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직접조사 연기, 로펌은 재택근무 권장…법무부 ‘구치소 확산 방지’ 총력
#왕래 인구 많은 법원 초비상
가장 비상에 걸린 곳은 법원이다. 민·형사 재판을 받기 위해 매일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검찰에 비해 2~3배 이상 많다. 그만큼 방역망이 뚫릴 가능성도 높다. 정부의 심각 단계 격상과 함께 법원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법원행정처는 2월 24일 전국 법원에 휴정을 권고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내부망인 코트넷을 통해 “긴급을 필요로 하는 사건(구속 관련·가처분·집행정지 등)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재판 기일을 연기·변경하는 등 휴정기에 준하는 재판기일 운영을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각 재판부마다 사건을 감안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지만, 심각성을 인지한 재판부들이 잇따라 일정을 연기하며 서울중앙지법·고등법원은 평소에 비해 한가해졌다.
가장 비상에 걸린 곳은 법원이다. 민·형사 재판을 받기 위해 매일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검찰에 비해 2~3배 이상 많아 방역망이 뚫릴 가능성도 높다. 정부의 심각 단계 격상과 함께 법원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코로나19 관련 발열체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박정훈 기자
회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사태 초반, 법원행정처는 전국 법원장 회의를 1박 2일 행사에서 하루짜리 행사로 축소한 바 있는데 이를 아예 ‘온라인 화상 회의’로 전환했다. 혹시 모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비상시국에 법원장들이 회의 참석을 위해 소속 법원을 벗어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재판부도 대법원·법원행정처의 결정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대구를 방문한 뒤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인 불출석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취소하는가 하면, 서울동부지법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첫 공판 때 ‘마스크 미착용자’는 출입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미리 사전에 취재진에 “마스크 미착용자는 출입이 불가하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그 외 이뤄지는 거의 모든 재판에서 판사·변호인·피고인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한 상황. 코로나19를 이유로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는 재판도 있지만,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앞선 판사는 “재판이 있는 날을 생각해보니 법원 직원들과 피고, 원고 측 변호사 등 하루에 적어도 20~30명 이상은 만나는 것 같더라”며 “워낙 많은 직원들이 한 건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내가 전파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점심이나 저녁 약속도 취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도 쉬어가나
수사를 벌이는 일선 검찰청도 가급적 소환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구에서는 수사관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이 확인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월 23일 대구지검 서부지청 수사관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사무실 폐쇄 및 접촉 직원들에 대한 격리 조치가 결정된 것. 당초 대구지검·고검을 방문하려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일정도 취소됐다.
이미 검찰은 21일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해 ‘대검 코로나19 대응 TF’를 가동하며 각 지검마다 대응팀을 구성했다. 대검은 TF를 통해 ‘대면조사 최소화, 청사 출입 점검 강화, 대민 접촉업무 자제’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고, 검사들도 이를 토대로 대응 중이다.
서울의 한 검찰청 관계자는 “소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긴급한 사건이 아닌 이상은 기본적인 자료 확인 등 수사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확산 방지가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일부 수사팀은 공소시효나 구속수사 기간 만료가 임박한 사안만 따로 리스트를 꾸린 뒤, 해당되지 않는 건에 대해서는 사건 관련자를 직접 조사하는 일을 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월 21일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해 ‘대검 코로나19 대응 TF’를 가동하며 각 지검마다 대응팀을 구성했다. 대검은 TF를 통해 ‘대면조사 최소화, 청사 출입 점검 강화, 대민 접촉업무 자제’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고, 검사들도 이를 토대로 대응 중이다. 사진=임준선 기자
언론의 관심을 받는 굵직한 수사마저도 자연스레 지연됐다. 삼성 전·현직 간부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속도를 올리던 ‘삼성 합병 의혹’ 수사가 대표적 사례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당분간 늦추기로 결정했다. 재경 지역의 한 검사는 “조사를 받기 위해 외출하기가 꺼려진다는 참고인들도 늘고 있고 이를 최대한 고려해주려 한다. 서면조사 등 다른 수단도 검토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구치소 확산 막아야”
2월 21일 예정됐던 추미애 장관 주재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연기한 법무부. 그 뒤 추미애 장관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에 여념이 없다. 특히 법무부는 구치소 수용자들 사이에서의 전파를 막기 위한 비상이 걸렸다. 대구지검은 2월 22일 대구지방교정청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수용자가 진료를 받았던 외부 병원에서 간호사가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A 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결정했다. 교정당국은 한 달 정도 A 씨의 건강과 코로나19 전파 상황 등을 지켜본 후 형집행정지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교도관들 단속에도 나섰다. 법무부는 21일 전국 지방교정청에 ‘코로나19 관련 신천지 신도 현황 파악 요청’이라는 공문을 통해, 본인이나 가족 중 신천지 신도가 있을 경우 이를 소속 기관에 자진 신고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 보안과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 직원은 확진 판정 후 뒤늦게 신천지 신도였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법무부는 교도소·구치소 등 전국 보호시설 수용자의 접견을 잠정 제한하고 적극적으로 교정시설 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근무가 자유로운 여지가 있는 로펌들도 맞춤형 근무에 나섰다. 일선 지검 방문은 자제하고, 의뢰인들과의 접촉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내부 지침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은 설 연휴 직후부터 중국 내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곧바로 “해외여행 방문자들은 2주간 자택에서 근무하라”는 내용을 공지하며 대응에 나섰다.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회식도 자제하고 재택근무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