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힘 합치는 게 제3지대 최소조건…여기에 김종인 윤여준 정의화 등 같이 해야”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제3지대 구축을 기대하는 국민적 열망이 20대 국회보다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탈당을 예상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데.
“구태, 기득권으로 상징되는 양당 기득권 체제를 부수기 위해 3당 혹은 다당 체제를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권 유지에만 집착했다. 제3의 길 특징이 통합과 개혁인데 손 대표는 당내 통합조차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싫고 자유한국당도 싫다는 국민들 마음은 모였는데 그 마음으로 다가갈 바른미래당이라는 배는 부서졌다.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어봐야 고사해 죽을 수밖에 없고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기 위해 탈당이라는 선택을 했다.”
―언제 결심했나.
“오래전에 결심한 일은 아니다. 이대로 지지부진하면 총선까지 의미 없다고 생각해 이틀 전 생각나서 고민하다 던졌다. 내가 탈당함으로써 제3지대의 작은 불씨라도 만들고 싶었다. 내 탈당이 여러 사람들에게 지금 당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리고 변화가 시작되는 일종의 모멘텀이 됐으면 좋겠다.”
―손 대표는 ‘유승민 전 대표가 당 장악하면 한국당으로 통합할 것’이라고 했다.
“당권 지키기 위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유 전 대표는 한국당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바른미래당에서 새로운 개혁 보수를 성공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유 전 대표 활동 둥지를 없앤 게 손 대표 실책이다. 유 전 대표가 한국당에 있어도 어떻게든 영입해야 할 사람을 왜 그렇게 쫓아내려고 했나. 손 대표에게 ‘유 전 대표와 무조건 제3지대에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권 지키기 위해 핍박이 계속됐다. 손 대표는 결과적으로 제3지대 파괴자가 됐다. 당의 가장 큰 자산인 안철수 전 대표도 오지 않고, 유 전 대표는 떠나게 생겼다. 손 대표 당권 지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 전 대표가 한국당 갈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전 대표 복귀가 지지부진한 것도 손 대표 때문으로 보나.
“손 대표에게 말한 적 있다. ‘손 대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안철수, 유승민이 얼마나 잘할지에 바른미래당이 달려 있다. 다 내려놓고 두 사람이 잘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지금 어지러운 당에 와서 어떻게든 다시 수습하려다 스타일 구길 수 있다. 지금 당 상황 때문에 복귀를 고민할 수도 있다고 본다.”
―손학규 대표는 왜 그렇게 당권에 집착하는 것일까.
“내가 아니면 이 당이 한국당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엄청 크다. 그걸 막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손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오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주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손 대표가 앞으로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표를 놓았을 때 불안감 같은 것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손 대표가 “제3지대 밀알 되겠다”며 대표 할 인사 모시겠다고 하는데 너무 늦은 얘기다. 최소한 7월에는 나왔어야 할 이야기였다.”
―손 대표는 제3지대 신당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너무 늦었다. 리더십에 잔뜩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누구에게 말이 통하겠나. 또한 새로운 인사를 영입하겠다는데 정당 지지율 약 6%다. 중량급 인사 누가 와서 맡아주겠나. 그래도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결정이다. 손 대표가 정말 결심했다면 신뢰를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말보다 정말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야 사람들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바른미래당은 왜 실패했을까.
“안철수, 유승민 두 사람이 바른미래당 합당 전 대선에서 약 30% 득표율을 얻었고 합당 전 여론조사 지지율이 국민의당 약 5% 바른정당 약 8%를 얻었다. 그런데 막상 합당하니까 다시 지지율이 8%가 됐다. 좌표나 노선이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가치, 혁신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합당 이후 10%를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당의 창당 주역, 대주주인 두 사람이 단 한 번도 창당 목적을 밝히고 실패 이유를 진단하고 반성하는 걸 보여준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사진=최준필 기자
“내년 총선이 제3지대에 굉장히 좋은 지형으로 봤다. 양당 모두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중도의 아이콘 안철수, 개혁보수 아이콘 유승민이 새로운 각오로 나서서 두 사람이 손을 잡는 게 최소 조건이고 이렇게 돼야 약간의 기회가 생긴다. 유 전 대표가 단독으로 신당을 창당한다 해도 가능성 없다. 안철수 전 대표가 복귀해서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합쳐진다 해도 역시 가능성이 없다. 2016년과 비교해 안 전 대표 에너지가 반도 안된다. 호남 지역구 5석 될까말까다.”
―안 전 대표는 한국으로 오지 않고 있는데.
“안 전 대표로선 ‘괜히 총선 나서서 스타일 구기지 말고, 대선 직행하자’는 마음먹을 수 있다. 그렇게 안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패스’한다면 정치 복귀 기회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 안 전 대표가 나설 가능성은 50% 정도로 생각한다.”
―탈당 이후 행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게 가장 좋다. 여의도 셈법으로 보면 안철수, 유승민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는 게 최소 조건이다. 그게 안되면 참여할 생각 없다. 손학규 안철수 조합도 가능성 없고, 유승민 단독도 가능성 없다. 안, 유 두 사람만 합쳐서는 안된다는 게 바른미래당 실패로 드러났다. 안, 유 두 사람이 힘을 합치고 여기에 다른 인재들을 포함해 더 크게 통합해야 한다. 이들이 과거처럼 보수, 진보가 아니고 공정, 정의 같은 새로운 프레임으로 나와야 한다.”
―새로운 사람이라면.
“아직 눈에 보이는 사람이 없다. 기존 세력 중 양당에 속하지 않은 사람 중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윤여준 전 장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등과 같이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들과 얘기도 아직 많이 못 해 봤다. 내가 탈당해서 폭넓게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사람에게 같이 해보자고 말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보기도 할 생각이다.”
―총선 출마할 예정인가.
“제3지대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불출마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가능성 없는데 출마해서 뭐하겠나. 이미 국회의원 두 번이나 했고 한 번 더 하는 게 나에겐 큰 의미가 없다. 국회의원은 일 안하고 누리기만 하면 편하지만 막상 제대로 하려고 하면 정말 힘든 일이다.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정치적 소신과 목표를 향해 세상을 바꾸려고 해야 한다. 제3지대가 시대적 열망이라 믿고 이 열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의원이 돼야 의미가 있지 배지에 연연해 출마할 생각은 없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