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에서 의정부지검으로 이첩…윤 총장 개입 여부 관건, 석연찮게 종결되면 공수처행 가능성
검찰도 이를 의식,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의정부지검에서 수사를 하도록 이첩하고 윤 총장은 사건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올해 하반기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에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검찰이 최 씨를 가볍게 처벌할수록 공수처 1호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까지 함께 제기된다.
윤석열 총장 장모 사건이 벌써부터 올해 하반기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에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사진=임준선 기자
#허위 잔고증명서 작성이 문제
1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운영하는 투자자로 알려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 씨는 2013년 동업자 안 아무개 씨의 제안으로 부동산 공동 투자를 결정한다. 경기 성남의 도촌동 땅(55만㎡)과 경기 가평 요양병원, 경기 파주의 건물과 필지 등이 투자 대상이었는데, 최 씨는 부동산 전매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제안에 돈을 마련해 안 씨에게 건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최 씨가 윤석열 총장의 아내이자 자신의 딸인 김건희 씨를 통해 신안저축은행(현재 바로저축은행) 허위 잔고증명서 4장을 활용한 점이다. 모두 349억 원으로, 이 가운데 3장은 예금주가 최 씨로 돼 있었다. 이 허위 증명서 용도는 부동산 거래 잔금 일자를 늦추기 위함이었는데 그렇게 시간을 벌어 투자를 할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를 보고 투자한 사람들은 피해를 봤다. 안 씨에게 투자한 임 아무개 씨 등은 “증명서를 믿고 16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했다”며 최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 등을 제기한다. 하지만 최 씨는 이 과정에서 오히려 “안 씨가 계약금 등 수십억 원을 가로챘다”며 안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검찰은 구속기소했다. 대법원은 2017년 10월, 안 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최 씨가 ‘허위 증명서’였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안 씨의 2016년 12월 2심 재판 증인신문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잔고증명서 300억짜리 4장을 허위로 쓰면 처벌받는 것을 알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예”라고 답한다. 또 “그걸(잔고증명서)로 인해 문제가 되면 처벌받겠다”라고도 했다. 1심 재판에서도 “(잔고증명서) 이것은 다 허위이지요?”라는 질문에도 “예”라고 답하며 일관되게 ‘허위 증명서’를 알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박은숙 기자
관건은 누가 먼저 ‘허위 잔고증명서’를 요구했는지다. 현재까지도 최 씨 측과 안 씨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 씨는 안 씨가 먼저, 안 씨는 애초에 이를 모르는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다만 안 씨를 기소할 때 검찰은 이를 판단하지 않았다. 고소인 자격인 최 씨에 대해 기소유예 등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한 검사는 “일반적인 형사고소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 얼마만큼 사실 관계가 확인돼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볼 뿐 피해자의 범죄 여부는 맞고소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으면 함께 처벌하지는 않는다”며 “그럴 경우 피해자가 스스로 처벌받을까 고소를 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는 ‘관례’라는 얘기다. 대검찰청 역시 잇따른 논란에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고,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일일이 답변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변수는 ‘윤석열 개입 여부’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최 씨와 분쟁 중인 노 아무개 씨가 지난해 9월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부터다. 최 씨의 사문서 위조를 검찰이 알고도 수사하지 않았고, 이 배경에 윤석열 총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검은 지난해 10월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 정효삼)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그리고 의정부지검은 최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보도와 함께 논란이 확산되자 안 씨 등 다른 피해자 등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8일에는 최 씨에게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 씨는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최 씨가 소송 사기 및 무고·사문서위조를 벌인 의혹, 윤 총장 부인 김 씨가 소송 사기에 연루된 의혹, 윤 총장이 직권남용한 의혹 모두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검창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사진=김건희 페이스북
법조계에서는 노 씨 주장처럼 ‘윤석열 총장이 사건 무마에 개입했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문서 위조는 통상 집행유예 정도로 처벌이 비교적 경미한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가 확대될 영역은 윤석열 총장의 개입 여부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개입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좌천’됐던 시기라는 게 근거다.
수사와 재판이 한창이던 2014~2016년에는 윤석열 총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을 국정감사에서 폭로했다가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던 시기다. 검찰 내부에서 “국정감사 공개 항명은 과했다”는 비판도 나오던 시기에, 윤 총장이 개입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근혜 정부가 윤 총장을 예의주시하던 상황이어서,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게 대다수의 설명이다.
#계속되는 정치권 공세, 공수처 언급도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로 윤 총장과 여권의 관계가 틀어져 있다는 게 또 하나의 변수다. 정치권은 이를 빌미 삼아 윤 총장을 비난하고 있다. 특히 윤 총장 부인 김 씨와 윤 총장까지 고소한 정 아무개 씨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정치적 판단’이라는 평도 나온다.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윤 총장 등 14명의 리스트를 SNS에 공개하고 ‘검찰 쿠데타 세력’이라고 비판하며 “처와 장모 사건을 보고 받았는지, 지휘하고 있는지 말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도 윤 총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가장 앞서 작성된 잔고증명서 작성일은 2013년 4월 1일. 3월 31일로 공소시효(7년)가 완성된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시효를 이유로 조사 없이 전격 기소한 것과 비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검찰 판단을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법원 등에서는 “아무리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말 담당 검사가 총장 가족은 물론, 총장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사건은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출범하는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사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관련 의혹이 석연치 않게 종결될 경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인데, 검찰이 ‘큰 문제 없었다’며 최 씨만 기소하고 윤 총장 등에 대해 수사하지 않을 경우 사건 바통을 공수처가 넘겨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최 씨 사건 가운데 일부 문서의 경우 공소시효가 오는 10월까지 적용이 가능해 늦어도 7~8월에는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제격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법조인은 “검찰총장 가족의 ‘사기’ 의혹이라는 맥락에서 공수처 1호 사건으로 하기에 충분한 요소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에서 분리된 공수처를 만든 이유도 검찰이 스스로의 사건을 판단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공감하고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