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힐즈호텔’ 방문 두 남성, 침대에 놓인 시신 보고 줄행랑…‘쓰보노온천’ 실종 소녀는 24년 만에 시신으로 발견 ‘오싹’
경기가 호황이던 버블기(1980~1990년대 초). 일본은 지방 국립공원에 대형호텔 건설 붐이 일었다. 하지만 경기악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등으로 급격히 이용자가 줄어들면서 영업을 중단하는 호텔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철거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까닭에 아직까지 폐허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1992년 영업이 중단되면서 흉물로 방치된 미야자키현 에비노의 그린힐즈호텔. 한낮에도 을씨년스러운 이곳에서 4월 15일 시신이 발견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구글 지도 이미지
미야자키현 에비노시에 위치한 그린힐즈호텔이 바로 그런 사례다. 호텔은 1992년 영업을 중단했으나 매입하는 이도, 철거하는 이도 없어 수십 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세월의 풍파 속에 칠이 벗겨지고, 녹물이 덕지덕지 묻어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한낮에도 인적이 드물어 을씨년스러운 기운마저 감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귀신을 목격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간혹 공포 체험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4월 15일 새벽, 20대 남성 두 명도 ‘담력 시험을 하겠다’며 일부러 찾아왔다.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문 유리가 깨져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었다. 로비에 입성한 두 남성은 1층부터 차례차례 살피기 시작했다. 건물 꼭대기를 향해 천천히 계단을 올랐고, 심상치 않은 기운이 스멀스멀 다가왔다.
6층 객실에 들어서자 이들은 ‘호텔에 자신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사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남성 둘은 그대로 줄행랑을 쳤고, 몇 시간 뒤 정신을 차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의하면 “시신은 부패가 심해 성별과 나이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신장은 170~180cm. 머리가 희끗희끗했으며, 반팔 셔츠에 긴 바지 차림이었다. 덧붙여 “별다른 소지품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고인지 살인사건인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코로나로 자숙하는 시기에 담력 시험을 하러 갔다는 자체가 한심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남성 둘은 “막상 심령스폿에서 사체를 목격하니 너무 무섭고 공포스러웠다”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전말에 대한 다양한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신이 40대 후반~50대 남성으로, 노숙자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일용품 같은 생활 흔적이 없었고, 소지품 또한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의문스럽다. 따라서 “사건성이 짙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자살 장소로 폐허를 선택해 숨진 것 같다”, “살해한 후 사체를 폐허에 유기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후자의 경우 ‘피해자를 굳이 폐가로 호출했을까’싶어 부자연스럽고, 일부러 시신을 들쳐 메고 6층 침대에 눕힐 이유도 없어 보인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아무리 폐허라 해도 무단으로 침입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법률상 ‘경범죄’나 ‘주거침입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체포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경찰 측은 “건물 관리자가 없는 경우라면 엄중 주의 처분으로 끝날 수도 있으나 불법행위인 것은 변함없다”며 “폐허 잠입은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대체로 폐허는 치안이 나빠 범죄의 온상이 되기 쉽다. 실제로 일본 폐허에서는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2004년 지바현의 한 폐가 호텔에서는 여고생이 5명의 소년에게 납치돼 성폭행·살해되는 처참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2006년에는 기후현의 폐가에서 남자 고교생이 여자 중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가장 근래인 2017년에는 아이치현 러브호텔의 폐허에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추락사 같은 사고들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1996년 ‘쓰보노온천 소녀 실종 사건’이 다시금 이슈의 중심에 섰다. 지난 3월 두 소녀의 시신이 쓰보노온천에서 40km 떨어진 이미즈시의 바다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쓰보노온천 여관. 사진=구글 지도 이미지
폐허와 관련된 미스터리한 사건도 있다. 그 유명한 ‘쓰보노온천 소녀 실종 사건’이다. 24년째 풀리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2020년 3월 도야마현 이미즈시 항구에서 이들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다시금 이슈의 중심에 섰다.
사건의 시작은 1996년 5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9세였던 두 소녀는 ‘담력 시험을 하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갑자기 사라졌다. 친구에게 남긴 문자메시지 “우오즈시에 있다”라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우오즈시는 ‘쓰보노온천’이라는 동일본 제일의 심령스폿이 있는 지역이다. 쓰보노온천은 1982년 도산한 온천여관으로 워낙 기묘한 사고가 많아 악명이 자자했다. 여름철에는 담력 시험을 하기 위해 ‘흉가 마니아들’이 모여들었고, 당시 도야마현 폭주족의 집합소가 되기도 했다.
일본 경찰은 “두 소녀가 폐허인 쓰보노온천 여관에 갔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수사를 착수했다. 헬기까지 투입해 대규모 수색도 이어졌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세월만 흘렀다. 수사 진전이 없다보니 “폭주족에 살해돼 폐허 어딘가 묻혔을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북한에 납치됐다”는 설까지 떠돌았다. 그렇게 쓰보노온천은 ‘폐허의 위험성’을 알리는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로부터 24년. 두 소녀의 시신이 쓰보노온천에서 40km나 떨어진 이미즈시의 바다에서 발견됐다. 차로 이동해도 5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시신이 발견된 경위를 따라가 보면 더욱 미스터리하다. 일본 매체 ‘주간문춘’에 따르면 “소녀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1996년. 그로부터 18년 후인 2014년에 사건 목격자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2019년에 정말 목격자 세 명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해저수색을 벌인 결과 차량과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주간문춘’은 “목격자 증언이 24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었다”고 덧붙였다. “1996년 연휴 심야, 차에 탄 젊은 여성 2명에게 말을 걸던 중 갑자기 차가 뒤로 발진하면서 바다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순간 두려워져 경찰에 알리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눈앞에서 사람이 탄 차가 바다로 굴러 떨어졌는데 신고도 하지 않고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 시점에서 신고만 했더라면 소녀들이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혹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차량 내부에서 발견된 인골은 사인은 고사하고 나이와 성별도 특정할 수 없는 상태”였다. “차량의 식별번호 및 차내 소지품으로 신원을 추정했다”고 한다. 사인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만약 살인 사건이었다고 해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입건한다면 ‘사체유기죄’ 정도. 그나마도 15년 이상이 흘러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다.
장기 미제였던 ‘쓰보노온천 소녀 실종사건’은 시신의 발견으로 24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오히려 수수께끼는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경찰이 사건으로 다루지 않는 이상 진실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