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 달 혹평, 인프라 전환 혼란에 전략 부재 지적…롯데 “그간 안정화 매진, 6월부터 달라질 것”
서울시 중구 을지로 1가 롯데그룹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롯데ON’ 혹평에 이은 또 혹평
지난 4월 28일 롯데그룹이 공개한 롯데온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롯데홈쇼핑·하이마트·롭스 등 롯데그룹 7개 계열사를 한데 모은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이다. 롯데온은 롯데그룹이 지난 2년간 3조 원을 투자한 사업으로 그룹의 명운을 걸고 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롯데온은 정식 오픈 첫날부터 접속불가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본격적인 서비스 이후에도 문제점이 불거졌다. 소비자 불만은 △검색 오류 △오배송 △반품 불가 등 다양하다. 특히 기존 롯데 온라인몰 회원들의 등급이 초기화되면서 기존 회원마저 발을 돌리게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롯데온 애플리케이션(앱)의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이 간결하지 못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를 방증하듯 출시 후 반짝 오른 롯데온 검색 순위는 현재 바닥을 기고 있다. 롯데온이 출시된 날 네이버 검색 지수가 88까지 오르면서 쿠팡을 제쳤지만, 이후 현재까지 평균 2를 맴돌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쿠팡은 평균 70을 기록하며 이커머스 업계 1위로서 인기를 증명했다. 구글스토어에서도 롯데온은 1만 개의 리뷰가 달렸으나 5점 만점에 2점을 기록했다. 이용자 대부분이 롯데온 앱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쿠팡은 55만 개의 리뷰가 달렸고 4.5점을 기록하고 있다.
한 IT업체 직원은 “고객은 계열사가 아닌 하나의 상품을 쉽게 검색하고 찾는 게 중요한데, 전 계열사 앱을 일원화했음에도 화면에서 각 계열사 카테고리를 강조한다”며 “타 이커머스 앱에 비해 회원 친화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돈 들이고 빛 바랜 ‘롯데ON’ 론칭
롯데온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롯데온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5월 롯데쇼핑은 온라인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하고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본부를 공식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롯데쇼핑이 주요 계열사별 온라인몰을 일원화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당시 롯데쇼핑은 그룹 온라인몰 백오피스 통합 및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롯데쇼핑은 롯데정보통신으로부터 101억 4700만 원 규모의 온라인 백오피스 통합 시스템을 인수했다. 백오피스란 눈에 보이는 온라인 화면을 제외한 다양한 운영체계를 말한다. 여기에는 고객관리와 물류, 배송, 결제 등이 포함됐다. 백오피스 통합이 엘롯데와 롯데마트몰, 롯데하이마트몰, 롯데아이몰, 롯데슈퍼몰, 롯데인터넷면세점 등 롯데 온라인몰 통합 운영의 시작인 셈이다.
롯데그룹은 이 시스템을 먼저 롯데백화점의 온라인몰 엘롯데에 먼저 적용해 인프라를 구축한 후 각 몰의 특성에 맞춰 확대해 나갈 계획을 짰다. 이에 맞춰 2019년 4월 롯데정보통신은 엘롯데를 비롯해 롯데닷컴, 하이마트 등 롯데 그룹사 이커머스 사이트를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인프라를 구축했다. 롯데그룹은 롯데홈쇼핑, 롯데슈퍼, 롯데마트, 롭스 등 나머지 이커머스 사이트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도 검토했다.
당시 롯데정보통신이 구축한 클라우드 인프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의 IT업체 직원은 “아마존 엘라스틱 컨테이너 서비스(ECS)를 활용해 롯데정보통신이 롯데그룹의 온라인 백오피스 통합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서 당시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며 “전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하나의 클라우드로 통합하면서 비용을 대폭 줄이고 고객 관리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롯데온 홈페이지.
하지만 롯데그룹은 롯데온을 만들 때 롯데정보통신이 구축한 아마존 ECS 인프라를 대신 아마존 엘라스틱 쿠버네티스 서비스(EKS)를 프론트와 백오피스 시스템 구축을 위해 도입했다. 경쟁사 역시 아마존 EKS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하나둘씩 불거졌다. 다양한 운영체계를 새로운 클라우드에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론칭 시점이 미뤄졌다. 클라우드 운영비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직원은 “롯데정보통신이 구축한 클라우드를 활용해 지금의 롯데온을 만들었다면 출시도 빨라지고 운영비나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클라우드를 다시 구축하면서 시간은 부족한데 앱에 추가해야 할 운영체계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롯데온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정보통신의 클라우드를 배제한 것도 롯데온을 주도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본부에서 신기술을 활용하자는 의욕만 앞섰기 때문이고 당시 클라우드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개발자들은 다 퇴사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롯데쇼핑은 오히려 시스템 전환으로 효율을 높였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존 시스템을 활용해 계열사 시스템을 한 곳에 모을 경우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만큼 확장성에 문제가 있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면서 “운영비 부문에서도 내부적으로 연간 500억 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시스템 전환과 그에 따른 운영비 과다 지출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시스템 안정화와 함께 자체 개발 검색 엔진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온은 3900만 명의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7월과 9월 두 차례의 검색 엔진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9월부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점포에서의 통합 데이터가 구축되고, 이를 바탕으로 약 400개의 상품 속성 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온은 주력 서비스인 검색과 추천 서비스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끝나면 정확한 상품 추천 및 상품 검색이 가능해져 충성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의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온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출범 이후 한 달 동안 많은 고객들의 애정 담긴 조언을 들었다”며 “지난 5월 한 달간 꼬박 안정화에 매진했다. 6월부터는 매일 매일 달라지는 롯데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시스템 구축 과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략 차원의 한계도 노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체제다. 그런데도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은 롯데온이 쿠팡과 같은 출혈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리수를 던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비자 유입할 수 있는 카드가 전무한 상황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롯데와 함께 ‘유통 공룡’으로 꼽히는 신세계그룹은 롯데그룹보다 앞서 ‘쓱닷컴’을 론칭했으나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이베이코리아·11번가·위메프·쓱닷컴 중 올해 1분기 인터넷 쇼핑 결제 금액이 가장 높은 곳은 4조 8400억 원을 기록한 쿠팡이었다. 쓱닷컴은 1조 3600억 원으로 조사 대상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영제 e커머스 사업부장은 롯데백화점 출신으로 지주 경영전략실에 오기 전 엘롯데를 출범시킨 경력이 있다. 롯데 계열사의 다른 직원은 “롯데온 출시를 앞두고 담당 임원들이 모두 바뀌고, 조영제 사업부장이 올해 초 e커머스에 처음 부임하자 마자 롯데온을 맡게 돼 실제로 챙길수 있는 시간이 3개월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아마존 ECS와 EKS 뭐가 다르길래…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할 때 하나의 아티팩트(구성된 코드를 압축해서 실행 가능토록 한 파일)를 만드는 방법보다는 응용 프로그램을 여러 개로 나눠서 서비스를 조합하는 방식인 MSA(Micro Architecture)를 사용한다. MSA의 핵심은 컨테이너(운영 체제 수준 가상화, 여러 개의 서버를 갖출 수 있는 서버 가상화 방식)를 사용해 앱의 독립적 실행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게 도커(Docker)다. 도커는 위와 같은 서비스의 독립적 환경을 제공하고 결합도를 낮춰 서비스의 장애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서버 리소스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인프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엔진이다. 그런데 도커 기술도 관리해야 할 요소가 많아서 오케스트레이션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오케스트라처럼 여러 악기가 모여 하나의 큰 악기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하나의 앱은 그 안에 여러 가지의 운영 체제가 모여 만들어진다. 문제는 그 운영 체제를 하나로 묶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고충을 해결해주는 대표적인 곳이 아마존웹서비스다. 아마존은 전 세계 기업이 앱을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도록 ECS(엘라스틱 컨테이너 서비스)와 EKS(엘라스틱 쿠버네티스 서비스)라는 오케스트레이션 도구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솔루션은 쿠버네티스가 꼽힌다.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구글의 쿠버네티스가 공개되면서 전 세계에서 오케스트레이션에 필요한 방대한 오픈소스들이 쿠버네티스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예산과 시간을 들여 구축한 ECS를 포기하고 EKS를 선택할 명분은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EKS로 급하게 롯데온 앱을 구축하다 보니 과거 ECS를 사용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됐다. 클라우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롯데쇼핑 시스템 구축과 관련 “ECS에서 EKS로 전환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미래를 본다면 ECS를 포기하고 EKS를 선택하도록 권장할 것 같다”며 “하지만 제대로 운영한다면 비용이 크게 늘 것 같지는 않은데 그 부분에서는 의아하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