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대림·현대 승부수 띄워…정부와 서울시, 집값 상승 막기 규제 칼날 벼리는 중
GS건설·대림산업·현대건설 등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대상 일대. 사진=연합뉴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노후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즐비했던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를 197개동, 5816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바꾸는 대규모 정비사업이다. 공사비 1조 9000억 원에 총 사업비는 7조 원에 달한다. 입지는 뒤로는 남산, 앞으로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지난 18일 건설사들의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고, 오는 12월 15일 총회에서 조합원 투표를 통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이번에는” 절치부심 GS건설
GS건설은 2017년 9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사업 경쟁에서 현대건설에 패했다. 2120가구를 5388가구로 다시 짓는 공사비 2조 7000억 원, 사업비 10조 원의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었다. 일찌감치 공을 들였지만 자금력 열세로 현대건설의 ‘이사비 7000만 원’ 카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사업지는 지난 8월 법원이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내려 일정이 불투명해졌지만, 시공사가 바뀔 가능성은 미지수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영업이익은 35%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주력인 건축·주택부문의 매출과 이익이 각각 44%, 18% 급감한 게 치명적이었다. 주택사업은 매출이익이 20%에 달하는 알짜다. 따라서 한남3구역은 1년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5000억 원의 잉여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곳이다. ‘완판’이 보장되는 서울에서 당분간 이만한 일감을 찾기는 어렵다. 수주에 성공하면 이후 한남2·4·5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유리해진다.
GS건설은 △일반분양 가격 3.3㎡당 7200만 원 보장 △조합원 분양가격 3.3㎡당 3500만 원 이하 보장 △조합사업비 1조 4700억 원 전액 무이자 대여 △상가 조합원을 위해 상업시설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110% 약속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90% 보장 △조합원 전원 한강조망·테라스·펜트하우스 보장 등을 내걸었다.
#‘통큰 베팅’ 대림산업
대림산업 역시 사정은 GS건설과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이상 줄었고, 순이익도 20% 가까이 급감했다. 돈 되는 주택부분에 이렇다 할 신규수주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기필코 따내야 실적추락을 막을 수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도 받아야 한다.
대림산업은 △이주비 100% 보장 △건립이 의무화된 임대주택 통째 매입 △특화설계로 한강 조망권 가구수를 조합안인 1038가구에서 2566가구로 확대 등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대림이 제시한 조건이 가장 파격적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임대주택 통매입은 초고가 단지 입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었다는 분석이다.
#“소원을 말해봐” 자신만만 현대건설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계동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현대건설은 매출이 10조 원을 넘지만, 연간 순이익은 2000억 원대다. 이익률이 높은 건축·주택부문의 매출비중이 절반 이하인 탓이다. 이번 한남3구역에서 승리하면 이후 한강 맞은편 압구정 재건축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압구정의 상징이 현대아파트인 까닭에 현대건설은 압구정 재건축에 유독 애착이 많다.
이번에 현대건설이 내건 조건은 △가구당 5억 원의 최저 이주비 보장 및 추가 이주비 지원 △현대백화점 브랜드 상가 입점 및 대치동 유명학원 유치를 장담했다. 짧지만 굵직하다.
#“불법 여지 수두룩” 칼 가는 정부
세 대형 건설사 간 경쟁도 치열하지만, 더 중요한 변수가 존재한다.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서울시와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벼리고 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132조는 조합의 계약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제안을 승낙해서도 안 되고, 제3자를 통해 우회하는 방법도 엄금한다.
분양가 보장이나 무이자 대출 등은 모두 재산상의 이익제공이라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도정법 132조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은 물론 과징금 부과 및 시공사 자격 박탈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대림산업이 의무 임대아파트를 전량 매입해 민간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제안도 논란이 예상된다. 도정법 서울시 조례 28조에 재개발 임대주택 처분은 서울시로만 제한한다는 조항과 배치되기 때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해당법 18조 6항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재까지 공개된 제안만으로는 법 위반 논란이 거의 없다. 오히려 GS건설과 대림산업의 절박함이 이번 수주전에서 패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열희 언론인
한남3구역 재개발 차입금 조단위 예상…시중은행들도 군침 한남3구역 재개발이 워낙 큰 사업이다 보니 금융권도 관심이 집중된다. 저금리로 이자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데다, 내년부터 기업대출을 늘리지 않으면 규제를 받는 시중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주요 5대 시중은행이 모두 발을 담갔다. 우리·신한은행은 대림산업과,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GS건설과 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골자는 향후 주요 은행들이 재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시공사들도 든든한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시공사가 확정되기도 전에 은행과 금융협력을 공공연히 밝히는 건 이례적이기 때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준비된 업체라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은행이 건설사와 맺은 금융협약은 구속력이 없다는 게 정비업계의 설명이다. 시공사가 확정되고 구체적인 대출규모가 정해지면 금융권과의 짝짓기가 다시 이뤄질 수 있다. 대림산업과 손잡은 우리·신한은행도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면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한남3구역은 공사비만 1조 8000억 원 규모다. 조합원 분양을 먼저 진행하면서 들어올 계약금·중도금 등을 감안하더라도, 시행사(조합)가 금융권에서 끌어와야 할 차입금은 조 단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시중은행이라도 단일 사업장에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집중시키기는 어렵다. 한두 금융기관이 감당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통상 사업비 대출은 여러 은행이 공동 참여한다. 예상되는 위험에 따라 증권사나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리기도 한다. 이처럼 구속력이 없는 협약임에도 은행들이 이름을 내어 준 이유는 그럼에도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먼저 협약을 맺어둬야 더 많은 대출한도를 확보하기 쉽다. 한남3구역은 워낙 입지가 좋아 준공만 되면 100% 분양이 확실시 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업비 보증까지 받았다. 돈 떼일 위험이 거의 없다. 우선 사업비 대출로 이자수익을 얻고, 추후 일반분양 과정에서 중도금·자금대출 같은 개인대출 영업기회까지 기대할 수 있다. 워낙 알짜 단지라 차주들의 신용도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엔 주택사업비 대출금리를 연 3~4%대로 부르던 은행들이 최근 서울 주요 사업장에서는 2%대를 제안하기도 한다”며 “마진은 줄어들지만 리스크는 사실상 없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