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한국 교육의 충격 진단서
신간 ‘코로나로 드러난 한국 교육의 민낯과 미래교육 방향’. 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이 책은 바로 그런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끊임없이 연구해 오던 교육전문가들이 모여 6차례의 긴 토론을 거친 후에 탄생했다. 강대중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의 기획으로 이영 한양대 교수(전 교육부 차관),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최진영 종로학원하늘교육 사장, 조기성 계성초 교사(스마트교육학회장), 박승원 광명시장 등 17명이 참여해 만든 ‘한국 교육의 충격적 진단서’이자 ‘미래교육 제안서’다.
“등록금을 돌려 달라”는 대학생, “차라리 EBS 강의가 낫다”는 중학생, “엄마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초등학생이 있는가 하면 “시끄럽지도 않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고등학생도 있다. “학부모 개학이냐?”며 분노를 뿜어내는 학부모도 있고 “왕따와 학교폭력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다”는 학부모도 있다. “교권침해도 없고 싸움 안 말려서 좋다”는 선생님, “디지털 환경이 30년 교직생활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는 선생님, “경력 많은 선생님보다 앞선 느낌이어서 좋다”는 선생님, 참 다양하다.
코로나19가 강제한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각 교육 주체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과 경험 속에서 온라인 수업 풍경을 바라보고 평가했다.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한국 교육은 볼품없는 민낯을 드러냈지만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찾기에 좋은 경험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교육환경의 변화는 온라인 개학과 온라인 수업에서 시작됐지만 우리 삶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 한국 사회에서 학교의 의미는 무엇인가, 교사는 어떤 일을 감당해야 하는가, 지속가능한 배우는 삶을 꾸릴 방도는 무엇인가, 교육이 어떻게 사회적 연대를 증진시킬 것인가라는 근본적이고 어려운 질문 앞으로 우리를 다시 데려가 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한 작고 큰 변화들이 땜질식 처방으로 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수비형 위주의 정책 당국에게 공교육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드러난 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 3개월이 혁신 정책 20년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아이러니는 미래교육 앞에 더 이상 현현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코로나19를 통해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나타난 고질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어떤 전환점을 찾고 있는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한 교육 정책 방향은 어떻게 설계되고 준비되고 있는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올바른 교육 철학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성찰과 탐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 문제가 ‘뜨거운 감자’에서 ‘맛좋은 감자칩’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강대중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교육의 실력과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한국 교육이 앞으로 변화 방향을 모색하는데 필요한 고민의 지점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미증유의 계기”라면서 “한국 사회가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교육을 고민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