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리조트 개발 투자금 1000억 원 ‘꽁꽁’…법무법인 부산·지평 연관성 등도 주목
라임자산운용의 캄보디아 프로젝트 요약투자설명서(Teaser Memorandum).
캄보디아라는 네 글자에 분노를 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은 2003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부근에 ‘캄코’라는 신도시 사업을 하겠다던 이상호 대표에게 3000억 원을 덥석 쥐어줬다. 이상호 대표는 국내법인 랜드마크월드와이드를 두고 캄보디아 현지법인 월드시티를 세워 사업을 진행했다.
세운 지 얼마 안 된 회사를 가지고 이상호 대표가 20억 달러가 넘는 국제 부동산 사업권을 따낸 뒤 국내에서 4000억 원이 넘는 돈을 끌어 모으자 의구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이러한 세간의 의심은 곧 부실로 귀결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돈줄이 막혔고 2010년 분양도 실패했다. 부산저축은행은 파산했다. 캄보디아 신도시 사업에 투자됐다가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약 6700억 원이다. 피해자는 3만 8000여 명에 이른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상호 대표가 어떻게 3000억 원에 가까운 거금을 부산저축은행에서 조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분분했다. 여기에는 학연이 자리했다는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및 간부와 같은 고등학교인 광주일고를 나왔던 까닭이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도 인맥 중심 사건으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대신증권 업연이 자리한다. 캄보디아 프로젝트를 처음 개발한 건 코스닥업체 슈펙스비앤피라고 나타났다. 현재 도주 중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윤강혁 슈펙스비앤피 대표와 대신증권 동기다(관련기사 꼭꼭 숨은 ‘라임 키맨’ 이종필, 호주 도피 정황 포착). 지금 이 전 부사장과 함께 사라진 연결책 심 아무개 씨 역시 대신증권 출신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에는 ‘작은 라임자산운용’이라 불리는 라움자산운용 이름도 자주 보인다. 김윤진 라움자산운용 대표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금융업무에는 법무법인의 조력이 필수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소속돼 있었던 법무법인 부산이었고 지금 라임자산운용의 캄보디아 프로젝트 법률 검토를 맡은 건 법무법인 지평이다.
법무법인 부산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총 4년 동안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총 59억 원의 수임료를 받아 논란이 됐다. 물론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임했던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법인 부산 대표직에서 물러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시절인 2003년 중순쯤 유병태 당시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 1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철저히 조사하되 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법무법인 부산이 있다면 라임자산운용의 캄보디아 프로젝트에는 법무법인 지평이 관여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라임자산운용의 캄보디아 프로젝트 요약투자설명서(Teaser Memorandum)에 따르면 법률 검토를 맡은 곳은 법무법인 지평이었다. 법무법인 지평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 풀’이기도 하다. 2000년 여권 인사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동료 변호사 10여 명이 설립한 곳이다. 대표 변호사였던 김지형 전 대법관은 탈원전 수장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김영문 전 관세청장도 지평 출신이었다.
국내 1위 자산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러하니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가 바라볼 수 있는 건 금융당국뿐이다. 하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금융당국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 금융당국의 과오 때문이다. 감사원이 부산저축은행 부실 징후를 포착한 건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1년도 전인 2010년 1월이었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원 감사를 끝낸 뒤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에 부산저축은행 관련 공동 재조사를 권고했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었다. 1년 2개월 뒤인 2011년 3월 검찰의 요청이 있고서야 감사원은 1장짜리 감사보고서를 검찰에 넘겼다. 그것도 압수수색 직전이었다. 당시 감사원장이던 김황식 전 총리는 “감사를 좀 완화를 해줬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사실상의 청탁 내지 로비가 있었다”고 했다.
라임자산운용의 편법 거래가 제기된 건 2019년 7월 초다. 사건이 불거지고 의혹이 터져 나오던 7월 말에도 금융감독원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당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의 자산운용 규모가 급증하면서 파생상품 거래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민원과 제보가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업무보고 등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로 영업행태와 특이 거래 등을 살펴보는 정도”라며 한 발 뺐다.
더군다나 부산저축은행을 향한 사법부의 최근 판단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의 마음을 더욱 졸이게 만든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관련 캄보디아 사업의 핵심인 이상호 대표를 법원이 풀어준 까닭이다. 이에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곧바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