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경쟁업체와 달리 실적 부진…야심작 ‘롯데온’ 두고 “차별성 없다” 차가운 평가
롯데쇼핑이 올해 1분기 아쉬운 실적을 거두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롯데쇼핑의 점포 구조조정 결단을 내리고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까지 출범시켰지만 그 영향력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사진=일요신문DB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4조 767억 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21억 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74.6%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익실은 433억 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극장 사업인 컬처웍스와 롯데백화점 매출이 각각 55.5%, 21.8% 감소한 것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다중이용 시설 기피 현상과 소비심리가 꺾인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어려움은 비단 롯데쇼핑의 일만은 아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통업계 전반이 올해 1분기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4월부터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심리는 지난 3월 가장 컸고, 4월부터 점차 누그러지면서 소비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분출되는 ‘보복소비’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신세계와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의 4월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롯데쇼핑만은 아직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오프라인 할인점인 이마트 기존 점의 4월 매출 신장률은 2019년 4월 대비 4.4%로 나타났다. 그러나 롯데쇼핑 측에 따르면 같은 기간 롯데마트 기존 점의 매출 신장률은 1.2%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5월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전체 지점의 지난 5월 1일~17일 매출 신장률은 2019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전체 지점의 매출 신장률은 2019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차재헌 연구원은 “(4월 롯데마트 기존 점 매출 신장률이) 경쟁사 대비 상당히 부진하다. 근거리 쇼핑 채널로 회복을 기대했던 (롯데)슈퍼의 성장률도 4월 들어 다시 역성장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5월에는 매출 감소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진이 계속되고 회복도 불투명해지자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해 전체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롯데는 향후 3~5년 롯데마트 전체 점포의 40%인 50개 이상 줄이고 롯데슈퍼 전체 점포의 17%인 70개 이상을 정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중장기적인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단기적으로는 폐점과 관련된 일회성 비용들이 오히려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올해 예상되는 폐점 관련 비용은 (롯데)백화점과 할인점(롯데마트) 부문에서 각각 최대 1000억 원과 1600억 원 규모”라고 내다봤다.
롯데쇼핑은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롯데마트 서울역점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일요신문DB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이 오히려 거래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의 2019년 전체 거래액은 6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전체 점포의 40%가 구조조정되면 거래액이 급격하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점포의 매출액이 점포당 평균 매출액의 60%라고 가정하면, 전체 거래액의 약 24%가 감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준 연구원은 또 “거래액 규모로 계산하면 약 1조 5000억 원 정도 감소할 수 있으며 매년 발생할 기존 점 매출의 감소까지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거래액 감소는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점을 대신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온라인 사업 확대에 집중한다. 수년 전부터 롯데의 유통망과 고객 데이터를 통해 국내 최대 온‧오프라인 혁신을 일으킬 것을 꿈꿔 온 신동빈 회장은 지난 2년간 3조 원을 투자해 지난 4월 28일 롯데쇼핑 7개 계열사 통합 플랫폼인 ‘롯데온(ON)’을 정식 출범했다. 앞서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에서 발생하는 거래액 감소를 롯데온에서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롯데온은 정식 오픈 첫날부터 불안정한 애플리케이션 작동과 원활하지 못한 홈페이지 접속 등의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게다가 떠들썩했던 것과 달리 그다지 차별화된 점을 발견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공룡에 걸맞지 않게 온라인은 늦게 시작한 만큼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성을 보여줘야 기존 소비자들이 롯데온으로 이동한다”며 “단순 소프트웨어 구동의 오류도 문제지만 더 아쉬운 부분은 별 특별한 게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린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온 롯데쇼핑이 온라인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해 만들었다는 상징성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대규모 구조조정하는 데서 발생하는 외형 축소와 매출 감소를 롯데온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큰 계획도 담겨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구조조정이 별다른 효율성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다 롯데온에 대해 개발 기간과 투자한 자금에 비해 ‘특별한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에 흠집이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