 지역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회장 선거 당시 전라도를 기반으로 했던 후보는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출신인 김병원 현 회장 한 명이었고, 경상도 기반 후보는 최덕규 전 합천군 가야농협 조합장, 하규호 김천시 직지농협 조합장, 김순재 전 창원시 동읍농협 조합장, 3명이었다. 나머지 후보인 이성희 전 성남시 낙생농협 조합장, 박준식 서울시 관악농협 조합장은 수도권 기반 인사들이었다. 김 회장의 당선 배경에는 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경상도에서 3명의 후보가 나와 표를 분산시켰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김 회장에게는 ‘첫 번째 호남 출신 민선 농협중앙회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농협목우촌에 미치는 영향은? 농협 계열사 농협목우촌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목우촌은 햄, 소시지, 베이컨 등 돼지고기를 재료로 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수입 돼지고기를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식품업체와 달리 농협목우촌은 100%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왔다. ASF로 돼지고기 가격이 인상되면 농협목우촌 제품들의 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29일 보고서를 통해 “ASF에 따른 돼지 사육두수의 큰 폭 감소 등으로 인해 최근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82.4% 상승했다”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돼지고기 가격은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 9월 29일 보고서를 통해 “10월 국내 평균 돼지 도매가격은 돼지 도축 감소로 전년(3911원/kg)보다 상승한 4000~4200원/kg으로 전망된다”며 “ASF 발생 영향으로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ASF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현상도 우려하고 있다. 하태식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한돈 농가들은 ASF와 더불어 가격 상승 이슈 등으로 돼지고기 소비를 기피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목우촌 관계자는 “최근 매출이 작년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ASF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며 “제품의 소비자 가격 조정 계획은 아직 없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