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여야 조율 경험과 높은 선수가 맡는 관례 강조…김, 코로나 위기 극복 경제통 부각과 친문 지원 기대
5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당선자 대상 기후재난비상대응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21대 국회의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왼쪽)과 박병석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부의장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을 5월 25일 치른다. 민주당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영주)는 5월 12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후보 등록기간은 5월 19~20일이다. 의장단 후보로 한 명만 등록하면 투표 없이 당선 확정된다. 두 명 이상 후보가 나오면 경선을 진행하는데,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로 마무리된다. 후보가 결정되면,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을 통해 재적의원 과반 득표를 얻으면 당선된다.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은 ‘최다선’인 6선의 박병석 의원과 ‘최고령’인 5선의 김진표 의원 맞대결 구도로 점쳐진다. 박병석 의원은 4월 총선 전부터 “국회의장이 돼 국회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밝히는 등 출마의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김진표 의원 역시 당선 후 국회의장직 도전에 대해 즉답은 피했지만, 의지를 보여 왔다. 김진표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출마선언은 안 했지만 조만간 출마한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총선 직후 정치권에선 민주당 경선 없이 한 명의 후보가 추대될 것이란 얘기가 유력하게 나돌았다. 국회의장 임기가 2년씩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맡는 만큼 박병석 의원과 김진표 의원 사이에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말까지 뒤를 이었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전반기 국회의장직 출마의 뜻을 밝히면서 당내 경선이 불가피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두 의원은 당내 의원모임과 각 지역별 당선자 모임 등에 잇따라 참석하며 표를 얻기 위한 구애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우선 박병석 의원은 원내 최다선이다. 그동안 관례는 선수가 높은 여당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박 의원이 유리하다. 또한 계파색이 옅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최근 초선 당선자들에게 손편지를 통해 “당선 후 등원까지 지역민들에 대한 감사인사를 성의 있게 해야 한다” “상임위는 전공을 살리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권한다” 등의 조언을 건넸다.
김진표 의원은 ‘경제통’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 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 측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21대 국회에 경제 전문가 출신의 국회의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의장 후보 경선이 과열된 양상을 띠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국회의장이 국가서열은 높지만 권한이 많은 것은 아니다. 두 후보의 정치일정에 전반기 국회의장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거대여당이 국회의장직을 두고 경쟁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당내 교통정리를 통해 전·후반기 합의추대 형식을 취하고 원만하게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 중심에는 김진표 의원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언급했듯 김 의원은 ‘경제 전문가’가 국회의장을 맡아야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주류이자 최대 계파인 친문 진영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회의장은 입법을 내고 정책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다. 여야 간 협상이 원활하게 되도록 중재하는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여야 모두에 조율 경험이 많은 신뢰를 받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경제통이라는 장점을 국회의장 경선에 왜 내세우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진표 의원은 의원들에 보낸 SNS 메신저를 통해 “21대 국회는 포스트 코로나 국회여야 한다. 국난 극복의 중심에 국회가 우뚝 서야 한다”며 “국회의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장이 사후적이며 절차적으로만 개입하는 관행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국회에 발의·제출된 법안 중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거나 쟁점이 두드러져 공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법안을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해 중점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현안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 의장석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 21대 국회 국회의장을 누가 맡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박병석 의원실 관계자도 “박병석 의원이 김진표 의원에 비해 친문그룹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하는 의견도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하며 비문계와 갈등이 심했을 당시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을 계속 지지한 몇 안 되는 중진이었다”고 했다. 실제 박 의원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정부대표단을 끌고 시진핑 중국주석과 독대하면서 현 정부철학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박병석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큰 표 차로 승리할 경우 김진표 의원의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 가능성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는 국회의장 후보로 박병석 김진표 의원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진표 의원이 큰 표 차로 패하게 될 경우 후반기 의장을 뽑을 때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도전하는 경쟁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에 김진표 의원과 같은 5선 의원으로는 변재일 이낙연 설훈 이상민 송영길 조정식 안민석 의원 등이 있다.
김진표 의원 측을 잘 아는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진표 의원 출마에 대해 여러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김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국회의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신 걸로 안다. 2년 뒤 대선 결과에 따라 의장직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진표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선 당선자는 “국회의장 경선도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정국에서 국회의장을 두고 당내 경선으로 시끄러워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 당 지도부에서 내부 조율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