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머니‧컬쳐랜드 높은 할인율 판매…“현금유동성 확보, 2주 시차 위험해”
소셜커머스 ‘티몬’이 현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대량의 문화상품권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상품 1위에 ‘컬쳐랜드 10만 원권’ 8% 할인 상품이 올라와 있는 티몬 홈페이지 캡처(11월 8일 오후 1시 3분 기준).
문화상품권은 이미 티몬의 인기 상품이었다. 11월 8일 오전 9시 54분 기준, 티몬 홈페이지 검색창 ‘인기 검색어’ 1위는 해피머니 상품권, 5위는 컬쳐랜드였다. 오후 2시 24분에도 1위 컬쳐랜드, 3위 해피머니 상품권, 7위 상품권, 10위 ‘문화상품권 온라인 10만원’으로 상품권은 연일 상위권을 장악했다.
티몬은 지난 8월 20일 ‘[해피머니] 예약판매 온라인 상품권 10만 원권 할인 9월 5일 일괄발송’ 상품을 판매했다. 이 상품권은 10%의 할인율로 9만 원에 판매됐다. 티몬이 명시한 판매수량은 15만 8520개. 거래액을 단순 계산하면 142억 원에 달한다. 9월 1일에도 ‘컬쳐랜드PIN 예약판매 10만 원권 할인판매 9월 23일 일괄배송’ 상품을 9만 500원에 판매, 판매수량은 5만 5379개로 약 50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한 셈이다.
이 추정액에 대해서 티몬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그날 많이 팔린 것은 맞지만, 구매한 뒤 곧바로 취소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부분은 수치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부정했다. 판매 수량을 물었지만,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상품권이 최근 대규모 판매된 점, 연일 ‘실시간 베스트’ 순위에 올랐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티몬의 ‘현금 확보설’이 제기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몬은 그동안 현금 유동성이 부족했다. 적자폭이 나날이 확대되며 ‘매출채권’ 확보에 시간이 짧게 걸리는 방법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적법성 여부까진 확실치 않지만 마치 ‘어음 할인 판매’와 비슷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티몬은 누적된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2017년 약 1291억 원이던 현금 자산이 지난해 336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1189억 원에서 1278억 원으로 늘었다. 서 교수는 “10%에 달하는 지나친 할인율의 이유는 무엇인가.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이처럼 판매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큰 폭의 할인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상품들 중 ‘상품권’이 그 역할을 할까. 서 교수는 상품권의 ‘현금 유동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업체(해피머니 판매처인 ‘해피머니아이엔씨’와 컬쳐랜드 판매처인 ‘한국문화진흥’)와 판매처(티몬)는 단기간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판매처는 쉽게 현금 조달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유동자산 중 유동성이 높은 것이 현금, 유가증권,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인데, ‘재고’라는 성격을 가진 상품은 신속한 현금화가 어려운 반면, 상품권은 현금화에 걸리는 기간이 적다. 또한 상품권은 제조와 생산을 거치는 다른 상품들과 다르게 재고가 확보되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품권이 주력 상품이 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파격적인 할인율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수요가 높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외에도 교환 및 환불 요청이나 불만 제기가 다른 상품들에 비해 적어 관리가 쉽다는 점 등의 이유도 제기된다.
아울러 업계는 상품권 판매의 마진율에 주목했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이 오픈마켓 경로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때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얼마나 받는지 알 수 없고, 이 수수료는 각 상품의 카테고리마다 다르다”라며 “상품마다 큰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10%의 수수료를 얻는다는 점을 고려해 계산하면 업체는 (10만 원 권의 상품권을) 8만 1000원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크게 걸고, 엠디와의 협상에 따라 수수료는 바뀔 수 있다”고 상품권의 높은 수수료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 본사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그러나 티몬 측은 “상품권은 마진이 높은 상품이 아니다”라며 “거래액은 늘릴 수는 있겠지만, 매출액은 늘리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트래픽을 올리는 데에는 가끔 도움이 되곤 한다”며 “이 상품을 구매하러 들어와서 다른 상품도 둘러보는 ‘크로스 쇼핑’ 효과를 보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위의 두 상품은 판매일자로부터 약 2주일에서 3주일의 간격을 두고 구매자들에게 발송 및 전달됐다. 이를 두고선 티몬이 현금을 확보해 다른 곳에 활용하기 위해 굳이 시차를 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제기했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몇몇 이커머스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도산 위기에 놓여 있는데, 이렇게 2주의 간격을 두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며 “법에 저촉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얼리버드로 1년 뒤의 공연 티켓을 구매했지만, 그 사이에 출연진에게 사고가 나거나 또는 공연 주최 측의 사정으로 무산되는 경우도 꽤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결제는 소비자들이 먼저 하고 2주 뒤에 재화를 받는다는 것인데, 업체 측은 이 유예기간 동안 금전을 활용할 수 있다”며 “2주 뒤에 어떤 상황이 빚어질지 알 수 없는데,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보험을 들었는지 확인할 수조차 없다. 결제시스템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지용 교수 역시 “상품권을 생산하는 곳은 티몬이 기초자산을 제공한 것을 토대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티몬의 자금을 보고 티몬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2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누가 알겠는가. 2주의 간격을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티몬 측은 “많은 수요가 있었던 만큼 사고가 생길 수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나지 않도록 준비하고, 핀(PIN)번호 전달 및 상품권 배송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었다”라며 “더 좋은 조건을 위해 이 같은 제약을 둔 것이었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앞으로는 2주라는 간격을 확보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티몬은 그동안 홈페이지 상품 설명 하단에 판매량을 공개해 왔으나,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된 뒤부터는 일부 문화상품권 판매에 대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티몬 측은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