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측 지분율 압도 못해 국민연금과 외인 역할 주목…대림 “향후 행동 정해진 것 없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19년 12월 27일 회의를 개최해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횡령, 배임 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에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과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을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해욱 회장의 대림산업 사내이사 임기와 조현준 회장의 (주)효성 대표이사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지난 12월 2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이사 연임을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하지만 대림과 효성의 상황은 다르다. 조현준 회장을 비롯해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 등 조 회장과 특수관계자의 (주)효성 지분율은 과반수인 55.08%다. 국민연금의 (주)효성 지분율은 10.0%에 불과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반면 대림산업 최대주주 대림코퍼레이션과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대림산업 지분율은 23.12%로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친다. 또 국민연금의 대림산업 지분율은 12.24%로 이해욱 회장 측과 10.88%포인트(p) 차이로 (주)효성에 비하면 그 차이가 적다. 대림산업은 2019년 1~3분기 7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 대림그룹의 핵심 계열사이기에 이 회장이 이사 자리를 포기하기도 힘들다.
현 정부와 대림산업의 관계도 좋은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2019 기업인과 대화’에 대림은 초대받지 못했다. 당시 재계 20위 내 기업 중 초대받지 못한 기업은 한진그룹, 부영그룹, 대림그룹, 3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갑질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오너 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곳이었다.
국민연금은 최근 들어 기업 오너의 이사 연임에 적지 않은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9년 한 해 동안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한 것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주)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 이사,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팬오션·NS쇼핑 이사,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HDC현대EP 이사,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이사 연임 등에 반대했다. 이유는 대부분 ‘주주권익 침해 이력’과 ‘과다겸임에 따른 충실의무 수행 우려’였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면 재계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발표 후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이 늘면 신산업 진출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은 기업들의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국민들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은 “활동 요건이 발생한 경우 문제 개선 등을 위해 사실관계 확인 및 기업과의 충분한 대화 등의 노력을 하며 예외적으로 개선이 극히 어려운 경우에 한해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게 된다”고 밝혀 대림산업의 태도에 따라 국민연금이 이해욱 회장의 연임을 찬성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6개 단체는 2019년 12월 27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국민 노후자금의 선량한 수탁자로서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설 책임이 있다”며 “사법절차를 밟고 있는 효성과 대림 이사들의 이사직 상실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준비하고, 해당 회사에 독립적·공익적 사외이사를 추천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들어 기업 오너의 이사 연임에 적지 않은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전라북도 전주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사. 사진=연합뉴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대림산업에 외국인투자자가 늘고 있어 이들이 이 회장 연임 여부에 어떤 역할을 할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림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2018년 초 33.48%에서 서서히 증가해 2019년 8월 50%를 넘어섰다. 2019년 말 기준 대림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48.59%로 줄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비중이다. 외국인투자자 중에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펀드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대림산업의 대표적 외국인투자자는 지분율 5.0%의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블랙록 펀드)’다. 다만 블랙록 펀드는 2019년 1월 대림산업 주식을 매입할 때 “단순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전부터 외국인투자자에 의한 대림산업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2019년 7월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대림산업에 대한 오너 지분율이 취약한 점을 고려하면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투자자의 지지 여부가 이해욱 회장의 2020년 이후 이사회 임기 연장을 결정지을 것”이라며 “2020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회장과 관련한 이슈가 부각될 경우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민연금에서 공식적인 움직임이 없기에 우리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상황을 보고 있지만 향후 행동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