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두 점 깔고 치수고치기 3번기…기본 대국료 1억 5천만원, 3판 모두 이기면 총 3억원 받아
프로기사직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이 알파고 이후 다시 인공지능과 대결을 펼친다.
대국일정과 방식은 이미 나왔다. SBS와 K바둑, NHN이 주최·주관하고 바디프랜드가 후원한다. 일정은 1국이 12월 18일, 2국이 19일 서울에서 열리고, 3국은 21일 이세돌의 고향 신안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대국은 SBS와 한국바둑방송(K바둑)에서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방식은 NHN이 개발한 ‘한돌’과 두 점으로 대결을 시작해 승패에 따라 치석을 한 점씩 조정하는 ‘치수고치기’다. 만약 이세돌이 계속 지면 3국에선 넉 점까지 깔아야 한다.
이세돌의 은퇴대국 상대는 NHN이 개발한 ‘한돌’이다.
현재 AI가 지닌 기술적인 한계로 흑이 돌을 깔고 둬도 백에게 덤을 7.5집을 줘야 한다. 전통적인 치수고치기라고 보긴 어렵다. 사실 1국처럼 두 점을 깔고 흑이 덤 7.5집을 주면 정선과 큰 차이가 없다. 이세돌은 “프로기사들은 보통 흑이 두 점을 미리 깔면 백이 덤 17~18집 정도를 주는 걸로 계산한다. 아주 큰 차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1국과 2국은 바디프랜드 본사(도곡타워)에서 열릴 예정이다. 3국은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다. 신안군 관계자는 “이세돌은 신안이 배출한 최고의 인재다. 은퇴기 마지막 대국을 고향에서 열어 고맙게 생각한다. 신안군도 대회가 원활하게 열리도록 여러모로 협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세돌은 이번 은퇴대국에서 기본 대국료 1억 5000만 원을 받고, 한 판 이길 때마다 승리수당 5000만 원을 책정했다. 이세돌이 세 판을 모두 이겨야 총 상금 3억 원이 된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라고 외쳤던 이세돌은 이제 두 점을 깔고도 이길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이세돌이 두었던 알파고는 개발 중인 베타버전이었다. 인간과 대국에서 1패 기록을 남겼다. 이세돌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금 인공지능보다 약했다. 일종의 버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후에 나온 알파고 마스터버전은 현 최강자 커제를 3-0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더 발전한 제로계열 버전까지 공개하고 알파고가 은퇴했다. 이세돌은 “은퇴대국을 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대국상대를 찾지 못해 AI를 선택했다. 호선으로 두면 어차피 지니까 두는 의미가 없기에 접바둑 치수고치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접바둑이라도 쉽게 이기진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시중에 나온 AI만 해도 이세돌과 대결했던 알파고는 능가한다. AI 한돌은 올해 8월 중국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오픈’에서 3위에 올랐던 강자다. 치수가 그냥 두 점이 아니라 덤 7.5집을 거꾸로 주는 점도 크다. 결국 1국은 정선에 이세돌이 돌 서너 개를 받고 두는 정도다. 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1국 결과 예상을 묻자 대부분 프로들이 인공지능이 8 대 2 이상 유리하다고 말했다. 2국에서 이세돌이 3점을 깔고 7.5집을 주는 방식이라면 5 대 5 승부로 봤고, 네 점을 깐다면 덤과 관계없이 이세돌이 이긴다고 예상했다.
이세돌의 마지막 은퇴대국도 인간과 대결이 아니었다.
은퇴 후 사석에서 이세돌을 만났다는 염정훈 8단은 유튜브 채널(광파고 TV)를 통해 “바둑은 두 기사가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내가 잘 둬도 상대의 내용이 안 좋으면 좋은 바둑이라고 할 수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프로기사생활 24년을 했지만, 아직도 이렇다하게 기억에 남길 바둑이 없다”는 이세돌의 발언을 밝혔다. 이번 은퇴기에선 완벽에 가까운 인공지능(AI)이 상대다. 마지막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바둑을 만들 수 있을까?
박주성 객원기자
이세돌의 은퇴대국 1국은 12월 18일 낮 12시부터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