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수혈도, 2030도 없고 여성은 단 한 명…인선 주도한 황교안 대표 리더십 도마 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총선기획단 위원들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같은 날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과 비교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 황희두 씨를 비롯해 15명 중 4명을 2030으로 채웠고, 5명은 여성이다. 조국 정국에서 당과 정부에 쓴소리를 했던 금태섭 박용진 의원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총선기획단 인선을 보니 섬뜩한 생각이 든다. 강경파, 온건파, 주류, 비주류, 청년, 여성 등을 두루 아우르는 인선도 그렇지만 유독 제 눈에 띈 인물은 금태섭 의원”이라면서 “가끔은 ‘민주당 의원 맞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없이 소신발언을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를 내치기는커녕 중용했다. 그의 다름을 사버리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번 총선을 대하는 결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의 한 위원은 “인적 구성이 다양해 긍정적으로 본다. 기획단 회의는 상당히 열려 있다. 누구나 발언하고, 발언하면 들어주는 분위기다”라면서 “열심히 하면 총선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이 호평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한국당을 향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총선기획단을 잘 구성했다고 총선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를 간과한 것 같다“면서 “실망스러운 인선이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당은 황희두 위원, 금태섭 의원 등이 계속 언급되고 화제가 된 데 비해 한국당은 구태의연하다는 평가만 받았다”고 꼬집었다.
총선기획단 구성조차 국민 눈높이와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은 총선 공천에서 인적 쇄신이나 새 인재 영입 등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또 총선기획단 위원 인선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황교안 대표 리더십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도 “이번 총선 기획단은 황 대표가 직접 챙겼다고 알고 있다”며 “총선기획단 인물 중에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일요신문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국당 의원들은 근본적으로 당 지도부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황 대표의 박찬주 전 대장 영입 논란에서 당 지도부 간에 불협화음이 노출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재 영입 과정을 보면 당 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최고위원들까지 전혀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총선기획단 위원 인선을 포함해) 인재영입 과정 전체가 실망스러웠다”면서 “최근 당의 행보가 대중 눈높이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점을 봤을 때 총선 전망이 매우 어두운 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당 내에선 총선기획단 위원 인선 논란은 대중과 동 떨어져 있는 한국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장예찬 포스트데이터 정책실장은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인적 구성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에 비해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총선 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했다. 이번 논란을 디딤돌 삼아 보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도전을 한다면 자유한국당에도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