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탈락 후 음해성 문제제기 당사자, 오히려 본인 임용과정 의문투성이
2016년 창단식을 갖고 출범한 정읍시청 단풍미인씨름단 선수단
[일요신문=정읍] 신성용 기자 = 최근 신임감독 채용과정에 음해성 비리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본보 2월 9일자) 정읍시청 씨름단 전 감독 A씨가 조작된 경력을 제출해 감독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돼 오히려 본인의 채용과정에서 채용비리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A 전 감독이 제기한 채용비리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A 전 감독이 2015년 정읍시에 제출했던 경력증명서 가운데 지도자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핵심 경력인 전북씨름협회 총감독 경력이 2019년 공모서류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A 전 감독이 2015년 8월 12일 경력증명서를 제출하고도 어떤 이유인지 같은 해 9월 3일 수정된 경력증명서를 다시 제출한 것도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당시 정읍시는 씨름지도자 추천 의뢰 공문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에서 3년 이상 씨름지도자 경력이 있는 자’로 경력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A 전 감독은 1995년 3월 1일~1996년 10월 31일까지 20개월의 전주신흥고 감독과 2014년 4월 1일부터 2015년 4월 31일까지 13개월의 전북씨름협회 총감독, 2015년 5월 1일~8월 12일까지 3개월 12일의 전북체육회 씨름감독 등 총 36개월 12일의 경력을 제출해 경력 제한을 채웠다.
그런데 갑자기 A 전 감독은 서류제출 마감일 이후인 9월 3일 전북씨름협회가 발행한 ‘전북씨름협회 총감독 역할 및 A 총감독 경력증명서 제출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서와 함께 경력기간이 수정된 총감독 경력증명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바로 이 총감독 경력증명서가 의혹의 도화선이었다. 4년 후인 2019년 신임감독 채용서류에는 이 총감독 경력증명서가 빠졌다. 대신 전북체육회 일반부 감독 경력증명서만 제출됐다. 2015년 감독에 선임될 수 있도록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총감독 지도자 경력이 왜 빠졌는가가 의혹의 몸통이었다.
취재결과 총감독은 지도자 경력으로 인정될 수 없는 자격이었다. 그런데 총감독 경력이 지도자 경력으로 인정됐고 이를 통해 A 전 감독은 창단 감독으로 선임됐다.
총감독은 체육회나 씨름협회의 어느 규정에도 정의돼 있지 않은 비정규 직제였고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 출전 시 전북대표팀 지원을 위해 경기단체 전무이사에게 부여됐던 임시직제였다. 일부 경기단체의 총감독은 벤치에서 작전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해당 팀 감독을 지원하거나 조언하는 수준이어서 팀의 지도자로 보기 어렵고 경력을 인정한다 해도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 기간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체육계 전반의 시각이다.
결정적으로 2015년 당시 대한체육회 ‘지도자·선수 등록규정’을 보면 ‘전북씨름협회 총감독’은 정규 지도자로 경력을 인정할 수 없는 자격미달의 직제였다.
대한체육회의 ‘지도자·선수 등록 규정’ 제2조(정의) 2호는 “‘지도자등록’이라 함은 체육회에 가맹된 가맹단체의 당해 종목지도자로 지도활동을 희망하여 정한 절차에 따라 매년 등재하는 것을 말한다.”고 돼 있다. 4호에서는 “‘등록지도자’라 함은 체육회에 가맹된 가맹단체의 당해 종목에 지도자활동을 목적으로 지도자등록을 마친 자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같은 조항 7호에서는 “‘지도자 활동’이라함은 지도자등록을 필한 자로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 당해 종목의 등록지도자로서 각종대회 참가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같은 규정 제6조(지도자등록) 1항을 보면 ‘지도자 등록을 희망하는 지도자는 협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학교운동부 또는 승인된 스포츠클럽(체육시설, 체육관 소속 포함), 일반부(실업팀)소속으로 지도자 등록을 한다’며 등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도자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전북씨름협회 총감독’은 등록대상도 아니었다.
같은 규정 제79조(지도자활동의 자격) 1항은 ‘가맹단체의 지도자등록 절차에 따라 지도자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해당 종목의 지도자로서 지도자활동을 할 수 있다’고 지도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명확하게 적시하고 있다.
결국 A 전 감독이 2015년에 제출한 전북씨름협회 총감독 경력은 지도자로 등록을 하지 않았고, 등록하지도, 활동할 수도 없는 자격 미달의 경력이어서 지도자로서 인정받을 수 없는 경력인 것이다.
그런데도 전북씨름협회 전무이사였던 A 전 감독은 총감독이 정식 지도자인 것처럼 정의하고 대의원총회에서 선임된 것처럼 작성한 공문과 경력증명서를 2015년 9월 3일 정읍시에 추가로 제출했다.
해당 공문은 ‘2. 전북씨름협회 총감독의 지위 및 역할은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12개 엘리트 씨름단에 대한 지도, 관리, 감독을 총괄하는 지위로 그 세부적인 역할은 전국체육대회, 전국소년체전 등 전북대표선수단의 선수의 선발, 상대팀 분석 및 작전의 수립, 선수에 대한 훈련계획과 지도, 경기출전으로 전북선수단 상위입상 거양, 전북씨름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장․단기 계획의 수립과 집행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총감독의 역할을 정의했다.
또 ‘3. 본 협회 A 총감독은 2014년 3월 11일 본 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본 협회 전무이사 겸 총감독으로 선임되었으며 현재까지 본 협회의 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첨부된 문서와 같이 확인하고 안내하오니 업무에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총감독이라는 직제와 역할을 정의하는 규정은 대한체육회나 대한씨름협회 등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북씨름협회가 자의적으로 정의한 것이며 씨름계는 물론 체육계에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총감독은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기간 동안 관례적으로 해당 종목 전북대표팀을 지원하는 전무이사를 통칭하는 직제라는 것이다.
공문에서는 A 전 감독이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전무이사와 총감독으로 선임된 것으로 돼 있으나 이마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공문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혐의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수의 당시 임시대의원총회 참석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임시총회에서 총감독을 선출하지도 않았으며 안건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회원종목단체 규정에는 임시총회 소집 시 7일전까지 안건과 일시, 장소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등록된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하도록 돼 있으나 총감독 선임은 안건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북씨름협회와 전북체육회에 당시 회의록 열람을 요청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전북씨름협회에는 A 전 감독이 전무이사로 재직하던 시절의 모든 공문서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전북체육회는 보존기간 5년이 넘어 파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2015년 채용 당시 2번에 걸쳐 제출됐던 총감독 경력확인서의 경력기간이 각각이었다. 처음전북체육회가 발행한 것은 2014년 4월 1일부터 2015년 4월 31일까지였으나 나중에 제출한 전북씨름협회 발행 경력증명서는 2014년 3월 11일부터 2015년 9월 3일 현재까지로 판이하게 달랐다.
나중에 제출한 경력증서는 발급대장과 증명서를 연결하는 간인도 없고 대부분 대한씨름협회에서 경력증명서를 발급받는 상황에서 전북씨름협회가 37번째 경력증명서를 발급한 것이란 의미의 발급번호 2015-37호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뜻밖에 해답은 2019년 11월 신임 감독 채용과정에서 나왔다. A 전 감독이 제출한 경력가운데 2014~2015년 경력이 2015년 당시 제출했던 경력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2015년 처음 제출했던 전북씨름협회 총감독 경력증명서가 사라지고 해당 기간 중 2015년 1월 1일~12월 31일까지 전북체육회 일반부 감독 경력증명서만 제출됐다.
왜, 전북씨름협회 총감독 경력이 사라졌을까? 전북 씨름계에서는 당시 자격제한이 고교, 대학, 실업팀 지도자 3년 이상 경력으로 돼 있어 모자란 경력을 채우기 위해 당시 전북씨름협회 전무이사였던 A 전 감독이 전무이사 직책을 이용,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경력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감독공모에 제출했던 경력대로라면 신흥고 감독 20개월과 전북체육회 일반부 감독 8개월 12일 등 28개월 12월로 2015년 당시 요구했던 경력 36개월에서 무려 7개월 18일이 부족했다. 결국 대한씨름협회가 인정하는 경력으로는 제한경력을 채울 수 없자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총감독으로 선출된 것처럼 허위로 공문을 만들어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읍시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씨름협회의 관련 규정을 무시하며 엉터리로 의뢰한 고문변호사 자문을 명분으로 전북씨름협회 총감독을 지도자 경력으로 인정하고 감독으로 선발했다.
정읍시가 대한체육회나 대한씨름협회에 경력을 확인하거나 관련 규정을 검토하면 경력의 적정성을 바로 판단할 수 있는데도 고문변호사 자문까지 받는다. 정읍시는 고문변호사 2명에게 ‘조례와 관련하여 지도자의 경력에서 전북체육회(전북씨름협회)에서 근무한 총감독 기간(1년 1월)이 포함되는지의 여부’에 대해 자문을 요구했다.
그런데 고문변호사 자문의뢰서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자문의뢰서는 대한체육회의 관련 규정은 빼놓고 지도자의 정의와 자격과는 무관한 ‘정읍시청 직장운동경기부설치·운영조례 제7조제2항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에서 3년 이상 씨름지도자 경력이 있는 자…’와 지도자 등록 승인자격을 규정한 ‘대한씨름협회 경기규칙 제80조’ 등만 제시했다.
굳이 자문의뢰서에 ‘1안 지도자 경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와 ‘2안 지도자 경력으로 인정한다’는 2가지 자문안을 선택하도록 한 점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자문안 하단에 ‘상기 추천인은 대한씨름협회에서 정한 지도자 자격기준은 모두 충족합니다’라며 등록자격을 마치 지도자 자격인 것처럼 적시했다. 총감독의 경력을 지도자 경력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2019년에 A 전 감독이 제출한 전북체육회 일반부 감독 경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제출한 경력증명서는 대한씨름협회가 발행한 것인데 201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전북체육회 감독으로 근무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같은 대한씨름협회가 발행한 지도실적증명서에는 전라북도체육회 감독 재직 기간이 2015년 5월 1일~12월 31일까지이다. 2015년 당시 전북체육회가 발행한 경력 확인서에도 2015년 5월 1일부터 근무한 것으로 돼 있어 대한씨름협회 경력증명서와 4개월의 차이가 났다. 이 같은 경력을 적용하면 A 전 감독의 지도자 경력은 무려 11개월이나 모자란다.
또한 투표로 감독을 선출했던 황당한 선임방식도 채용비리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2015년 당시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평가표나 면접도 없이 응모자들이 제출한 서류를 현장에서 인사위원들이 잠깐 검토한 후 투표로 감독을 선출했다. 채용절차에서 투표 방식은 대부분 사전 평가와 면접 등을 거쳐 점수가 동점이거나 복수를 추천해 합격자를 결정하는 경우에 적용한다.
심사 자료도 불공정했다. 인사위원들에게 배포된 후보자의 심사 자료가 A 전 감독은 심사에 필요하지 않은 자료까지 첨부된 반면 다른 후보는 32장의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단 3장에 불과했다.
인사위원회 구성도 위원장인 부시장과 문화행정복지국장, 기획예산과장, 총무과장, 교육체육과장, 체육협의회상임부회장 등 6명 가운데 체육협의회상임부회장을 제외하고는 5명을 정읍시청 공무원으로 채워 최고위 인사권자의 입김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었다. 예상대로 인사위원들의 투표 결과 A 전 감독은 100% 몰표를 얻었다.
씨름계 관계자는 “지도자 경력을 조작하고 왜곡해 감독으로 채용됐다면 성실하게 지도하는 일선 지도자들에 실망과 자괴감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사전 내정에 의한 짜 맞추기 채용비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A 전 감독은 “전북체육회 감독 경력이 다른 것은 실제로 근무했지만 급여를 받은 기간만 경력으로 인정된다는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라며 “이미 오래된 사안을 들춰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누가 제보했는지 알고 있는데 보도가 되면 기사를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