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확산 대형마트·백화점 방문객 급감…메르스 사태 때처럼 이커머스 급성장 계기 될 듯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임시휴업에 들어가 텅 빈 이마트 군산점 계산대.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로 고객 감소한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28일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 “연초에 경제 심리가 회복되는 상황이었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 때문에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서도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였다. 우선 확진자의 동선이 확인되며 해당 점포의 휴점이 이어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2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신라면세점 서울점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12번째 확진자가 두 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추가로 신라면세점 제주점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 제주점도 확진자의 방문사실이 알려져 다음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이들 면세점의 재개점 시기는 보건당국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차후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도 타격을 받았다. 이마트 전북 군산점은 8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1월 31일 오후부터 휴업에 들어가 사흘 만에 정상영업에 돌입했다. 이어 부천점도 12번과 14번 확진자 부부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돼,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영업을 중단했다. 백화점도 AK플라자 수원점의 경우 15번째 확진자의 배우자가 해당 매장에서 근무한 협력사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 3일 임시 휴점을 하기도 했다. AK플라자 측은 “12번 확진자 역시 수원역을 거쳐간 바 있고, 지역 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고객 건강과 안전을 위해 3일 임시휴점하고 추가 방역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객들이 많이 찾는 유통업체는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일부 매장의 임시휴업을 결정했던 이마트의 경우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서 근무하는 전직원에 마스크를 1일 1매 지급하고 이를 착용하도록 했고, 카트도 매일 3회 소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고객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이들이 줄고 있는 것. 이는 실적으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신종 코로나 이슈가 불거진 지난 주말 매출이 전주 주말과 비교해 11%가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명동 본점은 매출이 30%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주말 매출이 전주 대비 명동 본점은 23.5%, 전체 12.6% 감소했고 현대백화점도 전체 매출이 8.5% 줄었다.
유통업계에서는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처럼 매출이 급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5년 6월 국내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줄었고, 대형마트는 10.2%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 온라인 플랫폼 전환에 가속?
이 같은 위기 상황에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 바로 온라인 기반의 쇼핑업체다. 실제 지난 주말 동안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의 주문량이 폭주해 물량 조기마감 및 배송 지연이 발생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유통공룡’ 롯데와 신세계도 온라인 사업 분야만큼은 신종 코로나 효과를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SSG닷컴(쓱닷컴)은 설 연휴 직후 6일간(1월 28일~2월 2일) 매출이 전년 설 연휴 직후 대비 55% 증가했다. 특히 생필품과 관련 있는 새벽배송,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 등의 매출이 각각 45%, 30%, 25% 늘었다.
롯데마트몰의 설 연휴 직후 같은 기간 당일 배송 건수도 51% 늘었다. 가장 많이 주문된 식품군은 우유, 생수, 두부 등이었다. 롯데e커머스가 운영하는 롯데닷컴 역시 우유 판매량이 116% 늘었고, 생수와 쌀 등 양곡도 각각 49%와 16% 주문이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소비자들이 신종 코로나 발생으로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평소보다 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20%대에 불과했던 이커머스 온라인 유통 매출 비중이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며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온라인 매출 비중 확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길어지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품목과 온라인 부문이 취약한 업체의 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신선식품과 생필품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 급하지 않은 의류 등은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매장의 고객은 지난 주말 30% 가까이 줄었다. 다만 온라인 매출이 늘었다. 의복의 경우 당장 급하지 않다보니 온라인 주문량이 오프라인 감소폭만큼 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기반이 취약한 유통업체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처지다. 대표적으로 한화갤러리아가 꼽힌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더욱이 한화갤러리아는 오는 2월말 경기도 수원에 갤러리아 광교점을 오픈할 예정이었다. 한화갤러리아는 광교점을 압구정 본점 명품관에 이어 ‘제2의 명품관’으로 키운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장기화되면 대대적인 광교점 오픈 홍보에도 타격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