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높이고 사업 다각화 위해 필요…업계 불황에 오너가 의혹 ‘흥행 미지수’
호반건설이 연내 IPO를 목표로 제반 작업에 나서면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호반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주간사단 실무진을 본사에 상주시켜 제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8년 10월 주간사단 확정 후 1년 4개월여 만이다.
호반건설은 수익성 있는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급성장했다. 2013년 1조 1935억 원이던 매출은 2018년 1조 6062억 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58억 원에서 380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시공능력순위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프장과 리조트, 호텔 등 레저사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육성기업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하는가 하면, 서울신문과 채소류 유통업체 1위 대아청과, 삼성금거래소 지분을 인수하며 미디어와 농산물·금 유통까지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구조 개편 작업도 단행했다. 2018년 11월 관계사 호반(옛 호반건설주택)을 흡수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으며 합병 후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이 지분율 54.7%로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승계작업도 함께 했다. 아울러 최근 인사에서 김 회장이 사내이사직만 유지한 채 박철희 호반건설 사장과 함께 호반건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M&A 전문가로 통하는 최승남 전 호반호텔앤리조트 대표를 호반그룹 총괄부회장이자 호반건설 대표로 임명했다. 오너 경영에서 벗어나 기존 대표 송종민 사장과 최 부회장 2인이 운영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현금 많은 호반건설이 IPO를 하는 이유는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조 단위 M&A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다. 호반건설은 신도시·택지개발지구에 있는 공동주택용지를 추첨 및 입찰받아 대량 확보한 뒤 시공·시행·분양하면서 성장해왔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 적자와 국내 재고 자산 처리 등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공공기관에서 내놓은 택지를 매입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던 때를 틈타 지역과 수도권 공공택지 물량 매입에 뛰어들었다. 이후 부동산 호황기를 타면서 호반건설 사세는 크게 확장, 2017년 대기업집단에도 편입됐다.
그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택지 공급 규모를 줄이면서 최근 주택건설시장은 재개발 등 도심 내 정비사업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브랜드 파워에 따라 수주 여부가 갈리는데, 호반건설의 인지·선호도는 대형 건설사에 떨어진다. IPO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면서 수도권 수주를 노리는 한편, 대규모 M&A 등 신사업을 확장해 주택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2015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22대 임시의원총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IPO가 승계작업 마무리 단계라는 의견도 있다.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은 학생 시절이던 2003년 자본금 5억 원으로 분양대행업체 비오토를 설립했다. 이후 그룹 일감을 바탕으로 성장해 사명을 ‘호반’으로 바꿨다. 2019년 호반건설과 합병하면서 김대헌 부사장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장녀 김윤혜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은 호반프라퍼티 최대주주고,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상무는 호반산업 최대주주다. IPO 이후 세 남매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남이 호반건설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승계 작업을 단행했다면 IPO를 통해 장남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며 승계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건설사들 국내외 수주 실적 감소로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부정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코로나19의 세계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엔 무리가 없겠으나 투자시장에서 주택건설업종에 대한 기대가 적고 건설사들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전반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데다 세계적인 불확실성까지 커졌다”며 “지금은 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만큼 상장 시기를 미루지 않겠느냐”고 봤다.
공공택지사업 독과점과 오너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호반건설은 여러 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추첨에 참여시키는 편법을 이용해 LH가 공급하는 공용주택 용지를 독과점하고, 내부거래로 호반그룹 자녀들이 대주주인 계열사들에 택지를 몰아주면서 분양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호반건설을 대상으로 이러한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낮은 경영 투명성과 각종 의혹은 기업 가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SNS 확대로 고객들에게 많은 정보가 공개되다 보니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투명한 운영과 도덕성 등이 기업 가치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며 “사세 확장도 중요하지만 평판을 탄탄하게 쌓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