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의료진 참여 웹 세미나 질문 쏟아져…“신종플루 등 유행 때 진단시장 확대…빠른 검사·조기 치료 주효”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의 진단 및 감염병 관리 능력이 세계의 호평을 받고 있어 이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웹 세미나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4월 10일 기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54만여 명에 이르는 가운데,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었던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에는 과연 어떤 강점이 있었던 것일까.
4월 9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온라인상에서 진행된 웹 세미나에는 각 국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미국, 러시아, 필리핀 등 75개국 1111명의 의료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이번 웨비나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감염 경로와 현황파악을 시작으로 감염병 역학분석, 감염병의 진단분석 체계 및 노하우, 치료 임상 경험, 환자 및 병원관리 사례 등 5개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섹션에 따라 박경우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김동현 한림대학교 교수, 이창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교수, 이혁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수, 최평균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등이 약 20분씩 발표를 이어갔다.
각 의료진들의 전문적인 발표 중 특히 이혁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발표한 코로나19의 진단법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진단법은 대상에 따라 크게 분자진단법과 진단키트진단법 2가지가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있고 감염이 확실하게 의심되는 사람에게는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유전자검사인 분자진단법을, 무증상자 및 역학조사 중 접촉집단의 빠른 진단을 위해서는 진단키트진단법을 사용한다는 것. 진단키트를 활용할 경우 진단결과는 3~24시간 내에 볼 수 있어 빠른 관리가 가능해진다.
분자진단법의 검사 결과에 따라서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해야 할지, 자가격리만 해도 되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 표준 검사법으로 주로 쓰이고 있는 분자진단법은 특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가이기도 하고 시간도 진단키트에 비해 오래 걸린다. 때문에 초기에 많은 수의 사람을 빠르게 검사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진단키트 수출 및 지원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 겪으며 진단시장 확대, 핵심은 진단키트
이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감염자가 늘어날수록 사망률이 높아지는 특이한 양상을 띤다. 즉 사망률이 10%라고 하면 환자 10명 중 1명이 사망한다고 보는데, 환자가 100명으로 늘어날 경우 20~30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환자가 의료기관의 수용한계를 넘어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생길 경우 사망률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빠른 진단과 방역으로 감염확산 방지가 중요한 이유다.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에서 감염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핵심은 바로 진단키트다.
사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전 세계의 귀감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신종플루와 메르스 등 그동안의 질병 상황에서의 경험과 교훈 때문이다. 2009년 신종플루를 겪으며 국내에서는 100만 건 이상의 검체검사가 이루어졌으며 이때 의료기관에 진단장비 보급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진단장비가 일단 보급되고 나니 의료계에 장비와 진단키트 관련 진단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의료계는 보급된 진단장비와 키트를 다양한 질병에 전방위적으로 활용했고 더불어 시장도 확장됐다. 그와 함께 진단키트 생산력도 늘어났다.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에서 감염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바로 진단키트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사진=웨비나 캡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들에 의한 학회들도 진단시장이 확장된 원인 중 하나다. 학회가 활성화되자 의료진의 검사 관련 활동이 왕성해졌고 진단 시장이 확장하는 데 일조하면서 국내 검사역량도 커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내 하루 생산가능 진단키트 수는 30만 개, 이 가운데 25만 개 정도는 수출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하루에 가능한 검체검사가 최대 3만~4만 건이므로 우리 국민이 다 쓰고 남은 것만을 수출한다고 해도 넉넉히 나오는 수치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진단키트에 의한 국내 검사량은 하루 2만~2만 5000명이었으며 최근에는 1만 5000~2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의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가 줄어든 것도 여러 언론에서 이미 발표했듯 초기에 많은 수의 검사가 이루어졌기 때문. 이는 다시 말해 풍부한 진단키트와 장비 덕이다. 사망률이 타국에 비해 낮은 것도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격리·치료했기에 가능했다.
온라인 창에서 국내 전문 의료진들의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2시간 내내 질문창에는 실시간으로 각국 의료진들로부터 200여 개의 구체적이고도 실무적인 질문들이 올라왔다.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다양한 질문 쏟아낸 세미나
온라인 창에서 국내 전문 의료진들의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2시간 내내 질문 창에는 실시간으로 각국 의료진들로부터 200여 개의 구체적이고도 실무적인 질문들이 올라왔다.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가 치료 후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는 얼마나 더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지, 사례별로는 어떤 진단법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 0~10세 아이들을 위한 보호 방법이 따로 있는지, 집단검사의 경우 진단키트는 꼭 의료진에 의해 시행되어야 하는지, 의심환자의 자가격리 시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감염자 1인당 역학조사는 어느 수준까지 완료해야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 백신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등. 질문 내용만 보아도 각국의 의료진들이 코로나19에 얼마나 당황하고 있으며 대응 관련 정보와 장비 등에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총괄반장을 맡았던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코로나19는 한국만 잘 관리한다고 종식될 수 없으며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본 세미나의 의의를 둔다”고 밝혔다.
또 이번 웨비나를 기획한 이행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 외국인환자유치단장은 “이번 웹 세미나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전략을 공유함과 동시에 전 세계에 자연스럽게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알리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장기적으로는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웹 세미나 영상은 한국국제의료협회 사이트에 공유되며, 각국의 요청에 따라 4월 중 한 번 더 개최될 예정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