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시 교사 집단괴롭힘 사건 대표적…폐쇄적 환경 탓 “선배 교사에 찍히면 당할 수밖에”
인터넷에 확산된 고베 교사 집단괴롭힘 동영상. 매운 카레를 강제로 먹이고 있다.
“더 이상 안 돼, 하지 마 싫어!” 양팔을 잡힌 채 소리를 지르는 남성의 입에 누군가 강제로 매운 카레를 밀어 넣는다. 반항하느라 남성의 얼굴엔 카레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 그러자 옆에서는 재미있다는 듯 ‘깔깔깔’ 얄궂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고베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교사들 간 집단 괴롭힘’ 사건이다. TV에서 관련 뉴스 동영상이 흘러나오자 분노한 일본인들이 많았다. “설마 교사들끼리 왕따가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가해 교사는 ‘여제’로 불리며 교내에서 권력을 행사하던 40대 여성과 30대 남성 3명을 포함해 총 4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20대 남성과 여성 후배 교사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것으로 드러났다. 뜨거운 국을 억지로 먹이는가 하면, 목을 조르고, 곤봉으로 물집이 잡힐 때까지 구타하기도 했다. 또 피해 교사의 가방에 얼음을 넣고, 산 지 얼마 안 된 자동차에 토마토주스를 붓는 등 유치한 행동도 일삼았다.
일본 잡지 ‘주간문춘’에는 더욱 충격적인 보도가 실렸다. 가해 교사 중 한 명인 30대 남자 교사가 두 피해 남녀교사에게 성행위를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매체에 따르면 “가해 교사는 둘에게 성행위를 하고 이를 촬영해 전송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교사들은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의 추악한 민낯이 폭로되자, 그야말로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가해 교사들은 황급히 고베시 교육위원회를 통해 사과문을 냈다. 이들은 “우선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피해자에게도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피해 교사가 귀여워서 한 행동이었다.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피해 교사의 얼굴에 카레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 사진=FNN 뉴스
실제로 “일본에서는 투서와 고발 등으로 교사를 괴롭히는 괴물 학부모, 일명 ‘몬스터 페어런츠’ 때문에 교직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냐’며 집요하게 책망 받는 등 감정노동이 상당해 휴직률도 높은 편이다.
결국 이러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교사만이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란 어려운 일. 그러다 보니 “분노의 화살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향할 위험이 있다”고 이시카와 평론가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이번 사건처럼 젊은 교사를 괴롭히면서 쌓인 분노와 욕구를 발산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시카와 평론가는 “일본 교육현장이 상당한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원들 간의 작은 괴롭힘은 흔하디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교사답지 않은’ 유치하고 심술궂은 행동도 많단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줬다.
“초등학교는 한 명의 교사가 학급담임을 맡으면서 대부분의 과목도 함께 가르친다. 젊은 교사가 걷고 있는 길은, 이른바 선배 교사 자신이 걸어온 길이기 때문에 참견도 많다. 무조건 순응하길 원한다. 또 폐쇄적인 환경이라 음습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 특히 신경에 거슬렸던 건 책상 위에 올려둔 문방구나 휴지 등 소지품이 곧잘 사라지곤 했던 일이다. 학년 주임교사가 범인이 아닐까 의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가 전근을 가자 분실이 없어졌다.”
나고야대학의 우치다 료 교수는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학교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교육의 장’인 학교는 개입 없이 자립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다. 따라서 문제가 생겨도 법률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자체 해결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그는 “만약 폭력이나 왕따에 시달리는 교원이 나와도 이를 처벌할 마땅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괴롭힘의 표적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주임교사처럼 계급 피라미드 위에 있는 교사는 같은 학교에 8~10년 정도 장기 근속하는 경우도 많아 일단 서열 아래가 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 교사는 변호사를 통해 경찰에 피해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교사들은 ‘장난’이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 ‘폭행죄 적용’을 둘러싼 사건으로써 취급하게 됐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가해 교사들은 모두 교육현장에서 배제된 상태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란다. 학교란 어른사회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현장인 학교에서, 하물며 교사 간에 집단 따돌림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개탄하는 일본 학부모들이 많았다. “가해 교사들을 엄중히 처벌해 아이들을 맡기기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일본, 폭력 없는 왕따 많다 일본매체 ‘IT미디어 비즈니스’는 ‘제3회 이지메(왕따) 문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흥미로운 결과를 소개했다. 관련 심포지엄은 1996년부터 시작, 10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왕따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니라 “조용한 따돌림, 무시, 뒤에서 나누는 험담 등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왕따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비교적 폭력범죄가 적은 나라, 스웨덴과 비교했을 때도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졌다. 가령 가볍게 밀치기, 때리기, 발로 차는 행위 같은 ‘폭력을 동반한 왕따 피해’를 비교한 결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남녀 모두 스웨덴이 일본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스웨덴은 65.6%인 반면, 일본은 절반 수준인 32.8%였다. 그러나 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따돌림, 무시당하거나 험담 같은 피해 경험률은 모두 일본이 스웨덴을 앞섰다. 초등학교 6학년생을 예로 들자면, 스웨덴은 21.4%였지만 일본은 배 이상인 43.4%였다. 이와 관련, 매체는 “일본에서는 따돌림과 무시를 어른들이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것이 아이들 정서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