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호반·중흥 등 주택사업으로 현금 쌓아…M&A 등 신성장 동력 찾기 분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사옥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어떻게 돈을 벌었나
경기 부양을 위해 역대 정부는 부동산 개발 정책을 선택했다. 박정희 정부의 강남 개발, 노태우 정부의 신도시 개발, 김대중 정부 임대주택 공급,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건설 및 4대강 정비 사업, 박근혜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다.
국내 주택시장은 선분양 후시공이 대부분이다. 돈을 빌려 땅을 사서 개발 허가만 얻으면, 분양대금을 받아 집을 지어 팔면 된다. 터만 잘 구하고, 경제 위기만 피하면 돈 벌기 어렵지 않다. 건축비는 아파트의 경우 3.3㎡(약 1평)당 300만~500만 원. 100㎡(약 30평)짜리 아파트의 건축원가가 아무리 비싸도 2억 원이 안 된다. 집값은 지방이라도 대도시 지역이면 3.3㎡당 거뜬히 1000만 원은 간다. 아파트는 대지 지분이 작아 땅값을 제외하고도 건설업체에는 크게 남는 장사다.
주요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부문 매출액 이익률은 20%대. 지방건설사는 최고급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닌 만큼 매출원가 부담이 더 적다. 매출이익률 30%대, 영업이익률 20%대 업체들이 상당수다. 또 건설사는 제조업과 달리 연구개발 부담도 적다. 분양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 홍보비를 제외하면 이익은 대부분 회사 내부에 그대로 쌓인다. 지방 건설사들이 현금 부자인 이유다.
지방 건설사 가운데 서울 중앙무대에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곳은 부영주택이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과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을 잇달아 매입하며 자금력을 과시했다. 호반건설은 울트라건설 인수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며 이름을 알렸고, 대우건설 인수를 시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흥그룹도 최근 지방 건설사로서는 처음으로 중앙언론사 인수에 성공하며 브랜드를 알렸다.
이들의 서울행 이유는 M&A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아보려는 의도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 진출을 모색 중인 지방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하려면 결국 경제와 정보의 중심인 서울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방에서는 고급 인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주목받는 3사…반도·호반·중흥
서울 강남구 반도건설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부산에서 출발한 반도건설은 최근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추가 매입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행동주의 펀드 도전과 총수일가 내분을 직면한 한진칼의 경영권 향배를 가를 만한 규모다. 반도건설은 최근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취득’에서 ‘경영참여’로 바꿔 공시했다.
반도그룹은 2018년 기준 매출 2조 585억 원, 영업이익 4753억 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1조 4682억 원에 달하지만, 부채는 2638억 원에 불과하다. 현금자산만 2000억 원 이상이다.
울트라건설 인수에 이어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인수에도 나섰던 호반건설은 지난해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하며 3대 주주에 올라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올해는 기업공개(IPO·상장)를 준비 중이다.
2018년 말 자기자본은 3조 1960억 원에 달하지만 부채는 9963억 원에 그칠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하지만 매출은 2017년 2조 6159억 원에서 2018년 1조 6062억 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61억 원에서 3805억 원으로 급감했다. 지방경기 부진으로 분양수익이 줄어든 탓이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조 원이 넘지만, 향후 대규모 M&A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용이하도록 기업공개를 할 필요가 있다. 상장 시 추정 기업가치는 약 2조 500억 원이다. 추정대로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GS건설과 건설주 시총 3위를 다툴 수 있다. 다만 김상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 상장 과정의 변수로 꼽힌다.
중흥건설은 아직 이렇다 할 M&A 시도는 없다. 하지만 최근 중앙언론사를 인수하며 서울과 수도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수도권 건설시장 진출과 함께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의 자금력도 호반그룹에 버금간다. 최대 주력사인 중흥토건의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6163억 원, 6255억 원이다. 2018년 말 기준 자기자본 1조 283억 원에 부채가 2조 6862억 원으로 다소 많지만, 현금성 자산만 6600억 원가량을 보유 중이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중흥건설은 같은 기간 매출 9500억 원에 영업이익 1250억 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4400억 원, 부채는 3350억 원가량이다. 1000억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