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불가피, 국제정세, 국민연금 주도 주총 주목…대기업 지배구조 관련주 IPO도 눈길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에서 바라본 성북구 일대 아파트. 사진=고성준 기자
#집값 더 오른다
12·16 대책에도 불구하고 새해 집값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서울 부동산의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서 풍선효과도 예상된다. 사실상 정부기구인 주택금융공사(HF)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수요가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데, 재개발 규제정책으로 공급량은 더욱 감소하고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수도권으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올 준공 물량은 전년대비 27%, 5만 호가량 줄어든다. 전국적으로는 입주량이 30만 호 정도로 지난 3년 평균 대비 25%가량 적다. 고강도 대출규제로 서울 아파트는 사실상 현금부자들의 전유물 또는 청약 로또가 됐다. 내집 마련을 하려는 중산층과 서민은 서울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의 귀환
올해 주요 산업 가운데 가장 확실한 회복이 점쳐지는 곳이 반도체다. 국내 주요 전망기관들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대비 5~12%, 메모리 시장은 4~22%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수요가 정점이었던 2018년만큼은 아니더라도, 바닥을 쳤던 지난해보다는 분명 크게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반토막 이상 이익이 급감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미 지난해 말 종가 기준, 2018년 말보다 각각 44%, 55%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해 업황개선을 반영한 모습이다. 2년 연속 40% 이상 주가가 오른 경우는 슈퍼사이클인 2016~2017년 때뿐이다. 그때만큼의 초호황이 아니라면 추가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전쟁과 평화
미중 간 경제전쟁과 북미 간 핵협상은 2020년에도 주요한 화두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증시 호재다. 반대의 경우는 악재다. 중국 경제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 온 우리 경제에 아주 중요한 변수다.
이와 별도로 북미 핵협상 추이 역시 중요하다. 원만히 핵협상이 타결될 경우 남북 경협주를 중심으로 테마주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 핵협상이 좌초될 경우 방산주 랠리가 예상된다. 전쟁 위기가 고조될 경우 지정학적 위험을 우려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무역분쟁이나 북한과의 핵협상 모두 연착륙을 시도할 것이란 예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대기업 기업공개
대기업 지배구조와 밀접한 대어들의 상장(기업공개·IPO)도 기대할 만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서는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계열사 간 주식 맞교환을 위해서는 논란 없는 가치산정이 중요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비상장사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정 수석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 16.4%의 가치는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배하는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67%를 보유하고 있다. 높은 값에 상장될수록 유리하다.
SK그룹도 주목할 만한 곳이다. 최태원 회장의 SK(주) 지배력이 형제 간 지분 증여와 이혼소송 등으로 지배력 약화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최 회장이 개인자격으로 투자한 SK실트론이 지배력 강화의 ‘황금열쇠’가 될 수 있다.
롯데그룹도 호텔롯데 상장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현재의 지분구조로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이 항구적으로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막대한 상장 차익이 일본에 귀속되는 만큼 한일 관계가 변수다.
#치열해질 표 대결
최근 국민연금은 횡령·배임은 물론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해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대해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요건(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 만큼 현실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정관변경 등은 충분히 시도가 가능하다.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주주들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국민연금 주도의 주총 표 대결이 활발해질 수 있다. 국민연금 정책변화에 발맞춰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전문투자집단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한편 올 3월 주총 최대 관심사는 한진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원태 회장의 등기이사 연임, 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 등을 둘러싸고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표 결집 여부를 떠나 지난해 제대로 표대결에 나서지 못한 KCGI가 어떤 형태로든 경영참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일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