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조국 펀드’ 투자처로 알려져…상상인-빗썸-파티게임즈까지 얽힌 정황 포착
유준원 대표가 이끄는 상상인그룹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가 방어를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 출신 박 아무개 변호사가 지난 6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비엔엠홀딩스 매각 시도, 유 대표-박 변호사 동행?
최근 불법대출과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된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와 그의 변호인 박 아무개 변호사는 모다와 파티게임즈 인수과정에서 ‘합’을 맞췄다. 박 변호사는 2018년 7월 25일 에스케이1호조합을 통해 구본현 측이 발행한 14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파티게임즈 모회사 모다를 인수했다. 당시 ‘전환사채 발행 관련 약정서’에 따르면 상상인그룹은 140억 원 가운데 90억 원(상상인저축은행 40억 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50억 원)을 지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 변호사는 모다와 파티게임즈를 장악한 이후 2019년 1월 30일 경영효율화를 목적으로 ‘캐시카우’로 꼽히는 파티게임즈 우량 자회사 비엔엠홀딩스를 포스링크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그러자 소액주주들은 2019년 2월 8일 비엔엠홀딩스 주식 가압류 소송을 제기했고, 포스링크는 같은 달 11일 전 경영진의 횡령 혐의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결국 인수가 무산됐다. 법원은 2019년 2월 22일 소액주주들의 가압류를 인용했고, 포스링크는 지난 2월 5일 파티게임즈에 대해 계약금 120억 원에 대한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박 변호사가 코스닥상장사 파티게임즈를 장악한 이후 파티게임즈 재감사 시기 직접 회계법인에 연락해 재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앞당기며 고의적으로 파티게임즈 상장폐지를 유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그간 파티게임즈 소액투자자들이 “박 변호사가 파티게임즈와 그 자회사 비엔엠홀딩스를 마음대로 활용하기 위해 고의 상폐했다”던 주장의 근거가 재판 과정에서 문건으로 확인된 셈이다(관련기사 [단독] 유준원 상상인 대표 유착 의혹 박 변호사, 파티게임즈 ‘고의상폐’ 시도 정황).
비록 포스링크의 비엔엠홀딩스 인수 계획은 좌절됐지만 박 변호사가 비엔엠홀딩스를 왜 하필 포스링크에 매각하려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는다. 이와 관련, 파티게임즈 전직 임원은 “박 변호사는 껍데기만 남은 파티게임즈에 관심이 크지 않았고, 가치가 큰 비엔엠홀딩스를 매각해 현금을 쥐려 했다”며 “인수 계약 당시 비엔엠홀딩스는 가압류 소송이 제기된 상황인 만큼,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가압류가 걸린 회사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목되는 점은 포스링크가 이미 상상인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상인그룹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을 통해 포스링크의 주식·전환사채에 수차례 담보대출하며 자금을 지원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경우 2017년 1월 20억 원 규모의 포스링크 전환사채를 인수한 이후 2019년 8월 23일 기준 포스링크 150만 6024주를 확보했다.
상상인저축은행 또한 같은 방법으로 8월 30일 기준 737만 4477주까지 취득했다. 포스링크 전체 주식의 19.2%에 달하는 규모다. 이 밖에도 포스링크는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45억 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포스링크에 자금을 댄 상상인그룹에 박 변호사가 알짜 자회사인 비엔엠홀딩스를 넘기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병건 SGBK그룹 회장의 빗썸 인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가운데, BXA토큰 투자자들은 김 회장과 이정훈 빗썸 의장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두 사람에 대해 BXA토큰 투자사기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김병건 BK그룹 회장, 포스링크 인수 나선 이유는?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업이 등장한다. BTHMB홀딩스다. 포스링크는 2019년 1월 15일 공시를 통해 BTHMB홀딩스를 대상으로 300억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다.
문제는 시점이다. 당시 BTHMB홀딩스는 빗썸(빗썸코리아) 인수를 위한 잔금도 납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병건 SGBK그룹 회장은 BTHMB홀딩스를 통해 빗썸의 모회사인 비티씨홀딩컴퍼니(빗썸홀딩스) 지분 51%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빗썸 인수 잔금 지불 일정도 연기한 상황에서 포스링크에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증폭됐다. 더욱이 김 회장은 당시 BXA토큰을 발행해 투자금을 모집 중이었던 상황이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가치가 불분명한 포스링크에 대한 투자는 비엔엠홀딩스 존재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가상화폐거래소 인수를 추진하던 BTHMB홀딩스가 게임 아이템 거래와 관련된 회사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이정훈 현 빗썸 의장의 이름이 나온다.
포스링크에 투자에 나섰던 BTHMB홀딩스의 대표는 지분 4.17%를 보유한 김병건 회장이고, 최대주주는 지분 95.83%를 보유한 싱가포르 법인 BK SG다. BK SG의 경우 SGBK그룹이 지분 50.001%, 이정훈 의장이 49.99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정훈 의장은 비엔엠홀딩스 자회사 아이템매니아의 창업자이자 전 대표이사다. 결국 비엔엠홀딩스-포스링크-BTHMB홀딩스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투자 결정 당시 BK SG 이사 중 한 명도 아이템매니아(현 아이엠아이) 출신이기도 했다.
한편 김병건 회장과 이정훈 의장은 현재 BXA토큰 투자사기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BXA토큰 투자자들은 김 회장과 이 의장이 공모했다고 보고 두 사람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BXA토큰 발행과 관련해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