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관계 입증 여부 주목…수천억씩 판매 대신·우리·신한 등 대형 로펌 선임 대응 나서
1조 6000억 원 상당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 관련,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최고 투자액 대신증권…꼬리 자르기?
검찰이 처음 금융기관들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과 우리은행 등 주요 펀드 판매사들을 시작으로 금융감독원을 압수수색했고, 4월 23일에는 금융위원회까지 찾아갔다. 라임자산운용 상품 설정 및 투자·환매 과정에 관련된 금융기관 모두를 뒤져 자료를 확보한 셈이다.
피해자들의 투자금이 ‘주가조작’ 등에 쓰인 금융 범죄 과정을 확인하는 게 수사 시작의 명분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건이 불거진 것은 환매 중단 관련 피해자들의 규모가 컸기 때문”이라며 “금융기관들이 라임자산운용 상품 판매 과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은 대신증권이다. 사법처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라임운용의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바로 대신증권인데, 특히 한 지점에 집중됐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1조 1760억 원을 반포지점 한 곳에서만 판매됐다. 전체 판매 잔액(5조 7000억 원)의 20%가 넘는 규모다.
대신증권 반포지점 측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통한 구체적인 투자 및 인수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등 라임에 들어간 투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구속된 청와대 김 아무개 전 행정관(현 금감원 직원)의 존재를 발언하기도 했다.
당연히 투자 피해자들도 대신증권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라임사태 대신증권 피해자모임은 4월 23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감원이 부실 감독을 반성하고 대신증권을 검찰에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금융기관이 고객의 돈을 부정하게 이용하며 운용사의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대신증권의 책임자인 사장을 하루빨리 검찰에 고발하라”고 주장했다.
대신증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조 원 넘는 판매가 이뤄진 반포지점 장 아무개 전 센터장의 개인의 문제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시선은 조금 다르다. 회사 차원의 보고가 이뤄졌다면, 책임이 대신증권에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대신증권 반포지점은 2017년 1월 설립 시점부터 ‘대한민국 최초의 대체투자전문 지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라임 펀드를 ‘100% 담보가 있는 투자’라고 설명했고,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라임하고 자신이 이거(펀드)를 짜서 여기 반포지점만 특별히 이렇게 높은 금리로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지점장’을 임명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투자 유치’인 강남 지역이라는 점에서 본사가 반포지점의 펀드 판매 규모와 종류를 보지 않았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이를 상부에 보고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회사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을 운영할 때 지점장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은 ‘많은 투자금 유치’”라며 “한 지점에서 특정 상품(라임 펀드)을 1조 원 넘게 판매하는 과정을 본사 혹은 강남 일대 지점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본사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무엇보다 라임자산운용의 성격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음은 이미 증권업계 전반에 알려져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친분이 있는 한 전환사채(CB) 투자 전문가는 “라임자산운용은 주가조작 상장사 인수자금 전문 투자사”라며 “주가조작 세력이 라임자산운용의 투자를 받으려고 줄을 섰다면, 라임자산운용은 증권사 등으로부터 상품 판매를 많이 유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현금 실탄을 많이 확보한 만큼 안정적으로 상장사 채권에 투자할 수 있고, 많이 투자할수록 주가조작이 안정적으로 이뤄져 많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지 않았나. 이 구조를 모르는 증권사나 은행들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은행 실무진 역시 “라임의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2~3년 동안 규모와 성장 면에서 업계에서 가장 ‘핫한’ 자산운용사였다는 점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며 “비정상인 수준의 고수익을 추구하는데 이를 판매하는 은행들이 구조도 모르고 판매했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도 불똥
이 같은 문제는 대신증권뿐 아니라, 제1금융권(은행)과 제2금융권(증권, 저축은행 등) 모두에 해당된다. 현재 라임 환매중단 펀드 판매사는 △우리은행(펀드 판매금 3577억 원) △신한금융투자(3248억 원) △신한은행(2769억 원) 등 총 19개 사다. 라임 상품 판매 과정에서 라임과 이들 금융기관 사이에 모종의 ‘공모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 은행은 지난해 3월 라임펀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내부 직원의 경고 의견에도 이를 묵살하고, 같은 해 4월 말까지 라임펀드를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오히려 이런 의견을 낸 직원을 나중에 꾸려진 라임 펀드 관련 팀에서 배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 필요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신증권이나 우리은행, 신한금융그룹 등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상장사 리드 관련 수사가 라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자 금융기관들이 찾아와서 상담을 하더라”며 “현재 검찰은 체포된 주가조작 세력들과 라임의 공모 및 불법 행위 여부를 수사 중이지만, 검찰이 작정하고 수사 방향을 대형 금융기관들과의 ‘공모 관계’로 잡으면 처벌받는 금융인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