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꼼수’에 비례의석 3~7석 획득 전망…당 간판 심상정·윤소하도 지역구서 고전
3월 17일 기자간담회를 갖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직후 최대 수혜자로 정의당이 꼽혔다. 정의당 안팎에서도 이번 4월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20석)까지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총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현시점에서 정의당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래통합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마저 비례대표용 정당을 구성하면서, ‘양당정치를 종식하고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돕는다’는 선거법 개정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정의당을 향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요구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찾아가 30분 동안 면담하며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혀왔고, 최종적으로 불참 방침을 고수했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3월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래한국당에 대해 꼼수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위헌심판 제청까지 내놨다. 근데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비례대표용 정당에 참여한다는 것은 명분과 원칙에 맞지 않다”며 “원칙과 정도를 지키면서 민심을 얻고자 노력하는 게 명분을 잃지 않고 실리를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감정의 골도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은 비례정당 창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견지해왔다. 또한 민주당과 진보시민단체 등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전달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계속해서 참여를 압박했다. 결국 민주당은 자신들의 비례정당 참여 정당성을 확보하려 정의당을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정의당의 지지율도 깎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3월 11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의당 입장에서도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 이견들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당도 전당원투표로 의사를 묻는 그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의를 통해 내린 결정에 대해 민주당이 선 넘은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자적으로 비례대표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정의당의 딜레마도 깊어졌다. 정의당은 지난해 여름 10% 중반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히 하락해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3월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의당의 정당 지지도는 4%를 보였다. 반면 ‘비례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를 물은 결과에서 정의당은 7%로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33%), 2위는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23%)이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여론조사기관 및 전문가들은 정의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3~7석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역구에 나선 후보들 사정도 녹록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원내 의원은 여섯 명이다. 기존 지역구 의원인 경기 고양갑의 심상정 대표와 경남 창원성산 여영국 의원을 포함해 비례대표인 윤소하 원내대표(전남 목포), 이정미 전 대표(인천 연수을), 김종대(충북 청주상당)·추혜선(경기 안양동안을) 의원 등도 지역구 선거를 준비 중이다.
이들 현역 의원뿐만 아니라 3월 20일 기준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정의당 예비후보는 79명이다. 이 중 이번 총선에서 당선을 장담할 수 있는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심상정 대표의 지역구인 고양갑은 심 대표와 민주당 문명순 후보, 통합당 이경환 후보 3파전 구도다. 이런 상황에서 중부일보가 의뢰해 아이소프트뱅크가 지난 8일 고양갑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경환 후보가 33.5% 지지를 받았고, 문 후보가 26.5%, 심 대표가 26.3%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 박빙이긴 하지만 심 후보가 3위에 그쳤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더 큰 격차를 보였다. 목포시민신문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3월 14~16일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김원이 후보가 41.6%의 지지도를 보였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이 26.0%, 윤 원내대표는 17.4%로 뒤를 이었다.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로 갈등을 겪은 상황에서 예전같이 민주당과의 단일화, 선거연대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의당은 당초 구상했던 원내 교섭단체는커녕, 기존 6석 확보도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정의당의 비례연합정당 불참 결정이 최근 민주당과의 관계설정에서 어중간한 스탠스를 취해 지지율을 잃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의당이 조국 국면에서 현실타협적 모습을 보이고, 선거제 개정 등을 위한 4+1 협의체 구성에서 우왕좌왕해 원래 색을 많이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명분이 부족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 기존 지지층의 이탈이 클 거라고 본 듯하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가칭)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인권당,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 체결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물론, 정의당 위기의 근본적 배경은 꼼수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킨 거대 양당이긴 하다. 그렇다고 정의당이 양당 횡포의 피해자로서 억울함만을 호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정의당이 현재 총선에 임하는 노선을 정확히 못 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야생의 들판에서 적극적으로 싸우면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정의당이 가진 정치철학, 정치발전에 대한 미래상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국민들에게 정의당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민주당과 통합당 비판이 아닌, 정의당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갤럽과 아이소프트뱅크, 모노리서치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각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