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대상 본사 직원 일부 ‘무연고 지방’으로 보내…사측 “올해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 없다”
실적부진으로 지점 폐점 및 통폐합을 선언한 롯데하이마트가 급작스러운 직원 인사 발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박정훈 기자
#무연고 지방으로…하루아침에 ‘기러기아빠’
지난 3월 31일 오후 5시 롯데하이마트는 급작스러운 인사 발령을 냈다. 본사 직원을 지사 및 지점 등의 현장으로 보내는 것이 이 인사의 핵심이었다. 이에 앞서 3월 27일 예비지점장, 지점장 면직 발령이 났다. 4월 6일자로 사원·대리급 42명, 예비지점장 8명은 수도권 및 지방에 있는 지사나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지점장 6명은 면직돼 일반 판매원이 됐다.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사전 공지나 협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발령이 난 직원들은 4월 3일 창립기념일에도 쉬지 못하고 지방에서 지낼 방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롯데하이마트 한 직원은 “인사 대상자 대부분이 지방 지사나 지점으로 발령 났다”며 “어떤 직원은 지방으로 가면서 기러기 아빠가 됐고 무연고 발령이 난 직원 2명은 바로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협의나 예고도 없이 진행되다 보니 3일 만에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장도 갑작스러운 발령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점장이 퇴직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지점장이 발령이 나서 왔기 때문이다. 한 지점에 지점장, 예비지점장이 함께 근무하는 형태다. 이 자리마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매출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 11개를 폐점하고 21개 매장은 통폐합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령을 두고 남녀 직원 간의 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의 남자 직원이 지방으로 발령 받은 반면 인사 대상 중 여자 직원은 대부분 수도권 지역 지점으로 발령 받았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간 여자 직원의 경우 연고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자 직원 일부는 지방에 연고가 있음에도 수도권에 잔류하면서 남자 직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또 다른 직원은 “인사팀장이 남자는 지방 보내고, 여자는 수도권이라고 말했다”며 “여자는 무연고 발령이 난 직원이 한 명도 없지만, 남자 대부분이 무연고에 지방 발령”이라고 토로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라지만…
이번 인사에 앞서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하이마트는 3월 9일부터 16일까지 만 50세 이상, 25년 이상 근무자 8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창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한 희망퇴직이었다. 희망퇴직을 하는 직원에겐 법정 퇴직금, 월급 24개월분 희망퇴직 위로금, 1200만 원 규모의 창업 및 재취업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신청자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일부 직원의 급작스러운 지방 발령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2월 롯데쇼핑은 향후 3~5년 이내 오프라인 점포 700개 중 200개를 줄인다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3월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주력인 국내 대형마트(슈퍼)와 양판점(전문점), 백화점 가운데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연내를 목표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슈퍼는 536곳 중 대형점 중심으로 20%, 양판점은 591곳 가운데 20% 정도, 백화점은 71곳 중 5곳이 폐쇄 대상이다.
이와 관련,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정년을 앞둔 직원들이 인사팀에 먼저 연락해 진행한 사안”이라며 “희망퇴직을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발령과 구조조정 관련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앞서의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방 지사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요청이 왔다. 인사는 성과, 경영효율화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진행됐으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점으로 발령 난 직원들은 예비지점장 교육을 수료하고 이미 지사 등에서 현장 교육을 받고 있는 직원들”이라며 “교육생 신분으로 배울 것이 많은 거주지 근처 우수 대형점으로 배치했고, 해당 지점의 지점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녀차별도 논란에 대해서는 “역차별이 아니라 여자 직원을 우대한 것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비연고지 발령에 대해서는 향후 연고지를 고려하여 순환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