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실제 광고와 달라…질병 관련성은 확인 안돼
LG전자 의류건조기.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구매하거나 사용한 소비자 247명은 지난 7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해당 제품이 광고와 달리 자동세척 기능을 통한 콘덴서 세척이 원활히 되지 않고 내부 바닥에 고인 잔류 응축수가 악취 및 곰팡이를 유발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구리관 등 내부 금속부품 부식으로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신청 사유로 제시됐다.
집단분쟁조정은 집단적 소비자피해에 대한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50명 이상의 소비자에게 같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절차가 개시된다.
소비자의 문제제기에 대해 LG전자는 콘덴서 먼지 쌓임 현상이 건조기 자체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건조기의 하자로 볼 수 없고 잔류 응축수 및 콘덴서의 녹이 드럼 내 의류에 유입되지 않아 인체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련 기능에 대해 사실과 부합하게 광고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위원회의 판단을 달랐다. 위원회는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의 구체적인 작동 환경에 대해 광고한 내용은 신청인들에게 ‘품질보증’을 약속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실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광고내용과 차이가 있어 콘덴서에 먼지가 쌓였으므로 이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광고에는 ‘1회 건조당 1~3회 세척’, ‘건조시마다 자동으로 세척해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 등의 표현이 포함돼 있다. 실제는 일정 조건(의류의 함수율이 10~15% 이하, 콘덴서 바닥에 1.6~2.0ℓ의 응축수가 모이는 조건)이 충족돼야만 자동세척이 이뤄진다.
한편, 의류 건조기의 잔류 응축수, 녹발생으로 인해 피부질환 등의 질병이 발생했다는 신청인들의 주장은 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인정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위와 같은 내용의 조정결정서를 작성해 당사자에게 14일 이내에 송달할 예정이다. 문서를 송달받은 당사자는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조정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조정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당사자가 위원회 조정결정을 수락하는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위원회는 LG전자에게 당사자가 아닌 자에 대한 보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위원회의 결정은 광고에 따른 사업자의 품질보증책임을 인정해 사업자의 정확한 정보제공 의무를 강조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