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소득과 나이 상관없이 3개월 내 써야 하는 지역화폐로 전달
경기도는 4월부터 모든 도민에게 10만 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의 실시를 전격 발표했다. 사진은 3월 24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을 공론화 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의 보편적 지급을 전격 발표했다. 이로써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일상의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기도는 4월부터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1인당 10만 원씩 지역화폐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지급 대상은 2020년 3월 23일 24시 기준시점부터 신청일까지 경기도민인 경우로서,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년 2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인구는 1326만 5377명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1조 3642억 원으로 추산됐으며, 재난관리기금 3405억 원, 재해구호기금 2737억 원에 자동차구입채권 매출로 조성된 지역개발기금 7000억 원을 내부 차용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부족한 재원은 지원 사각지대가 줄어든 것을 감안해 극저신용대출 사업비 1000억 원 중 500억 원을 삭감해 마련했다.
지급 절차는 최대한 간소화해 거주하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원 확인만 하면 가구원 모두를 대리해(성년인 경우 위임장 작성 필요) 전액을 신청 즉시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은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단기간에 전액 소비되게 함으로써 가계지원 효과에 더해 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라는 이중효과를 얻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로 맞게 된 역사적 위기 국면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일부 고소득자와 미성년자를 제외하거나 미성년자는 차등을 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는 기본소득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고소득자 제외는 고액납세자에 대한 이중차별인 데다 선별비용이 과다하고, 미성년자도 세금 내는 도민이며 소비지출 수요는 성인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제외나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보편적 지급의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저성장 시대, 기술혁명으로 소득과 부의 과도한 집중과 대량실업을 걱정해야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을 넘어 세계경제기구들이 주창하는 포용경제의 핵심수단이고,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유일한 경제정책”이라며 “우리 사회가 기본소득을 본격 도입하려면 더 많은 국민적 논의와 이해 그리고 재정적 준비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위기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경기도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의 보편적 지급을 통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민생경제에 숨통을 튼다는 계획이다. 사진=경기도 제공
“생산유발효과 1조 1235억 원·부가가치유발효과 6223억 원·취업유발효과 5629명 전망”
그러면서 “위기에 처한 경기도민과 도내 자영업자 및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고민했지만 부족한 재원 때문에 갈등이 많았다”며 “조세결정권이 전무하고 지방채 발행권이 제한된 도 입장에서 모든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만족할 만한 대안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배려로 재난관리기금과 재난구호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다 모아도 도민 1인당 5만 원을 넘기 어려워 재원을 총동원했다”며 “소액이고 일회적이지만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의 단초가 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정책으로 자리잡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3월 23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조례안’을 의결해 재난이 발생할 경우 도민을 대상으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 조례안을 전국 최초로 마련했다. 해당 조례안은 3월 25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됐다.
한편 경기연구원이 한국은행 산업연관표(2017년 연장표)를 적용해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는 1조 1235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6223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5629명으로 조사됐다.
경기연구원은 재난기본소득 관련 현황과 쟁점, 대안을 담아 발간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재난, ‘재난기본소득’이 해법이다!’를 통해 “코로나19로 촉발된 ‘유례없는 위기’에는 전 국민 특수 기본소득 같은 ‘유례없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지역화폐형 재난기본소득’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특수한 경제재난 상황에서는 지역화폐와 연계한 재난기본소득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소득 보전, 자금순환 등 서민・중산층의 생계지원, 지역상권 살리기에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중앙정부가 실시하기에 신속성이 떨어질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일부 실시하고 중앙정부는 나중에 포괄할 수 있으며 지자체 차원에서는 광역과 기초 간 분담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황에 맞는 현금 지급 및 지역화폐 사용과 납부유예 △카드사용료, 제세공과금, 긴급생활구호자금의 경우 현금 지급 △소액 카드사용료 연체이자, 제세 및 공과금의 한시적 납부유예와 같은 추가적인 경제대책을 재난기본소득에 결합할 필요성에 대해 제언하기도 했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