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혁 단장 직접 낙점, 조국 수사로 잃은 점수 만회 노려…황교안 외압 의혹 수사 ‘주목’
5년 전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물어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하지만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은 해경 가운데 1명만 받았다. 당시 수사는 선원 등에 집중됐는데, 목포해경 소속 123정장인 김 아무개 경위 한 명만 기소된 게 ‘구조 책임’의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생존 반응이 있었던 학생을 배로 옮기다 학생이 숨졌고 정작 헬기에는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을 태웠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자 검찰은 재수사를 결정했다.
임관혁 안산지청장(사법연수원 26기)을 단장으로 하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출범했다. 11월 11일 별도의 현판식 없이 발족한 세월호 특수단은 참사 원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구조 책임자를 규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사범위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살펴볼 계획이다. 2014년 검찰 수사 기록이 워낙 방대해 당분간은 이를 검토하며 수사 방향을 설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11월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각오와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수사 외압 의혹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에서 제기한 해군의 폐쇄회로(CC)TV 바꿔치기 의혹 △고 임경빈 군 부실 구조 의혹 등이다.
이 가운데 법조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단연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대표의 수사 외압 의혹이다. 황 대표는 기자간담회 등에서 “반복 조사해도 문제될 것 없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제1 야당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될 경우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내년 총선 차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11월 7일 “억울하게 숨진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 문제도 말끔히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수사단 출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번 재수사 결정이 ‘정치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당시 수사가 편중되면서 해경은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고 이 때문에 명확한 사실관계 입증이 필요하지만, 문재인 정부로서는 잃을 게 없는 수사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윤석열 총장도 수사 개시에 공을 들였다. 임관혁 특수단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단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를 2년 연속 역임하며 ‘STX그룹 분식회계 및 로비 사건’과 ‘이명박 정권 하베스트 인수 등 자원외교 비리 사건’ 등 대형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법연수원 26기를 대표하는 특수통이다.
임 단장과 동기인 한 검사는 “방대한 자료 속에서 수사 방향과 기소까지 필요한 근거를 판단하는 능력이 탁월한 특수통”이라고 평가했다. 임 단장 외에도 조대호 대검 인권수사자문관(30기), 용성진 청주지검 영동지청장(33기), 평검사 5명 등 특수부 근무 경험이 있는 검사들 위주로 배치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다.
앞선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인사 면면을 봐라, 특수통을 대거 수사단에 합류시켰지 않느냐”며 “이번 수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강행하면서 문재인 정부로부터 ‘찍혔던’ 검찰의 본능적 좌우 균형 맞추기가 발동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