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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인점 등에서 팔리고 있는 붉은악마 티셔츠가 실제로는 붉은악마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 ||
단순한 디자인의 이 응원단 티셔츠의 상표권을 두고 붉은악마와 이벤트 대행사인 (주)토피안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 티셔츠는 지난 5월 초 출시된 이후 한 달이 채 못된 현재 재래시장과 할인점, 인터넷 쇼핑몰 등 시중에서 약3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특히 이 티셔츠는 지난 16일 벌어진 스코틀랜드전, 그리고 지난 21일 제주에서 벌어진 잉글랜드전에서 한국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한 뒤부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할인점에 이 티셔츠를 납품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공장이 24시간 풀 가동해도 납기일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5월 말 현재 30만 장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도 “월드컵을 앞둔 탓인지, 갑자기 이 티셔츠를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동대문운동장 주변 등 스포츠의류용품 시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티셔츠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마저 물건이 없어 못팔고 있을 정도로 대박이 터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티셔츠 판매로 수십억원의 돈을 거머쥐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붉은악마측은 정작 “이 티셔츠는 붉은악마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붉은악마 관계자는 “이 티셔츠가 시판되고 있는 것은 이벤트 대행사를 맡고 있는 토피안이란 업체에 의해 벌어진 일이며, 붉은악마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붉은악마는 순수 응원단체일 뿐 상업적인 목적으로 티셔츠를 제작, 판매하는 것은 설립 의도와도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업체의 상업주의에 붉은악마가 이용될 경우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자세.
이에 대해 토피안 관계자는 “붉은악마의 허락없이 티셔츠를 생산 판매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더레즈’란 상표권을 토피안이 쥐고 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붉은악마가 비더레즈의 상표권을 소유하지 못한 것은, 이 단체가 순수 응원단이기 때문. 따라서 이 상표권은 이벤트와 대외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토피안이 보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붉은악마는 비더레즈라는 응원단 캐치프레이즈가 지나치게 돈벌이에만 이용당하고 있다고 판단, 조만간 토피안과 협의해 상표권을 되찾을 방침이다.
그러나 토피안 관계자는 “이 티셔츠 제작은 붉은악마측의 이벤트를 대행하면서 발생한 부채를 갚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며 “붉은악마측도 이같은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월25일자로 제조업체인 거성어패럴에 생산 중단을 지시 했지만, 정상적인 유통단계를 벗어난 유사상품이 나도는 것까지 제재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비더레즈 티셔츠를 둘러싸고 붉은악마와 토피안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토피안은 붉은악마 응원단 설립 초기 회원들이 모여 만든 이벤트 대행업체. 붉은악마는 순수 민간단체여서 월드컵 이벤트는 물론 스폰서 계약을 맺는 데 법적인 어려움이 많아 초기 회원을 중심으로 이 회사를 설립했던 것이다.
설립 초기 토피안과 붉은악마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비더레즈란 상표권을 토피안 명의로 해놓았던 것도 이같은 우호적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
토피안 관계자는 “회사 설립 취지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것이었고, 돈을 벌려고 붉은악마의 이벤트를 대행한 것도 아니다”며 상업적 목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순수한 목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던 이 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은 지난해 체육복표사업자인 타이거풀스와 맺은 계약 때문.
타이거풀스는 지난해 7월 회사 출범식에 붉은악마 회원들이 참석한다는 조건으로 3억원의 후원금을 내겠다고 토피안측에 제의를 했다. 그러나 막상 출범식이 끝나자 타이거풀스는 ‘회원 참석숫자가 저조했다’며 당초 약속 금액의 20%인 6천만원만 지급했다.
이로 인해 타이거풀스 이벤트를 대행한 토피안은 거꾸로 6천여만원의 빚을 지게 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붉은악마 회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비더레즈 티셔츠 판매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토피안 관계자는 “월드컵이 끝나면 붉은악마는 해체되거나 소규모 응원단체로 위상이 바뀔 가능성이 높으며 자연히 토피안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근 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경영상태도 최악에 몰려 채권 회수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구책마련 차원에서 티셔츠 판매에 나섰다는 항변이다.
붉은악마 관계자는 “토피안이 티셔츠 판매로 얻은 정확한 수익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토피안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어 양측의 물밑 공방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