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법인 설립 전문성 강화, 포스코 점유율 하락에 공격적 투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료전지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내 연료전지 비중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를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기업의 국내 첫 상장 사례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일, (주)두산의 연료전지 사업부가 분할해 ‘두산퓨얼셀’이라는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두산타워. 사진=박정훈 기자
연료전지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강자로 꼽힌다. 포스코에너지의 내부 추정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발전 설비 보급 점유율은 76.2%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점유율이 하락해 올해 6월 말 기준 점유율은 48%로 나타났다.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에서 결함이 발생한 것이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사이 두산은 연료전지 사업에 적지 않은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 7월 두산은 영국의 연료전지 기술업체인 세레스 파워와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10월 7일에는 현대자동차와 협약해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마이크로그리드용 분산발전’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2016년 3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취임식에서 “연료전지 사업을 글로벌 넘버원 플레이어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듯 연료전지 투자에는 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몇 년간 두산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와 두산건설의 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를 매각했고, 2018년에는 두산엔진을 처분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에도 연료전지 사업에는 계속 투자를 해왔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퓨얼셀의 인산형연료전지(PAFC) 방식 연료전지 공급 실적은 현재 건설 중인 설비까지 포함하면 총 400메가와트(MW) 이상에 달한다”며 “향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될수록 대용량의 부하추종 능력을 가진 PAFC 기술은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두산그룹과 마찬가지로 최근 연료전지 사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사진=고성준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포스코에너지는 오는 11월 연료전지 사업부를 분할해 ‘한국퓨얼셀’이라는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적합한 경영 시스템을 확립해 연료전지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포스코의 연료전지 사업은 예전에 비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부문 매출은 183억 원, 영업손실은 15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 243억 원, 영업손실 52억 원에 비해 실적이 악화됐다. 실적과 점유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두산퓨얼셀’이라는 강력한 도전자를 만난 셈이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회사 분할 효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른 업체와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고객들이 각사의 특장점을 보고 선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포스코가 재무적 부문에서 앞서다보니 향후 투자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각 사가 회사 분할 전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재무 기준 두산퓨얼셀의 부채비율은 177.61%, 총 부채액은 27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2019년 6월 말 재무 기준 한국퓨얼셀의 부채비율은 98.87%, 총 부채액은 1348억 원이다. 6개월의 시간차가 있지만 한국퓨얼셀의 재무가 두산퓨얼셀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그룹 자본력도 포스코가 두산보다 우위에 있다.
두산 측은 포스코를 의식하기보다 내부 상황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우리 나름의 전략과 투자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