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초반 노무현 ‘탄핵역풍’으로 압승, 40%대 박근혜 ‘내분’으로 패배…이번엔 중도 표심이 좌우할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1월 20일 기준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5.3%다. 사진=청와대 제공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통령 지지율로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그렇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16년 20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20대 총선을 5일 남겨둔 2016년 4월 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43%였다. 전주 대비 5%포인트(p) 올랐다. 정당 지지율에선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39%로 2위인 민주당을 18%p 앞섰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총선 전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어 180석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압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민주당은 지역구 110석과 비례대표 13석을 얻어 총 123석으로 원내 제1당을 차지했다. 텃밭인 호남 지역을 국민의당에 내주고도 수도권 압승으로 이뤄낸 성적이었다. 민주당은 수도권 지역구(서울·경기·인천) 122석 가운데 82석을 가져갔다. 새누리당은 122석(지역구 105-비례대표 17)으로 사실상 패했다. ‘안철수 열풍’을 등에 업은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대약진하며 원내교섭단체(38석)로 발돋움했다.
당시 여권은 판세를 자신한 나머지 내부 싸움에 골몰했다. 공천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당이 불협화음을 냈다. 진짜 친박을 일컫는 ‘진박’ 인사들의 낙하산 공천이 청와대발로 이뤄졌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결국 새누리당의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20대 총선에서의 반전 결과는 박근혜 정부 몰락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 당일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엔 총선이 두 번 실시됐다. 2008년 4월 9일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50%대 초반이었다. 정당 지지율 역시 한나라당은 40%대 후반으로 2위인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을 두 배 이상 앞섰다. 결과 역시 이런 흐름이 계속됐다. 한나라당이 153석을 쓸어 담아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통합민주당(81석) 자유선진당(18석)이 그 뒤를 이었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임기 첫해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2012년 19대 총선은 18대 총선과 양상이 달랐다. 임기 막바지였던 이 전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부정평가는 60%대에 육박했다. 임기 말 나타나곤 했던 레임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 격차는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민주통합당의 정권 심판 프레임도 먹혀들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반전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정당을 유지했다. 민주당 역시 127석으로 선전하긴 했지만 새누리당을 막기엔 부족했다. 이는 새누리당 유력 차기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존재감과 무관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총선을 이끌었다. 한때 대권 행보에 대한 회의감이 퍼지기도 했던 박 전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권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 키워드는 ‘탄핵 역풍’이었다.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한 사건은 17대 총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임기 2년 차였던 2004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10%대 초반에 불과했다. 정당지지율은 열린우리당 24.1%, 한나라당 18.5%, 새천년민주당 15.5% 순이었다.
탄핵 소추안 의결 이후 이 지지율은 크게 요동쳤다. 각종 여론조사서 열린우리당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한나라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이는 총선 결과로 이어졌다.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의 사례를 봤을 때 ‘대통령 지지율 방정식’은 무조건적 성립하진 않았다. 상수가 아닌 변수 중 하나였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정당 지지율 등 여론조사 수치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면서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선거구제로 실시되는 총선의 여러 역학관계를 담기엔 여론조사 표본이 적은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총선은 20대 총선 때처럼 유권자가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에서 결을 달리하는 ‘분할 투표’ 양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분할투표를 하는 이들은 중도 유권자층”이라고 했다. 대통령 지지율보다는 중도층 표심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이란 전망과 맥을 같이 한다.
채진원 연구위원은 “좌·우 극단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갈 곳이 모호한 상황에서 표심이 안철수 신당으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신당이 좋아서 찍기보다는 화풀이 형태 ‘저항 투표’ 개념으로 유권자들이 제3세력에 표를 던지는 현상”이라며 “이렇게 되면 대통령 국정지지도나 정당 지지율과 상관없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등 기존 정당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