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상용화 7~8월 유력…백신은 미국서 4월 첫 임상, 연내 개발 불투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국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신속진단키트의 개발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제는 빠르면 오는 7~8월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올해 안에 나오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료제는 기존에 에볼라와 에이즈 치료에 쓰던 약을 코로나19에 맞게 보완한 뒤 임상시험을 거치면 되지만, 백신은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맞게 새로 개발해야 한다. 치료제보다 백신 개발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이유다. WHO에 따르면 백신 개발엔 20억 달러(약 2조 4430억 원)가 든다고 전해진다.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유력, 올여름 상용화 기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약은 크게 두 가지로 렘데시비르와 칼레트라다. 각각 에볼라와 에이즈 치료제로 만들어졌다. 증세가 심한 환자에게 쓴다. 렘데시비르와 칼레트라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고 전해진다. 특히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공식 치료제가 될 가능성도 크다. 브루스 아일워드 WHO 부총장은 2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효과가 유일한 약물은 렘데시비르”라고 밝혔다.
렘데시비르와 칼레트라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효과를 보인다고 전해진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렘데시비르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만든 회사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사례가 있다.
중국 우한을 다녀와 1월 15일 미국으로 돌아간 35세 미국인 남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점점 악화됐다. 의료진은 환자 동의를 받아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다. 환자는 빠르게 회복해 2월 초 퇴원했다고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최근 렘데시비르의 효과와 안전성을 알아보는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결과는 빠르면 3월 셋째 주에 나올 전망이다. 3월 결과가 나오면 7~8월쯤 상용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에선 2월 6일부터 환자 7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월 2일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19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질 예정이다.
렘데시비르에 이어 칼레트라도 주목받고 있다. 칼레트라는 에이즈 치료 목적으로 미국 글로벌 제약회사 애브비가 개발했다. 칼레트라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치료 효과를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초기부터 중증 환자에게 투여해오고 있다. 중국에서 이미 칼레트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용법을 찾는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WHO에 따르면, 4월 중순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백신은 올해 안은 어려워…상용화될지도 미지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아직 임상시험도 들어가지 못한 단계에 있다고 알려졌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백신을 만들기 위한 후보 물질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전 세계 통틀어 첫 임상시험은 4월 초 미국에서 있을 예정이다. 미국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함께 진행한다. 후보물질은 mRNA-1273이다. 안전성 테스트를 마치면 45명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임상시험을 한다.
백신은 올해 안에 개발되기 어려워 보인다. 개발이 되면 상용화될지도 미지수다. 한 여성이 팔에 백신을 맞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임상시험 1차 결과는 이르면 7~8월에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2021년 4월까지 예정된 임상시험이 끝나면 그때까지 코로나19가 유행할지도 미지수다. 백신이 더는 필요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셈이다.
3월 13일 영국 데일리스타에 따르면, 영국 제약회사인 에이치보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다고 알려졌다. 에이치보는 자원자 1명당 3500파운드(약 530만 원)를 주겠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를 주입해 백신 개발 가능성을 찾겠다는 것이다. 각각 0C43과 229E로 이름 붙여진 바이러스다. 코로나19보다 덜 위험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에이치보가 영국 보건 당국의 임상시험 인가를 받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 임상시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정부나 비영리기관과 제약회사의 공동 백신 개발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존슨앤드존슨(J&J)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협력해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에 항원보강제 플랫폼 기술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이 개발되는 시기가 되면 코로나19가 유행이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백신이 상용화되기 어렵다고 본다”며 “현재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칼레트라 등은 효과가 있다기보단 일단 안정성을 인정받은 약품이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