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시 비행기 ‘비상구 5열 이내’ 전철 ‘바퀴 위쪽’ 승용차 ‘뒷좌석 가운데’ 상대적으로 생존율 높아
#비행기, 비상구에서 가까운 뒤쪽 좌석 확보를
지난 7월, KLM 네덜란드항공 인도 지사가 SNS에 ‘비행기 사고 발생 시 사망률이 높은 좌석’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네티즌들로부터 “탑승객의 불안을 부추기는 게시물”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결국 항공사 측은 “부적절했다”며 게시물을 내리는 소동을 빚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통계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100만 명 중 1명이다. 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할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다만 사고를 당할 확률은 낮지만, 일단 비행기 사고가 나면 임팩트가 크다 보니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디스커버리채널의 추락실험 결과. 가장 앞쪽에 탄 인형은 12G의 힘을 받아 즉사 수준이었고, 중간 부근은 8G, 꼬리 쪽에 앉은 인형은 6G의 힘을 받아 상대적으로 뒤쪽이 덜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발생한 항공기 사고를 통해 ‘기내 어디쯤 앉아야 제일 안전한가’에 대한 분석은 몇 차례 시도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미국 과학기술 전문지 ‘파퓰러 메커닉스’가 발표한 자료다. 잡지는 1971년 이후 항공기 추락 사고를 분석한 결과, “좌석 위치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생존율은 기체 앞부분이 49%, 날개가 있는 중간부분이 56%, 그리고 뒷부분이 69%였다. 즉, 뒤쪽에 앉을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2015년 비슷한 조사를 실시했다. 비행기 좌석 위치별 사망률을 조사한 것이다. 17건의 비행기 사고를 분석했더니, 뒤쪽 자리가 32%, 중간이 39%, 앞쪽 자리는 38%의 사망률을 보였다. 사고 통계만 놓고 보면, 여기서도 역시 “뒤쪽 자리가 좀 더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해주는 실험 결과가 있다. 디스커버리채널은 비행기를 추락시켜 ‘위치에 따라 충격을 얼마나 받는지’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보잉727에 인형(충돌실험용) 무리를 태우고 대담하게 사막에 추락시켰다. 그 결과, 비행기 앞부분은 완전히 잘려나갔다. 가장 앞쪽에 탄 인형은 12G의 힘을 받아 즉사 수준이었고, 중간 부근은 8G, 꼬리 쪽에 앉은 인형은 6G의 힘을 받아 뒤쪽이 가장 덜 위험한 것으로 판명됐다.
물론 이건 비행기가 앞부분부터 부딪쳤을 때의 이야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비행기가 앞쪽부터 부딪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사고란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쪽 좌석이 특별히 안전하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디스커버리채널의 추락 실험에서 비행기 앞부분은 완전히 잘려나갔다.
요컨대 “좌석 위치보다는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하고, 비상구 위치를 미리 알아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추락한 비행기가 멈추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재빨리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디스커버리채널은 “생존 확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는 기체 앞쪽이 아니라 뒤쪽 자리를, 그리고 비상구에서 5열 이내의 좌석을 확보하라”고 권장했다. 덧붙여 “통로 좌석의 승객이 창가 좌석보다 생존율이 약간 높다”고 한다.
#전철은 중앙에서 뒤로 2번째 차량이 안전
일반적으로 선두 차량은 충돌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 차량은 신호기 불량 등으로 정지 중에 추돌할 위험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철도 사고에서 열차 간 충돌‧추돌사고는 극히 적으며, 대부분은 탈선사고가 많다.
그래도 만일에 대비해, 가장 안전한 차량은 어디일까. 미국 일리노이대학 연구에 의하면 “맨 앞과 끝 차량은 충돌 및 추돌의 위험성이 있는 반면, 가운데 차량은 좌우로 요동치기 쉽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틀린 것을 하나씩 지워가는 소거법을 적용하면 중앙에서 2번째 차량, 즉 10차량의 경우 7번째가 가장 무난하다”고 전했다.
바퀴 바로 위쪽인 파란 화살표 지점이 전철 내에서 안전한 장소다. 차량 연결부에 가까운 ‘오버행’(빨간 화살표)은 가장 흔들리는 지점이다. 사진=카라이더재팬
열차 차량 내에서도 안전한 장소가 따로 있다. 차량 구조상 가장 흔들리는 곳은 차량과 차량의 연결부에 가까운 양쪽 끝이다. 이 부분을 흔히 ‘오버행’이라 부른다. 차량의 중심을 받치는 지점(바퀴) 바깥에 위치하고 있어 유독 흔들리기 쉽다. 반대로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부분은 바퀴 바로 위쪽이다. 특별히 튼튼하게 만든 곳이기도 하다.
측면 추돌이나 전복 상황을 고려한다면, 창가 쪽보다는 통로 쪽이 안심이다. 또 KTX 같은 경우 열차진행 방향과 반대인, 역방향 좌석이 보다 안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충돌 시 신체가 진행방향으로 튕겨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승용차는 뒷좌석이 안전
자동차에서 가장 안전한 자리는 의외일지 모른다. 다름 아니라 ‘가장 불편해서 앉기를 꺼려하는’ 뒷좌석 가운데 자리다. 단 안전벨트 착용이 조건이므로, 만약 가운데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는 경우라면 뒷좌석 창가가 안전하다.
뉴욕주립대학은 사망자가 나온 자동차 사고를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뒷좌석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비해 59~89%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뒷좌석의 가운데 자리는 창가보다 25% 더 안전했다. 이는 차종이나 배기량, 에어백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참고로 미국 교통부는 “13세 이하 어린이는 최적의 보호를 위해 뒷좌석에 앉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택시의 경우 어떨까. 가능한 조수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택시 조수석에 에어백이 장착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더욱이 측정기 등 장비가 설치돼 있는 차량도 많으므로 충돌사고 시 안면 등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뒷좌석에 앉더라도 안전벨트 착용이 필수다.
#버스는 문 앞이 가장 위험
충돌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는 자기방어를 위해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시계반대방행으로 돌리게 된다. 따라서 가장 충격을 덜 받는 자리는 운전석 뒤쪽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자리는 차량이 왼쪽으로 돌면서 충격을 그대로 받는 문 바로 앞좌석이 꼽힌다.
최근 고속버스들이 앞 측 유리창 면적이 상당히 커졌다. 전복사고 등으로 유리가 깨지는 상황이 염려된다면, 차량 뒤쪽 통로 자리가 안전하다. 또 엔진이나 가스통이 놓여 있는 자리는 폭발 화재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부상 위험이 큰 자리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