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김태년 정성호 조정식 등 거론…친문 독주할지 견제론 작동할지 관심
원내대표 선거는 전당대회를 3개월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당내 권력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당권 전초전’으로도 해석된다. 벌써부터 후보군들의 물밑 경쟁이 뜨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민주당 양대 세력으로 구분되는 ‘친문계’와 ‘86세대’의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뽑는 경선을 앞두고 있다. 친문진영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전해철 의원(왼쪽)과 이인영 현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내부 경쟁에 돌입했다. 180석의 여당을 이끌 원내대표 선출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뽑는 경선을 5월 7일 실시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4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설치·구성안을 의결했다. 4선 김영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이원욱 서삼석 의원, 문진석 허영 당선자가 참여하기로 했다.
지역구에서만 163석이 당선된 만큼 원내대표 후보군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는 평가다. 4선 의원만 11명에 3선 의원 25명 등 두터운 중진그룹을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7명 정도가 원내대표 경선 출마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당내 최대 계파로 꼽히는 친문(친문재인) 그룹에선 친문 핵심 ‘3철’ 중 한 명이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전해철 의원이 가장 먼저 출마의 뜻을 밝혔다. 전해철 의원실 관계자는 “원내대표 출마 결심을 굳혔다”며 “현재 여러 의원들과 만나고 통화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간극을 좁혀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태년 의원도 재도전 의사를 굳히고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년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김태년 의원은 이해찬 대표 지원사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친문계로 이뤄진 이른바 ‘부엉이 모임’과 손 잡은 이인영 원내대표에 패했다. 당 사무총장으로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윤호중 의원도 경선 도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비문 진영에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낸 정성호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성호 의원은 “거대 여당을 이끌며 국민들에게 안정과 신뢰를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면서 야당과 원만한 대화를 이끌어간 경험이 있는 데다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5선에 성공한 현 정책위의장 조정식 의원도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노웅래 의원도 거론된다. 노 의원은 이번 경선에 나서면 네 번째 도전이다. 국회 국방위원장 안규백 의원과 당내 연구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박완주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이름이 거론된다.
유력 출마 후보로 거론되던 더미래의 박홍근 의원의 경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홍근 의원은 4월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묻는 분들이 많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다”며 “당의 가장 젊은 3선 의원으로서 바로 원내대표직에 도전하기보다는 초·재선 의원들과 함께 유능한 선배 의원들을 잘 모시면서 당의 안정과 단합, 일하는 민생국회를 선도하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벌써부터 일부 후보들은 당선자들을 찾아가거나 당선 축하 전화를 하는 등 방식으로 일대일 표밭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전해진다.
민주당 내에선 공식적으로 “이제 계파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친문’과 ‘비문’ 그룹 간 경쟁구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선, 친문그룹이 민주당 원내 최대 계파로 자리 잡은 만큼 경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친문 진영은 전해철 황희 의원 등 기존 친문 의원들에 윤영찬 윤건영 고민정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당선자들까지 더해져 7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 총선에서도 나타났듯 문재인 대통령이 60%가 넘는 국정지지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후보들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차별성을 선보이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비문 그룹에서 친문 의원을 넘어서는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내세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문 후보가 몇 명이나 되겠나. 원내대표 경선은 획일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표적 비문 진영이 86세대 운동권인데 이들 중 유력 후보들은 20대 국회 등에서 원내대표(이인영)을 다 거쳤다. 현재 비문 진영에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다”며 “이번 경선도 후보자가 여럿 나와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비문 진영에서는 결선에 한 명도 못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친문 집안싸움이 될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원내대표 선거는 과반수 득표로 선출된다. 과반 투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거쳐 최다 득표자가 당선자가 된다.
비문 진영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정성호 의원. 사진=연합뉴스
‘친문 견제론’이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정치권 최대 관심사는 전해철 의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의 민주당 한 의원은 “친문 그룹에 당권마저 내줄 수 없다는 생각에 친문 후보를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전해철 의원은 친문 핵심으로 견제가 많아 결선에 올라간다면 반대 후보로 표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도 “조정식 의원은 5선으로 원내대표에 나갈 선수는 아니다. 정성호 의원 역시 신중한 성격으로 과거에도 출마 가능성이 대두되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뜻을 접은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출마 결심을 한다는 것은 사전에 ‘친문은 안 된다’는 의원들 사이의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는 이낙연 당선자 스탠스도 관심사다. 차기 주자 지지율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이 당선자가 과연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다.
이낙연 당선자의 정치 일정은 차기 대권으로 향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친문계가 이 당선자의 대권 행보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다. 당 대표 역할 그 이상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낙연 당선자가 비문 진영과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는 비문계 입장에서도 유력 잠룡 이 당선자와의 연대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반면, 이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운동권 그룹이 친문 진영을 밀어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부엉이 모임’ 등 친문 의원들의 지원을 받으며 선출됐다. 그 부채의식이 있을 것”이라며 “이 원내대표가 나서 친문 후보에 힘을 실어주자고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