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타격 불가피…“제조‧판매 일원화해 가격 낮춰야”
생수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한 삼다수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홈페이지 캡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생수 소매시장은 2016년 7298억 원, 2017년 7754억 원, 2018년 8258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생수 브랜드와 제조사도 증가해, 총 67개 수원지에서 70개 제조사가 각기 다른 300여 개 브랜드의 생수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최근 제과업체 오리온이 “에비앙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생수를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것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생수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것으로 해석된다.
생수시장 부동의 1위는 삼다수다. 1998년 3월 출시된 삼다수는 ‘제주도’, ‘청정’, ‘자연’ 이미지를 바탕으로 성장하며 ‘국민 생수’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삼다수의 아성에 금이 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08년 시장 점유율 40% 중반을 웃도는 영향력을 자랑했던 삼다수 입장에선 위기를 느낄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은 삼다수 41.5%, 아이시스(롯데칠성음료) 10.3%, 백산수(농심) 7.6%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조사 결과에선 삼다수 38%, 아이시스 13%, 백산수 8%로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 2‧3위인 아이시스와 백산수는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아이시스의 정식 명칭은 ‘아이시스 8.0’이다. pH(수소이온)농도가 8.0으로 인체의 산성화를 약알칼리로 균형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심이 삼다수의 판권을 광동제약에 뺏긴 뒤 만든 백산수의 추격이 거세다. 백산수는 백두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건강한 물’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 등락에 따라 삼다수와 손을 잡은 유통업체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삼다수의 수원지는 제주도로, 생산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JPDC)가 담당하고 있다. 제주도와 그 외 전국 대형 마트에는 JPDC가 직접 삼다수를 유통하지만, 제주도와 전국 대형 마트를 제외한 곳의 유통 공급은 다른 곳에서 한다. 소매 및 편의점에 유통되는 소매용 삼다수는 광동제약이, 호텔과 리조트 및 자판기에 유통되는 비소매‧업소용 삼다수는 LG생활건강(코카콜라음료)이 담당한다. 생수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에서 유통하는 것은 전체 삼다수의 10%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다수의 시장점유율과 판매 실적에 광동제약이 더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
광동제약 전체 매출에서도 삼다수의 비율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동제약의 삼다수는 3분기까지 매출 1조 613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광동제약 전체 매출인 5조 6012억 원의 28.8%에 달하는 수준이다. JPDC와 광동제약의 계약은 ‘4+1’이다. 4년 계약에 1회에 한해 1년 연장하는 방식이다. 양측은 2012년 12월부터 ‘4+1’ 계약을 맺었으며 2017년 말 재계약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재계약 종료는 2021년 12월이다.
광동제약 입장에서 삼다수는 놓치기 싫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유통업계 한쪽에서는 다른 말이 나오기도 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다수 성적을 두고 JPDC 내에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고 들었다”며 “광동제약과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유통업체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수와 의약외품의 유통 경로가 상이한 만큼 삼다수 유통의 적임자를 다시 찾아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의 변화도 삼다수의 위치를 흔들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휴대가 간편하고 실용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생수 업체들은 200ml, 300ml 등 소용량 생수를 제작했다. 또 소비자들이 생수의 상당한 무게에 불편함을 느끼자 업체들은 자체 배송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가정 정기 배송도 시작했다.
무엇보다 삼다수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가격이다. 앞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생수 구입 시 고려 요인으로 가격, 주위 평판, 판촉행사, 수원지, 원산지, 원수원 순서로 꼽았다. 11월 28일 기준,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삼다수 2리터(L) 24병은 100ml당 58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쿠팡의 자체 제작 브랜드인 탐사수 2L 24병은 100ml당 24원에 판매됐다. 롯데마트 브랜드 온리 프라이스 미네랄워터 2L 6병은 롯데마트몰에서 100ml당 16원에 판매됐다. 이미 온‧오프라인 업체들이 생수 자체브랜드(PB)를 만들어 기존 생수보다 절반에 가까운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가격 대비 삼다수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워터소믈리에)는 “삼다수의 무기질은 국내에 다른 브랜드와 큰 차이도 없기 때문에 ‘건강’을 내세워 마케팅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다른 브랜드들이 저렴한 생수를 많이 출시한 것이 삼다수에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또 “지금처럼 여러 곳이 계약하고 여러 지역 공급과 유통을 달리 하면 가격을 낮추기 어려우며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가는 것”이라며 “제조와 판매를 일원화하고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