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구본준 부회장 | ||
특히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 일부 임원들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이들에 대한 쇄신인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경유착에 연루됐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이들 임원들이 자칫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에서부터 불어닥치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재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말 정기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의 인사가 대표적인 ‘세대교체’ 인사였다는 점에서 삼성, SK, 현대차 등 여타 대기업 등에서도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젊은 인사들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은 당초 5일 사장단 인사를, 16일 임원 인사를 예정해 놓고 있었으나, 검찰이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한 소환 방침을 밝힌 이후 다소 늦출 전망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삼성의 인사 방침은 ‘승진 폭이 예년에 비해 커질 것’이란 전망 정도다.
지난해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한 데다 올해 경기 전망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학수 본부장은 지난달 22일 태평로클럽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장, 임원 평가는 과거 수년 실적과 미래 경영성과를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평가하는데, 최근 2∼3년간 실적이 좋았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본다”고 언급,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단행된 LG그룹의 인사는 지분정리에 따른 ‘개별소그룹에 대한 구씨·허씨 친정체제 강화’와 ‘세대교체’로 요약할 수 있다.
LG그룹은 대선자금 수사와 LG카드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에도 지난해 연말 계열사별로 사장단·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 손길승 회장 | ||
구본준 부회장에 대한 위상 강화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과정에 출국금지된 구본무 (주)LG 회장의 현재 처지와 맞물려 ‘구씨 친정체제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구본준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차기 그룹 회장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LG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노영학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회장을 퇴진시키는 대신 손진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세대교체’ 인사로 요약할 수 있다. 동시에 손진방 부사장과 함께 윤홍식 세탁기사업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들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출신들이 다수 승진한 점은 LG전자 CEO 김쌍수 부회장체제의 강화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24명의 신규임원을 임명한 LG전자는 신규 임원 가운데 82%가 45세 이하일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LG화학 역시 2004년 정기임원인사에서 박규석 상무와 홍순용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상무 11명과 상무급 연구위원 3명 등 총 14명의 상무급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2001년 법인 분할 이후 최대 규모로 단행된 이번 인사의 특징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젊은 인재의 발탁으로 요약된다.
LG측은 “이번 인사에서는 해외 브랜드파워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다”며 “젊은 인재의 대거 등용도 이 같은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기인사에) 검찰의 대선자금과 관련한 문책성 인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주)LG 출범과정에서 분사한 LG칼텍스정유는 허진수 LG정유 경영혁신본부장을 LG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 ‘독자체제’ 구축을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
▲ 김동진 부회장 | ||
일각에서는 조만간 ‘사명’에서 LG를 빼고 독자적인 브랜드로 CI를 추진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9월 그룹 분사과정에서 LG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구자홍 회장은 LG전선과 LG산전 회장으로 선임돼 LG전선그룹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지난해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와 비자금 수사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은 SK그룹은 지난 연말 정기임원인사를 앞두고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져 그룹 전체에 대한 임원인사는 당분간 연기된 상태다.
다만, 일부 인사안이 확정된 계열사별로 인사가 단행되고 있다.
SK측은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된 이후 일괄적으로 계열사별 인사내용을 취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인사안이 확정된 계열사별로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자금과 비자금을 수사해 온 검찰이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에 대해 추가 소환을 예고하고 있어 정기 임원인사는 조금 더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 정기 인사와 관련,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대선자금 전달 책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손길승 회장과 김창근 전 구조본부장 등의 거취문제. 이들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전격 경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오너를 대신해 ‘심부름’한 집사를 처벌한다면 ‘어느 누가 오너를 위해 충성하겠느냐’며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경영인의 경질과 함께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과 최창원 SK케미컬 부사장 등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 일가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당초 연초 임원인사를 예정해 놓고 있던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맞물려 인사를 유보해놓고 있다.
핵심은 김동진 부회장, 이계안 현대카드 회장 등 이번 정치자금 사건과 연루된 경영진의 진퇴 여부.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이들의 역할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해석이 많다.
지난해 대미수출 호조에 힘입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올 한 해 매출액 목표를 지난해보다 16.9% 증가한 69조6천4백억원으로 잡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높아진 사업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시장개척이 필수 요소”라며 “그에 합당한 신진 인사를 과감하게 발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