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조국가족 사건 등 연루…“여당 압승, 판결 영향 미칠 것” 전망도
한병도(왼쪽)·황운하 당선자 등 13명이 기소된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은 최근 열린 재판 가운데 언론의 관심이 가장 쏠린 사건이었다. 사진=임준선·박은숙 기자
#총선 직후 잇따라 열린 재판
송철호 울산시장과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황운하, 한병도 당선자 등 13명이 기소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최근 열린 재판 가운데 언론의 관심이 가장 쏠린 사건이다. 2명의 당선인이 ‘기소인 명단’에 포함되게 된 선거 결과도 이유였지만, 기소 후 석 달여 만에 열린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기소된 것은 1월 29일. 하지만 총선을 세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은 재판 진행을 선거 이후로 미뤘다. 그렇게 86일 만에 열리게 된 첫 공판준비기일. 재판은 단 10분 만에 끝났지만, 검찰과 피고인들은 충돌했다. 특히 피고인들은 “기소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를 문제 삼았다. 그리고 ‘수사 자료 제공’을 놓고 부딪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 측은 변호인 13명만 참석했고, 검찰 측에서는 수사를 담당한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이 직접 출석했다. 김 부장검사는 “피고인들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총 5건의 20명에 대해 일부 분리 결정하고 나머지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남은 수사에) 대략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방대한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데 한 달 정도가 필요하다”며 일정을 천천히 진행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공개한 이번 사건의 기록은 97권, 4만 7000쪽에 달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권 핵심 인사 수사가 남은 상황인 만큼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피고인 측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방어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송철호 울산시장 측 변호인인 차태강 변호사는 “관련 사건이 수사 중이라면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검찰을 몰아붙였다.
법원도 검찰의 시간 끌기 전략을 지적했다.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법률상 서류 등의 목록에 대해서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 이는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열람·등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10분 만에 재판 종료를 결정했다.
청와대 하명 지시로 경찰 수사를 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황운하 당선자는 재판에 앞서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무죄라고 본다. 변호인과 공소장을 봤는데 공소를 취소해야 할 수준이다. 터무니없다. 실제로 조사도 한 번 안 하고 기소를 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참석할 재판에서 검찰과의 신경전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강욱 당선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을 앞두고 “정작 법정에 서야 할 사람들은 한 줌도 안 되는 검찰정치를 행하고 있는 검사들”이라며 3분여에 걸쳐 검찰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대놓고 심기 드러낸 당선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당선자도 4월 21일 국회의원 당선인 자격으로 법원을 찾았다.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정한 듯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당선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을 앞두고 “정작 법정에 서야 할 사람들은 한 줌도 안 되는 검찰정치를 행하고 있는 검사들”이라며 3분여에 걸쳐 검찰 문제점을 지적했다.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쿠데타 세력’이라고 지칭했던 그는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정치검찰의 불법적 정치적 기소로 저는 오늘 법정으로 간다”며 “이미 시민들의 심판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 여당이 압승한 것을 언급하며, 검찰의 잘못된 기소가 이미 국민들의 판단을 받았다고 시사한 것이다.
최 당선자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줘 조 전 장관과 함께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서류는 조 씨의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활용됐는데, 조 씨는 2018학년도 전기 고려대 및 연세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입시에서 최종 합격했다.
최 당선자 측은 공판에서 혐의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 최 당선자의 변호인은 “조 씨는 실제로 16시간 정도 주말이나 일과 후 사무실에 방문해 문서 편집, 기록 정리, 사건기록 열람 등 활동을 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거로 낸 청맥 서류의 기재내용을 비교해보아야 더욱 허위 여부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맞섰다.
‘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재판 출석을 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증인 요청 받았지만…
그런가 하면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서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를 이긴 ‘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재판 출석을 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입당 및 총선 과정 내내 자신을 양승태 대법원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이수진 당선자. 하지만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이수진 당선자를 증인으로 불러 자신이 법원 내 인권법연구모임을 와해하려 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양승태 대법원과 인권법 판사들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 것. 그리고 이수진 당선자를 불러 이를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총선 과정에서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던 이 당선인은 불출석을 결정했다. 이 당선자는 “아는 게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불출석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결정에 이규진 전 상임위원 측은 증인 요청을 철회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인은 “판사들은 법 기준과 사실만 가지고 판단을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정치적인 사건의 경우 민심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결국 재판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재판을 최대한 천천히,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총선 결과가 아직 여운이 남아 있을 때 기세를 확실하게 정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