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수치는 정우영보다 이창진·전상현이 높아…주인공 린드블럼 시상식 불참 아쉬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시상식이 열렸다. 린드블럼은 MVP 수상으로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타격 3관왕 물리친 투수 3관왕 린드블럼
2019 시즌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MVP는 투수 3관왕 린드블럼의 몫이었다. 그는 다승·승률·탈삼진 부문에서 각각 20승, 0.870, 189개를 기록하며 ‘투수 3관왕’에 올랐다. 이외에도 양현종과 막판까지 경합하며 평균자책점 2위(2.50)에 올랐고 가장 많은 이닝(194⅔)을 소화하며 가장 낮은 이닝당출루허용율(WHIP)을 기록한 투수였다.
그의 경쟁자는 박병호, 김광현, 양현종, 양의지였다. 2위 양의지 역시 한 시즌간 린드블럼 못지 않은 활약을 보였다. 앞서 부문별 수상에서 타율(0.354), 장타율(0.574), 출루율(0.438) 1위에 올라 트로피를 수집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 NC로 이적해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로 끌어올린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NC가 1년 만에 10위에서 5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양의지가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린드블럼은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의 에이스 투수였다. 두산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일에 극적으로 1위에 등극했다. 그런 두산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기록을 남긴 에이스였기에 양의지와 비교해 임팩트 면에서 앞섰다는 평가다.
일부 팬들은 2016년 MVP 경쟁을 떠올리기도 했다. 린드블럼-양의지의 경쟁 구도가 2016년 당시 더스틴 니퍼트-최형우의 경쟁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2016 시즌 다승(22승), 평균자책점(2.95), 승률(0.880)에서 1위에 올랐고 최형우는 타율(0.276)과 타점(144) 1위를 차지했다. 최형우는 이외에도 출루율 2위, 장타율 2위 등 타격지표 상위권을 차지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MVP 트로피는 니퍼트의 차지였다. 각각 1위와 5위에 오른 팀성적이 반영됐고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낸 경우 투수로 표심이 쏠리는 ‘전통’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생애 한번뿐인 신인상의 영광은 LG 투수 정우영이 안았다. 사진=임준선 기자
#정우영 LG가 배출한 여섯 번째 신인왕
MVP에 앞서 발표된 신인왕은 LG 정우영이 차지했다. 정우영은 프로 무대를 처음 밟은 이번 시즌 4승 6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2라는 기록을 남겼다. 경쟁자였던 KIA 내야수 이창진과 투수 전상현을 밀어냈다.
정우영은 22년 만에 LG(전신 MBC 청룡 포함)가 배출한 여섯 번째 신인왕으로도 눈길을 모았다. 이전까지 LG 출신 마지막 신인왕은 1999년생인 정우영이 태어나기 전인 1997년 이병규였다. 이전까지 김건우(1986), 이용철(1988), 김동수(1990), 유지현(1994) 등을 배출한 바 있다.
이로써 LG는 두산(OB 포함), 삼성, 해체한 현대(삼미, 청보, 태평양 포함)와 함께 가장 많은 신인왕(6명)을 탄생시킨 구단 반열에 올라섰다. 이들의 뒤를 한화(빙그레 포함), 키움(넥센 포함)이 3명으로 쫓고 있다.
정우영은 25년 전 우승을 이야기했다. 그는 소감과 함께 “우승 트로피가 더 간절하다. 신인상을 받았으니 1994년이 마지막인 우승도 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신인왕 근래 보기 드문 각축전
당초 MVP 수상은 린드블럼이 유력했다. 수상자 발표 직전 특별 MC 격으로 나선 개그맨 김완기가 예상 수상자를 묻는 질문에 손혁 키움 감독, MVP 투표 5위에 오른 박병호 모두 린드블럼을 지목했다.
2019 시즌 최고의 타자였던 NC 포수 양의지는 린드블럼과 경합 끝에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사진=임준선 기자
‘표심’도 린드블럼에게 몰렸다. 110명의 투표인단이 1위부터 5위까지(1위 8점, 2위 4점, 3위 3점, 4위 2점, 5위 1점) 후보를 뽑는 투표 방식이 도입된 이후(2016년) 최고점인 716점이 나왔다. 2위 양의지는 352점을 얻었다. 이전까지 최고점은 2017년 양현종의 656점이었다.
MVP와 달리 신인상은 근래 보기 드문 각축을 벌였다. 정우영은 최근 4년 내 가장 적은 점수로 1위에 올랐다. 2016년 신재영(453점), 2017년 이정후(503점), 2018년 강백호(514점)와 달리 400점에 못미치는 380점으로 경쟁자들을 제쳤다. 2위 이창진이 171점, 3위 전상현이 154점이었다.
일부에선 기록을 근거로 경쟁자들의 탈락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투수 전성현은 1승 4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정우영과 비교해 홀드 하나가 모자랐고 평균자책점은 더 낮았다. 야수 이창진은 133경기에 나서 타율 0.270 108안타 6홈런 48타점 8도루의 성적을 냈다.
‘2차 스탯’을 들며 투표 결과가 아쉽다는 의견도 나온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수치는 이창진(2.49), 전상현(1.26), 정우영(0.05) 순이다. 정우영이 대체선수에 비해 팀에 0.05승을 더 안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로피의 주인은 정우영이었다.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KIA와 달리 4위에 오른 LG의 팀성적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또 정우영은 4월 12경기 2실점, 5월 11경기 5실점, 6월 11경기 5실점으로 전반기 강한 임팩트를 남긴 바 있다. 경쟁자들과 달리 프리미어12이 나설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외인 불참이 남긴 아쉬움
시상식의 주인공 격인 MVP 린드블럼은 현장에 없었다. 요르단에서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봉사활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상 발표 직후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린드블럼은 MVP 이외에도 3개의 개인 타이틀을 따냈지만 영상으로 수상소감을 전해야 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린드블럼 이외에도 안타상(197)을 받은 두산 내야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타점상(113) 제리 샌즈도 고국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고 있어 시상식에 불참했다.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 약 1개월, 페넌트레이스 종료 이후로는 55일이 지난 시점이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들로선 참가하기 어렵다. KBO 관계자는 “국제대회(프리미어12) 일정으로 시상식이 올해 유난히 늦게 열렸다”고 설명했다.
로저 버나디나, 에릭 테임즈, 더스틴 니퍼트 등 시상식에 나서는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상황은 매년 반복돼 왔다.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시상식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경우 외국인 선수가 시상식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다.
긴 시즌을 마무리하고 되돌아보는 축제와 같은 현장. 내외국인 선수 구분 없이 모두 참가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는 없을까. 힌트는 타 종목에서 얻을 수 있다. 외국선수 수상 부문을 별도로 편성한 KBL은 플레이오프가 시작하기 전, 정규리그 종료 직후 시상식을 개최한다. K리그도 비슷하다. 주말 마지막 라운드 일정이 끝난 다음날 시상식을 연다. 승격과 강등을 놓고 승부를 벌이는 승강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