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시각차 탓 유승민·황교안 담판 못해…지도체제 및 공관위 구성 놓고도 갈등 조짐
과제는 남았다. 통합의 마침표로 꼽히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의 담판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다. 이는 통합의 시각차를 나타내는 대표 장면으로 해석된다. 미래통합당 출범 후 지도부 및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도 관건이다. 자칫 당권, 공천에서 지분 싸움을 하다 통합에 대한 역효과가 생기며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 공동위원장 및 참석자들이 2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신당준비위원회 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한국당은 2월 14일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보수당, 전진당과의 합당을 의결했다. 향후 통합에 대한 모든 권한은 최고위원회에 위임하기도 했다. 사실상 황교안 대표에게 모든 통합의 권한을 맡긴 셈이다. 같은 날 중도·보수 통합 및 창당 작업을 추진하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통합신당 당명을 ‘미래통합당’으로 정했다.
지난해 11월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추진 선언을 하며 ‘통합기구’를 제안한 지 3개월여 만에 ‘통합 열차’는 종착지에 거의 도착했다. 미래통합당은 한국당 106석, 새보수당 8석, 전진당 1석 등 총 115석을 보유한 상태로 출범한다. 세력으로 보면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축으로 이언주 의원이 이끄는 전진당, 재야에 있던 친이명박계 인사, 옛 안철수계, 6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한 배를 탔다.
보수진영에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통합 작업에 이르게 했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보수통합신당(한국+새보수)을 선택한 응답은 24.1%로, 민주당(25.8%)과 격차가 오차범위 내(±3.1%포인트)인 1.7%포인트(p)에 불과했다(응답률 10.1%, 표본오차는 ±3.1%p, 신뢰수준은 9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통합신당준비위 한 관계자는 “조건 없이 합쳐야 한다는 것이 지상과제”라며 “이제 문재인 정권 심판만 남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통합의 ‘마침표’라 일컬어지는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만남은 아직 성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통합 실무 작업은 진행 중이지만, 통합에 대한 양측 수장의 시각차가 완전히 좁혀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앞서 당대당 협의체로 따로 물밑 통합 논의를 이어가던 중 유 의원은 2월 초 황 대표를 향해 ‘만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 바로 전날(2월 6일) 오후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가 ‘정치 1번지’이자 험지인 종로 출마로 ‘희생’을 결단하자, 유 의원 역시 통합 결심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보수당 한 관계자는 “황 대표가 종로로 가닥을 잡은 것을 보고 결단을 내렸다고 보면 된다. 장군, 멍군인 셈”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가 2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내 청년창업 일자리 통합지원 플랫폼 ‘종로청년숲’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만남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바로 통합신당준비위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 한 측근은 “이미 통합신당준비위를 통해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유 의원과 만난다면 그곳을 ‘패싱’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전진당, 보수세력들의 불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함께 손잡는 그림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보수에 대한 가치 지향점도 다르다. 황 대표는 ‘자유우파’, 유 의원은 ‘개혁보수’를 내세운다. 통합에 대한 시각도 황 대표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대통합을, 유 의원은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새집 짓기)을 기반으로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차이’가 끝내 해소되지 않으면서 감정의 골이 쌓여 결국 담판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통합을 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은 ‘담판’을 미룬 실무 통합을 가능하게 했다. 유 의원은 2월 9일 “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겠다”라며, 개혁보수의 진심을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다소 지지부진했던 통합에 대한 속도를 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둘의 담판은 이제 선거 국면에 접어들며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유승민 의원이 중도개혁 보수 지지세를 이끌 수 있는 만큼, 서울 지역 선대위원장 등의 역할을 맡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자연스레 종로에 도전한 황 대표와 두 손을 맞잡을 수 있다. 하지만 유 의원은 한국당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유 의원 한 측근은 “한국당이 개혁보수로 나오는지, 즉 물갈이와 변화 양상에 따라 선거 지원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은 완수되고 있지만 이러한 세력 간 미묘한 기싸움은 ‘지도체제’ 구성에 있어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도체제의 경우 황 대표가 통합신당 대표를 맡고, 지도부인 최고위원회는 개편하는 방향으로 일단 정해둔 상태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당권’을 쥐는 것에 대해 통합 국면에서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위원의 경우 각 세력 간 얼마나 추천할지, 규모를 어떻게 정할지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새보수당 측에선 유 의원이 당권, 지분, 공천권 모두를 요구하지 않은 만큼 다들 기득권을 버리고 통합에 매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진당, 시민단체 측에서는 최고위 전면 확대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에선 최고위 자리를 몇 개 내주되, 전체적 틀은 한국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공천이 달려 있는 공관위 구성은 더욱 첨예한 갈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현재 한국당 김형오 위원장 체제의 공관위를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전진당, 시민단체 측에선 공관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월 14일 통준위 회의에서는 공관위 구성과 관련 새보수당이 ‘지분 요구’라고 쏘아붙이자, 시민단체 측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부 싸움이 끝내 교통정리가 안 된다면 통합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통합해봤자, 20대 총선 공천 파동으로 몰락의 길로 접어든 ‘도로 새누리당’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준위 한 핵심 관계자는 “한국, 새보수 외에 다른 옛 민주당계 세력이 들어오면서 세력적으로는 도로 새누리당을 일단 벗어난 상태”라며 “하지만 지도체제와 공관위 구성 등의 과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결국 과거 새누리당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오명을 쓰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