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까지 매각해야… 효성 “아직 진행 중인 내용 없어”
증권가에서는 효성캐피탈의 매각가를 4000억 원 전후로 예상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효성캐피탈의 총 자산은 2조 3881억 원, 부채는 1조 9857억 원으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약 4000억 원이 효성캐피탈의 가치라는 것. 하지만 효성그룹은 내년까지 효성캐피탈을 매각해야 하기에 가격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효성그룹은 효성캐피탈 매각을 통해 최대한 많은 돈을 얻길 원할 듯하다. 효성그룹의 지주사 (주)효성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8년 말 137.14%에서 2019년 6월 말 145.5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조 5174억 원에서 1조 6647억 원으로 늘었다. 효성그룹은 효성캐피탈 매각을 통해 재무 개선을 노릴 수 있다.
효성그룹은 유예기간인 2020년 12월까지 효성캐피탈을 매각해야 하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효성그룹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최근 캐피탈업계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실제 현대캐피탈, KB캐피탈, 롯데캐피탈 등 국내 주요 캐피탈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모두 지난해 상반기보다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금융시장의 경쟁심화,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의 규제 방향, 금리 상승 등으로 캐피탈사들의 영업 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캐피탈의 실적도 하락세에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효성캐피탈의 영업이익은 151억 원, 순이익은 12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229억 원, 순이익 171억 원보다 하락했다. 효성캐피탈은 전통적으로 설비리스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최근 건설업과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당시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효성캐피탈의 전통적 주력사업인 산업기계 및 공작기계의 설비금융수요 위축으로 사업안정성이 약화됐다고 판단한다“며 “주력 시장의 수요 둔화, 경쟁심화, 규제강화로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효성캐피탈의 사업안정성 개선도 뚜렷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나마 지난 9월 롯데캐피탈 매각이 완료돼 효성 입장에서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여지가 생겼다.
아직까지 효성캐피탈의 매각 작업은 공식화되지 않았다. 효성그룹이 원하는 매각가와 시장에서 요구하는 매각가의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아직 매각 시한이 남아 있어서 급하게 처리할 필요는 없다”면서 “효성캐피탈 매각과 관련해 아직 특별히 진행 중인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당장 매각이 어려우면 과징금을 내고 매각 시기를 2년 연장하는 방법도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 전환 후 2년이 넘도록 금융계열사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주사가 소유한 주식의 기준대차대조표상 장부가액 합계액의 10분의 1이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 수백억 원의 과징금이 나올 수도 있기에 효성그룹 입장에서 좋은 선택만은 아니다. (주)효성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효성캐피탈의 장부가액은 3628억 원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