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우리 사회 최고 약자” 프듀101 조작 등 ‘불공정’에 목소리 높여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실에서 일요신문과 만나 올해 의정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공정을 최고의 가치로 청년에 관심을 쏟아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공정을 뼛속 깊이 느끼는 세대가 2030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채용 비리를 주로 다뤘다. 채용 비리의 가장 극악한 형태인 고용 세습은 명단까지 발표했다. 국방위에서는 예술체육요원의 불공정 병역 특혜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 이외에도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 문제, 게임판 불공정 계약 등 다양하게 청년들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프로듀스101이 화제였다.
“이렇게까지 간 크게 조작했을지 상상을 못 했다. 한두 명 순위를 바꾼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100% 조작이었을 줄은 몰랐다. 나도 충격이었다. 내 카카오톡방이 제보방, 폭로방인데 프로듀스101은 제보 빈도수가 높았다. 수학에 관심이 많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투표수가 등차수열이었다. 실제 투표가 등차수열로 나올 일이 없으니 확률이 0에 가깝다고 생각했고 그러면 조작이라고 봤다. 구체적인 팩트가 없어도 투표 숫자 자체가 조작이고 투표가 조작이면 방송도 조작이라고 생각했다.”
―LOL 카나비 사건에서 선수와 계약할 때 ‘도장이 맞지 않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 사건도 공정, 청년과 관련돼 관심을 갖게 됐다. 과거 아이돌 가수들의 노예 계약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이건 게임판 유망주 노예 계약 사건이다. 게임 유망주를 중국에 이적시키면서 이적료를 더 받아내기 위해 선수를 가혹하게 협박하고 불리한 조건에 사인하게 만든 사건이다. 특히 서류까지 조작됐다는 점을 밝혀내 충격을 줬다.”
하태경 의원은 “성악가는 되고, BTS는 안되는 병역특례는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병역특례를 주는 기준은 공정성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국민들도 병역특례 제도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손흥민 선수가 군대 갔다면 지금과 같은 활약을 못 봤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지 않나. 필요한 특혜지만 공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악과 판소리에 특례를 주는데 왜 대중가수는 해당이 안 되는가. 국위선양 기준으로 봐도 요즘 대중 가수는 글로벌하게 활동하고 한류를 통해 수출도 잘 된다. 한국 화장품, 한국 소비재가 한류에 큰 도움을 받는다. 특히 음악 계통이 20대가 아니면 안 되는 종목인지도 의문이다. 성악은 30~40대에도 활동하지 않나. 만약 대중가수가 빠지면 같은 부류인 음악 계통은 다 빠져야 맞다.”
―모병제 이슈가 다시 끓고 있다.
“남북미 평화협정이 이뤄진 후에나 고려할 문제다. 남북문제가 잠시 평화무드였다가 다시 미사일을 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 육지에서 맞닿아 있어 육상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 안 그래도 현재 병력이 없다고 하는데 지금은 탁상공론이다.”
―청년들 이슈를 주로 다루면서 느낀 게 있다면.
“청년들이 훨씬 적극적이고 표현을 잘 한다. 옛 어른들은 사랑해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하는 것과 달리 요즘 청년들은 거침없다. 만나면 같이 사진 찍자고도 하고 길거리나 기차에서 만나면 고맙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국회의원이 지나치게 이슈만 따라 다닌다는 비판도 있다.
“전체주의 사회도 아니고 부정적 여론이 없는 게 이상하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뭐 하는 자리냐’는 질문을 드리고 싶다. 한 우물만 파는 자리인가? 국방위 소속이라고 국방만 관심을 둬야 할까. 혹은 당사자가 어떤 전문 분야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 분야만 관심 갖는 게 바람직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자리다. 국민의 관심은 다양하다. 그 다양한 관심에 대해 국회의원은 최선을 다해 대변해야 하고 특히 사회 약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 최고 약자 세대가 청년들이고 그 점이 내가 청년에 관심 갖는 이유기도 하다.”
―청년이 최고 약자 세대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8포, 9포세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부모보다 더 기회가 없는 세대, 부모보다 더 꿈이 작은 세대다. 그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아직 우리 사회 기회가 있다, 우리 사회 문이 열려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불공정한 특권 집단을 없애고 벽을 걷어줘야 한다.”
―청년들은 왜 공정에 민감해할까.
“과거에는 기회가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대학 졸업하고 취업할 때는 오라는 회사가 많았다. 그때는 사회가 불공정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취업 경쟁률이 100 대 1, 1000 대 1이다. 불공정하면 피해자가 100명, 1000명이 된다. 기회의 문이 좁아졌기 때문에 공정이란 가치에 민감해졌다고 본다.”
하태경 의원은 “한국당이 탄핵 극복 세력이 돼야 합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총선은 망한다”고 말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자유한국당과 통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라는 3원칙에 동의하는 사람들과는 다 합칠 수 있다는 게 원칙이다. 3원칙 중 가장 중요한 건 탄핵 극복 세력이라는 거다. 이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과는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제21대 총선은 어떻게 예상하나.
“한국당이 탄핵 극복 개혁세력으로 갈 수 있고, 하나로 합칠 수 있다면 임팩트가 클 것이고 실패하면 총선 망한다고 본다.”
―바른미래당이라는 정치 실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여당 하고 싶은 사람과 야당 하고 싶은 사람이 섞여 있어서 그렇다. 정책의 차이가 아니다. 정책은 상당히 비슷하다. 여당 하고 싶은, 즉 한국당을 심판하자는 손학규 대표와 야당 하고 싶은, 집권당을 심판하자는 나머지가 합쳐져 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