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야당 무더기 자료 요구·검찰 압수수색 곤혹…이슈 피한 카드·보험은 여유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이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금융권에서는 올해 국감이 ‘제2의 조국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 8월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 관련 질문이 쏟아지면서 ‘미리보는 조국 청문회’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일찍이 이번 국감을 ‘조국 국감’이라고 선언해둔 상태다. 지난 20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결국 조국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에 대해 진상규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정무위는 가족 사모펀드 의혹 등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피감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을 상대로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한편, 증인채택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인지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면서, 일반증인·참고인 명단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25일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은 정 교수를 비롯해 조국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 장관의 5촌 조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대표, 웰스씨앤티 대표 등 1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은 조 장관 관련 증인은 전부 채택을 거부하고 나섰다.
정무위는 차후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국감 일반증인·참고인 명단을 채택키로 했으나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여야의 이런 기싸움에 새우등 터진 신세가 되고 있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무더기 자료 요구가 쏟아지고 있어 실무부서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 따르면 국회에서 금감원에 요구하는 자료의 절반 이상이 사모펀드 쪽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와 직결되는 부서인 자산운용감독국과 검사국은 조국 펀드에다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사태까지 겹치면서 아예 고유업무는 손을 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감원은 특히 조국 펀드 때문에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한 상태여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다. 이미 검찰이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조국 펀드와 관계된 자료는 모조리 가져간 상태인데 국회에서 관련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는 이야기다.
“조국 펀드를 조사하라”는 야당 측 요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의 조사 요구를 받은 금융위원회는 감독기구인 금감원에 공을 떠넘겼는데, ‘이슈 블랙홀’이 된 조국 펀드 조사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윤석헌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지금은 조사하기 어렵다. 검찰에서 혐의가 확정된 후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의 장본인인 은행권은 여야가 따로 없는 공격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DLF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구제 종합 토론회에 참석해 “여러 의원들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해둔 상태다. 특히 최대 당사자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고위 임원들이 국감 증언대에 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여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현장조사 중간결과를 국감이 한창일 때 발표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10월 2일 중간검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 등 판매사를 비롯해 증권사 등 발행사,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한 현장 합동검사를 이달 말까지 마치기로 했다. 중간발표에는 금감원이 합동검사에서 포착한 불완전판매 정황을 비롯해 현장검사 상황, 파생상품 판매 및 발행사 등의 시스템적 문제, 경영진의 관여 여부 등 핵심 사안들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DLF를 벼르는 만큼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관련 핵심 현안을 국감 도중에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 사건사고는 최종 종착역이 결국 ‘감독당국의 책임’이 되는 만큼 통상 ‘검사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이 어렵다’며 어물쩍 넘기는 것이 관례”라면서 “국감이 진행되는 중에 중간발표로 내놓을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전했다.
다만 ‘조국 펀드’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에 반사이익도 기대하는 곳도 있다. 국회는 관련법에 따라 국정감사 실시 7일 전까지 해당 기관에 일정 등을 통보해야 한다. 늦어도 10월 1일까지는 증인채택을 마쳐야 하는 셈이다. 물론 증인 채택이 늦어질 경우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부를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카드사와 보험사 등 국감단골인 제2금융권은 대형 이슈가 휩쓸고 지나가는 ‘동선’에서 일단 벗어나 있어 올해 국감은 상대적으로 편안히 맞는 분위기다. 카드 업계의 경우 매년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로 태풍의 눈에 들었지만 올해는 증인출석 등 별다른 이슈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암보험과 즉시연금 등으로 홍역을 치른 보험업계도 새로운 이슈가 없는 만큼 조용한 국감을 기대하고 있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의원들은 아무래도 눈에 띄는 이슈를 선호하기 때문에 올해의 경우 보험사 문제는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이번 국감에서 보험사는 소위 ‘인기’가 없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