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일부 사퇴·직무 정지 상태라 KBO 징계 실효성 의문…“‘클린 베이스볼’ 외친 정운찬 총재 직접 나서야”
키움 히어로즈는 8일 KBO에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정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KBO는 이 서류를 검토한 다음 제재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KBO의 제재 범위와 그 실효성 관련해서 의구심이 쌓이고 있다. KBO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히어로즈의 보고서를 통해 임직원들이 ‘옥중경영’에 관여한 정황이 밝혀지면 징계를 내리겠다고 하지만 관련 인물들인 박준상 전 대표, 임상수 변호사, 임은주 부사장 등은 사퇴했거나 직무 정지 상태라 징계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키움 히어로즈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는 정운찬 KBO 총재. 사진=연합뉴스
앞서 언급한 야구인 A 씨는 KBO의 안일한 일처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이장석 전 대표가 구속됐을 때 KBO는 좀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어야 한다. 그가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해도 옥중에서 구단 경영에 관여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KBO는 이 전 대표에게 영구실격 징계만 내렸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안일한 대응이 이번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고 본다. 히어로즈의 내부 문제는 올 시즌에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KBO가 몰랐을 리가 없다. 곪을 대로 곪은 구단 문제가 하나둘씩 터지면서 야구판 전체를 흔들고 있는데도 KBO는 구경꾼의 입장이었다.”
A 씨가 분노하는 부분은 선수단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이장석 전 대표가 알려진 것만 82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히어로즈 구단을 가보니 오래된 텔레비전을 최근에서야 교체했다고 하더라. 선수들에게 고기 회식도 못해주다 포스트시즌 앞두고 오랜만에 선수단이 고기 회식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똑같은 야구 선수들인데 다른 팀 선수들과 히어로즈 선수들의 선수단 지원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장정석 감독이 팀을 잘 이끌었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A 씨는 히어로즈 오너의 부도덕한 행태와 잡음들로 인해 점점 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현재 이장석 전 대표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의 지분 싸움도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소액 주주들도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구단 내부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진흙탕 싸움만 벌어지고 있는 터라 이 전 대표의 존재 자체가 KBO리그의 품위와 품격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본다. 스토브리그만 되면 반복되는 히어로즈 문제로 인해 원래의 히어로즈 팬들조차 야구장으로의 발길을 끊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들의 행태를 두고만 볼 것인가. KBO는 이번에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1년 전처럼 어영부영하며 보여주기식의 제재만 내린다면 팬들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KBO 정운찬 총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 총재가 내건 ‘클린 베이스볼’의 의미가 무엇인가. 히어로즈 사태가 절대 클린하지 않은데 어떻게 리그를 클린하게 만들겠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말로만 클린 베이스볼을 외치지 말고 실제 클린 베이스볼이 될 수 있도록 총재가 직접 나서야 한다. 만약 KBO의 제재 방안에 이장석 전 대표가 소송을 걸어온다면 충분히 맞서 싸우겠다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는 절대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KBO가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선수들과 팬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