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원칙 훼손되지 않게 안전장치 마련”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현행법에서는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기자금과 외부투자자금을 모아 조성한 벤처투자펀드를 통해 스타트업 및 벤처회사에 투자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은 금융업으로 분류되어 일반지주회사 소유가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벤처업계의 대기업자금 참여를 요청하고 신기술 획득 또는 신산업 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얻으려는 대기업의 전략적 벤처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또 모회사의 기술개발 및 마케팅 인프라 지원이 가능한 CVC의 장점 등으로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 업계도 CVC를 통한 투자규모가 약 30% 차지할 정도로 인터넷, 테크기업들의 벤처회사 직접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현행 법체계에서도 대기업의 CVC를 통한 벤처투자가 가능하나, 지주회사체제 그룹의 경우 CVC 소유 금지로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이 의원 개정안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용하되 금산분리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
첫째, 일반지주회사가 자회사 CVC 지분을 100%(현행법은 비상장사 자회사 40% 이상) 소유하도록 함으로써 모회사와 자회사 주주간 이해상충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함과 동시에 총수일가의 CVC지분확보를 차단했다.
둘째, CVC 업무를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의 업무로 제한했고, 투자의무나 방식에 대한 규제가 없고 대출 등 금융행위도 가능해 이를 통한 계열사 지원 등 사금고화가 우려되는 신기술금융사업자는 제외했다.
셋째, 외부투자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CVC의 금융기능을 제한하기 위해 벤처투자조합의 조성은 지주회사 계열사 또는 자기자본 출자만 가능해진다. CVC는 일반적인 VC의 재무적 투자와 달리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목적이 크므로 외부자금 위탁운용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며, 구글 벤처 등 글로벌 CVC 모두 외부자금 없이 지주회사 내부자금으로만 투자한다는 점을 참고했다.
넷째, 편법승계 및 사익편취를 방지하고자 동일인 및 직계가족이 지분을 보유 또는 사실상 지배하는 벤처기업에 투자를 금지했다.
끝으로 CVC의 투자현황, 자금조달, 특수관계인 거래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대기업 지주사 CVC 제한적 허용은 금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벤처투자 활성화의 목표가 조화될 수 있는 수준에서 제도를 마련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기업들이 벤처의 신기술을 기술탈취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벤처의 신기술에 대해 대기업들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며 “비상장사 투자지분에 대한 평가시 공정가치로서 취득원가를 일정기간 폭 넓게 인정해주는 회계평가 조치가 현실적으로 활성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