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공지영·오세훈 고발건 주목…“여야 불문 적극 기소 ‘존재 이유’ 보여줄 것”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비판하는 ‘조국수호당’이 만들어지는 등 검찰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4·15 총선이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선거 관련 수사를 그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광진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오세훈 전 시장을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은 오 전 시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명절 금품 제공 혐의로 고발된 오세훈
가장 먼저 발목이 잡힌 것은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 광진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오 전 시장을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해와 올해 설·추석 등 명절마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원 등 5명에게 총 12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다. 오 전 시장은 “관례적인 선물”이었다고 하지만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고발했다.
공직선거법 113조 1항은 ‘후보자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 선관위는 오 전 시장이 이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오 전 시장 측은 곧바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해당 금품을 모두 회수했다”면서도 “2019년에는 치매기가 있는 어머님이 매일 데이케어센터 차량으로 귀가하실 때 매번 경비원 아저씨들이 집까지 동행해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이었다. 아무리 선거법이 엄하다고 하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처벌받을 일인지 의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도 ‘선거법’이 아니라며 문제의 소지가 없는 ‘관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선거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과 올해 명절로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고, 또 10만 원이라는 금액이 경비원에게 ‘수고’ 명목으로 주기에 지나친 수준이냐, 지나치지 않은 수준이냐로 나눠 봐야 한다”며 “상당수의 사람들이 ‘관례’로 너그럽게 넘어갈 대목이지만 엄하게 적용되는 선거법 기준으로 봤을 때 기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옥중 서신 쓴 박근혜도, SNS 글 쓴 공지영도 고발조치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옥중 서신을 쓴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고발조치를 당했다. 정의당이 박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공공수사1부(양동훈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친필 편지를 공개한 것은 3월 4일. 편지에는 “나라가 매우 어렵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정의당은 박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정의당은 고발장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공천개입 사건으로 2년 실형이 확정돼 선거권이 없는데도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거대 야당’이라고 적시한 서신 내용은 사실상 미래통합당 지지에 해당한다는 게 정의당 판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대독 후 취재진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투표 잘합시다’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린 공지영 작가도 고발조치됐다. 자유법치센터, 자유대한호국단 등으로 구성된 선거농단감시고발단 회원들은 3월 3일 공지영 작가 및 일부 네티즌을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 작가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전국분포도와 지난 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 결과 현황도를 SNS에 올리며 “투표 잘합시다”라고 적었다.
#“진짜 사건은 이제부터”
하지만 검찰은 실제 선거를 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내 경선이 뜨거워지면서, 벌써부터 선거법 위반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통화를 통한 선거운동 △식사비용 대납 및 기념품 제공(금품 살포)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 운영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등이 대표적인 불법 사례인데 벌써부터 이에 해당하는 사건들이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포착되기 시작했다.
3월 10일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광주 광산갑 이석형 예비후보와 선거 캠프 관계자 등 8명을 광주지검에 고발 조치했다. 이들은 민주당 경선이 진행된 2월부터 3월 초까지 휴대전화와 후원회 사무실에 설치된 유선전화를 이용해 권리당원 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한 혐의다. 선거법은 당내 경선에서 직접 통화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정치권의 눈길이 검찰로 향하고 있다. 예전과는 다른 검찰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공수처가 올해 하반기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 등에서 여권 및 청와대와 검찰 간 심리적 거리가 그 어느 때보다 멀어져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자 신천지에 대한 책임론을 강조하기 시작한 여당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은 즉시 강제수사를 통해 신천지 교단의 제대로 된 명단과 시설 위치를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압박했는데, 여당 안에서는 신천지 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에 대해 ‘정치검찰임을 입증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본격화될 선거법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그 어느 때보다 의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총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전국 검사장 등에게 지시를 내렸는데, 조국 전 장관 수사에서 비롯된 정치권의 비판에 억울함을 표출했던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후문이다.
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는 “최근 만난 검사들이 다들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에 대해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반응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2월 말까지 검찰에 입건된 선거사범은 이미 300명이 넘었을 정도다. 압수수색 등 전국적으로 수사 강도도 한층 높아졌다.
윤석열 총장을 잘 아는 법조인은 “이번 총선 수사는 검찰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존재 이유’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아마 그 어느 때보다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수사할 것이고 선거법 위반 사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기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